매거진 마음담론

[필링굿] 당신의 IQ는 얼마인가요?

짜증지수와 비판에 말대꾸하기

by mam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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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망 : 오빠. 우리 주문한 메뉴는 다 나왔어요?
오빠 : 음. 내가 시킨 맥주가 아직 안 나왔어.
마망 : 내가 눈 마주치면 말할게. 응? 사람들이 전혀 우리 쪽을 쳐다보지 않아.
오빠 : 곧 와보겠지.
(한참 후)
마망 : 오빠. 저 사람 왜 이렇게 우리 테이블만 안 와보는 거야? 너무 하네. 방금 저 사람 나랑 눈 마주치고도 그냥 간 것 같은데? 여기 정말 왜 이러지?
오빠 : 신경 쓰지 마. 안 마셔도 돼 마망아. 괜히 기분 상할라.


오빠의 걱정대로 나는 괜히 기분이 상해버렸다.

지난주, 바람도 쐬고 몸도 쉬어줄 겸 오랜만에 오빠와 강원도에 다녀왔다. 주변을 돌아다닐 계획이 없었기에 힐링과 건강을 콘셉트로 한 리조트에서만 내리 2박 3일을 지냈다. 1달에 20만 원씩 모아놓은 여행 비용을 근 7개월 만에 사용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고 큰맘 먹고 여행을 온 만큼 기대도 너무 컸다. 무엇보다, 이 곳에서는 나를 힘들게 만들 일은 없겠지. 하며 평화로운 여행이 될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곳에서 지내면서 명상도 하고 좋은 공기도 마시면서 우울감도 많이 날려버린 것 같았고 이제 다음 주 화요일에 다가올 발제만 잘 지나가면 되겠다 생각했다. 발제를 앞둔 터라 필링굿을 더 가열차게 읽어 내려가면서 특히 짜증지수에 큰 공감을 했던 나였는데. 저녁을 먹으러 내려간 레스토랑에서 나의 분노가 나도 모르게 폭발해버렸다.


식사와 함께 주문한 신랑의 맥주가 식사를 마쳐도 나오지를 않았고, 나는 식사 내내 맥주가 나오지 않았다고 직원들에게 알려주려고 여러 차례 눈 맞춤을 시도했지만 아무도 테이블을 케어해주러 오지도, 이쪽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결국 식사를 하는 내내 음식이 코에 들어가는지 입에 들어가는지 잘 집중하지 못하고 아직 나오지 않은 음료를 어필하려고 눈을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고 했다. 신경 쓰지 말고 식사에 집중하라는 신랑의 이야기도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나는 눈을 날카롭게 뜨고 '이 놈들 아무도 날 안 쳐다볼 테냐'하는 마음이었고, 결국 식사를 마칠 때까지 맥주는 나오지 않았다. 맥주를 결제 내역에서 취소하고 식당에서 나오면서도 나는 계속 씩씩거렸다. 어쩜 이럴 수 있냐며! 신랑은 결국 맥주를 못 마셨고, 나는 저녁 식사를 즐기지 못한 거다. 나는 왜 맥주 하나 때문에 나의 소중한 식사 시간을 망쳐버린 걸까.




필링굿의 저자는 일상생활에서 마음에 품는 분노와 짜증의 정도를 '짜증지수'라고 한다. 더불어 짜증지수가 높은 사람은 분노를 자아내서 기분을 망침으로써 좌절감과 실망감으로 과잉 행동을 벌이고 삶을 재미없는 난투극으로 만든다고 전한다. '짜증지수'를 IQ라고 이름 붙이고 이를 측정하는 방법을 제시해준다. IQ 측정을 위해 '노바코 분노 측정 척도'라는 25가지 질문에 짜증의 정도에 따라 0점(전혀 또는 거의 짜증을 느끼지 않는다)부터 4점(상당히 화가 난다)까지 점수를 매기고 점수를 합산하면 자신의 짜증지수를 확인할 수 있다.


나는 나의 짜증지수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기는 했지만, 평소 분노나 짜증 때문에 나와 주변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만든 적은 없기 때문에 IQ 테스트를 앞두고 긴장되지는 않았다. 높아봤자 10점대 아닐까 하고 생각했는데, 세상에나 나의 짜증 지수는 56점 이상으로 '일상의 짜증스러운에 대해 보통 수준의 분노로 반응한다'라는 거였다. 지금까지 나는 나 자신을 정말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왜 짜증이 많은 것인가. 나의 경우 '짜증지수'의 원인과 대처법을 읽고 지나왔던 '비판에 말대꾸하기'로 돌아가서 다시 한번 정독해보니 큰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 내 안의 분노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내가 쓸모없는 사람이 아니고 나를 속상하게 하거나 화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라는 것을 확실히 인지시켜주었다.




나는 화를 잘 표출하고 있는가


저자는 분노에 대처하는 방식을 세 가지로 설명한다.

하나는 '안을 향한' 분노, 다른 하나는 '밖으로 표출된' 분노다.

안과 밖을 향한 두 가지 분노 대처 방식 중 나는 첫 번째 분노에 해당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떠올리고 나서, 다음에 나오는 저자의 추가 설명을 듣는데 조금 충격을 받았다. 이유는 내가 주체가 되어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는 알아차림에서 온 혼란스러움이었던 것 같다.


첫 번째 분노는 '병적인 것'으로 여긴다. 즉 공격 심리를 내면화해 화를 스펀지처럼 자기 안으로 빨아들인다. 이것은 결국 자신을 갉아먹어 죄의식과 우울증에 이르게 한다.


평소 업무를 하면서 억울한 상황이나 화가 나는 상황, 예를 들면 모든 일을 나에게 미루면서 책임 또한 지려고 하지 않는 동료를 겪을 때 목과 혀뿌리 중간쯤이 꽉 막혀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목이 답답하고 뭔가가 걸려있는 듯한 느낌이 들지만 나는 대부분 그냥 꿀꺽 삼키고 지나간다. 저자는 화를 어떻게 풀어내느냐 보다 화내기를 중단하라고 일러준다.


애초에 분노의 감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억누를 필요도, 표출한 필요도 없다.


나를 화나게 만드는 사람은 누구인가?


분노란 여느 감정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인지에 의해 만들어진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을 사건 자체에 의해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에 우리가 부여하는 의미 때문에 생긴다.
우울증을 앓을 때는 많은 지각이 뒤틀리거나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오류에 빠진다. 이런 왜곡된 생각을 현실적이고 유용한 생각으로 바꾸는 법을 익히면, 짜증이 줄어들고 자제력은 훨씬 더 커진다.


저자는 우리가 처해있는 상황에 대한 우리의 인지 왜곡이 화를 만들고 짜증을 일으킨다고 설명한다. 이어서 화가 날 대 가장 자주 일어나는 왜곡을 예로 들어 설명해주었다. 이 부분 이 상황 왜곡이 많은 나에게 도움이 많이 되었다.


낙인찍기(=문제를 세계화하기, 괴물 만들기)

이는 우리의 화를 돋운 대상을 '얼간이', '쓸모없는 인간', '똥덩어리'라고 묘사하는 것이다. 우리의 분노를 어떤 이의 '사람됨'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가 아무리 이런 방식으로 우겨댄다 해고, 상대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완전히 쓸모없는 쓰레기가 아니라는 점을 저자는 말해준다.

낙인찍기는 얼토당토않은 분개심과 도덕적 우월감을 느끼게 만드는, 왜곡된 사고 과정이다.
자신의 자존감을 위협할 만큼 힘 있는 존재는 이 세상에 딱 하나, 자기 자신뿐이다. 자기 가치가 낮아지는 일은 스스로를 깎아내릴 때만 일어난다. 자시 자치가 낮아지는 일은 스스로를 깎아내릴 때만 일어난다. 그러므로 진정한 해결책을 바로 잘못된 자기 내면의 학대를 끝내는 것이다.


독심술의 오류, 침소봉대

평소 회사에서 내가 가장 많이 겪게 되는 오류에 속한다. 나는 항상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고, 내가 기대했던 반응이 아니라면 넘겨짚기 신공을 통해 내가 해석하고 싶은 대로 상대의 감정을 단정 짓는다. 저자는 이러한 방법은 내가 원하는 것들을 모두 얻을 수 없게 될 뿐이라고 조언해준다.


꼭 해야 한다, 또는 하지 말아야 한다.

'꼭 그래야 한다'는 비합리적인 사고는, 언제든 그 자리에서 욕구를 충족한 권리가 자신에게 있다는 가정에 근거한다. 그리하여 자신이 원하는 어떤 것(사랑, 애정, 지위, 친절함 등)을 얻지 못하면, 불행하게도 영원히 기쁨을 느끼지 못하거나 죽고 말 것이라는 태도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공황 상태나 분노에 빠진다.


선물을 준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는 말이 생각난다. 선물은 준비하는 사람이 있다면, 받는 사람은 당연히 항상 좋아하는 걸로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말을 듣고 나서는 내가 돈을 쓰고 시간을 써서 준비한 선물이 상대방에게는 오히려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나니 상대방이 반드시 엄청나게 좋은 반응을 보여야 한다는 프레임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고, 그다음부터는 상대의 반응에 조금 덜 신경 쓸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레스토랑에서 화가 나서 식사를 망쳐버렸던 이유 또한 이 부분에서 시작된 거였다. 레스토랑 직원들은 반드시 나에게 친절해야 하며, 내가 원하는 그것을 얻지 못하면, 나는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식사 시간은 완벽하지 않을 거라는 나의 불안 때문에 기인했다.

상대방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 사람은 지금 자기 체계 안에서 공정하게 행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분노를 다스릴 수 있을까?


분노의 장. 단점을 분석하라.

화를 냈을 때의 장점, 단점을 두 칸에 나누어 적어본다


펄펄 끓는 생각을 식혀라

화를 돋우는 상황, 감정, 격앙된 생각을 바로 기입해보고 이성적 생각, 결과를 이어 적어보는 것이다. 실제 내가 느꼈던 감정이 분노 95%라면, 이성적 생각을 기입해 본 후 나의 분노가 몇 %로 줄어들었는지 관찰해본다.


마음속 이미지 대처 기법

나를 화나게 하는 상대방을 우스운 모습을 상상해보고, 생각 멈추기를 통해서 마음속의 해로운 자극을 다른 쪽으로 돌려본다.


규칙을 다시 써라

다른 사람에 의해 기분과 자존심이 좌우되게 끔 두지 않겠다는 규칙을 다시 만들어본다.


'해야 한다'식 사고를 줄여라

우리가 어떤 것을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원하는 것을 그대로 얻을 권리가 우리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


협상 전략

화를 터뜨리고 속앓이 하는 대신 침착하고 단호하게 설득력 있는 접근법을 취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기억해두자. 싸움도 친교의 한 형식이라는 것을

연애를 하면서 많이, 잘 싸워야 건강한 연애를 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필링굿을 만나기 전까지는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의 머릿속은 호수 위에 떠있는 백조의 모습처럼 평온할 것 같다고만 생각했다. 오직 나만이 백조의 바쁜 다리처럼 애쓰면서 지내고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필링굿의 다양한 사례들을 보니 이상하게 위안이 되었다. 저자의 말처럼 분노로 에너지를 소진하는 일을 중단하면, 원하는 바를 얻는 쪽으로 내 노력을 다시 집중해 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정확한 감정이입

감정이입이란 상대방의 생각과 행동의 동기를 정확히 읽고 파악해내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 능력을 기르면 다른 사람의 행동이 자신의 취향과 다르다 해도 분노하지 않고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다.


앞서 이야기를 나눴던 식사를 망쳤던 레스토랑으로 다시 돌아가 보겠다.


마망 : 저 테이블에 아직 맥주를 가져다주지 않았잖아.
웨이터 : 아, 그렇군.
마망 : 주문을 넣지 않을 거야?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 같아서 그런 거야?
웨이터 : (잠시 생각한 후) 아니, 그래서 그런 건 아니야. 난 사실 저 사람들이 누군지 잘 몰라.
마망 : 저 사람들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일부러 맥주를 안 준건 아니고?
웨이터 : (웃음을 터뜨리며) 그게 아니라니까. 그래서 맥주를 안 준 게 아니라고.
마망 : 그럼 왜 그런 거야?
웨이터 : 오늘 저녁 따라 갑자기 손님이 많이 밀려와서 주방에서 주문 순서대로 주겠데. 간단한 맥주라서 빨리 주라고 요청했는대도 말이야.


이 역할극 덕분에 나의 마음은 많이 풀렸다. 저자가 제시한 방법들을 모두 평소 회사에서나 일상생활에서 적용해보려고 한다. 다시 화가 나고 가슴이 답답해지려 하면 아래의 말을 되뇌어 보기로 했다.


세상일이 우리를 화나게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분노를 만들어내는 것은 우리 자신의 '격앙된 생각'이다. 부정적 사건이 실제로 일어난 경우에도 우리가 그 사건에 부여하는 의미가 감정 반응을 결정한다.


마지막으로, 나를 안아주고 싶게 만들었던 '비판에 말대꾸하기'의 꼭 기억하고 싶은 말들을 공유하고 글을 마치려 한다.


자신을 무시하고, 깔아뭉개고, 바보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사람, 바로 자기 자신밖에 없다!
나의 감정은 이 생각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지, 남이 하는 말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남이 나를 정당하지 않은 방식으로 비판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데, 내가 왜 그걸 걱정하고 불안해해야 하는가? 잘못을 남이 한 것이지 내가 한 것이 아니다. 어째서 내가 속상해해야 하는가?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이되 완벽할 필요는 없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자신의 행동이 옳든 그르든 상관없이, 자신이 인간으로서는 옳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애초부터 자신의 자존감이 문제가 되는 일은 전혀 없었음을 잘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신은 소중하다. 그러니 다른 사람이 당신의 하루를 망치도록 내버려 두지 않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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