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마음담론

[필링굿] 제가 하는 게 이렇죠 뭐

죄의식을 이겨내는 몇 가지 방법

by mamang
저 같은 게 뭘 알겠어요. 제가 하는 게 이렇죠 뭐


회사에서 업무를 하다가 나에게 자신 없는 분야를 맡게 되거나, 실수를 해서 자신감이 떨어질 때 나는 나를 자책하고 남들 앞에서 나를 깎아내리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사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사용했고, 그런 말을 사용함으로써 유머러스한 분위기로 실수를 넘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필링굿을 2달째 읽어 내려가면서 사실 그 실수들이 내 잘못이 아닌데도 내가 나 스스로를 책망하고 탓하고 있었던 거구나.라고 깨닫게 되니 어떨 때는'왜 나한테만 그래'하는 반항심이 튀어나왔다가 다시 들어갔다가를 반복하는 중이다. 중도를 유지하는 것은 왜 이리도 어려운지.

필링굿의 저자는 8장 '죄의식을 이겨내는 몇 가지 방법'에서 죄의식이 무엇인지, 죄의식을 느낄 때 일어날 수 있는 왜곡들을 사례를 들어 설명해준다. 또한, 죄의식과 건전한 양심의 가책에 대해 구분하는 법을 알려주고 죄의식에 잘 빠지는 성향의 사람들이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양심의 가책과 후회는 '행동'을 겨냥해 일어나는 데 비해 죄의식은 '자아'를 겨냥해 일어난다.


저자는 죄의식의 핵심은 나의 자아가 '나쁘다'는 개념이라고 말하며, 죄의식뿐 아니라 우울증, 수치심, 불안까지 느끼게 되었을 때 우리가 만들어낼 수 있는 가정들을 제시한다.


'나쁜 행동' 때문에 나는 열등한 존재 또는 쓸모없는 존재가 되었어(이런 해석은 우울증으로 이어진다)
내가 한 짓을 다른 사람이 알게 된다면 비웃을 거야(이런 인지는 수치심으로 이어진다)
나는 벌을 받거나 보복을 당한 위험에 처해 있어(이런 생각은 불안으로 이어진다)


나의 경우 위의 3가지 가정 중 2개에 해당한다. 회사에서 업무를 하면서 뭔가를 망처 버린다거나 사소한 실수를 하게 돼도 '나는 회사에서 쓸모없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이런 것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데 어떻게 회사에서 월급을 받을 수 있지.라고 생각한다.


내가 하던 업무에 문제가 생겼어. 나는 역시 바보 같고 쓸모없는 사람이야. 내가 하는 게 이렇지 뭐. 사람들이 이걸 알면 비웃고 수군거리겠지? 한심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그들은 나를 버릴 거야.


나 혼자만 했던 생각을 활자로 바꿔놓고 나니 뭔가 허황된 상상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나는 실제로 이런 생각을 회사에서 심할 때는 하루 10번도 더 한다. 요즘은 조금 나아져서 하루 1~2번으로 많이 줄었다.

가감 없이 말하자면, 나는 회사 사람들이 옥상에 담배를 태우러 올라가는 것이 나의 험담을 하러 올라가는 거라는 상상을 매일 했던 적도 있었다. 업무의 과중함도 내가 능력이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했고, 시공사의 실수도 내가 부족함, 사업이 잘 돌아가지 않는 것 또한(내 파트가 아니어도) 내가 뭔가를 잘못 엮어놨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심한 날에는 회사에서 나누었던 대화들이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내 귓가에 맴돌기도 했다.


저자는 죄의식을 느낄 때 일어날 수 있는 첫 번째 왜곡은, 자신이 무엇인가 잘못을 저질렀다는 가정, 두 번째 왜곡은 자신의 어떤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이유로 스스로 '나쁜 사람'이라고 낙인찍는 것이라고 말한다. 건전한 문제 해결 전략을 생각하는 대신 두고두고 되새기며 자기 학대를 하는 쪽으로 에너지를 쏟는 것이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부적절한 '해야 한다' 식 사고다.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전제하는 '해야 한다' 식 사고는, 자신이 신처럼 전능하며 자신은 물론 남들까지 마음대로 다루어 어떤 목적이든 달성할 수 있다고 여긴다.


업무 특성상 시공사, 설계사, 용역사 등과의 다양한 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프로젝트 중간 어딘가에서 문제가 발생하거나 실수가 드러났을 때, '내가 왜 이걸 예상 못했지?' 하는 '모두 예측 가능했어야 했다'는 '해야 한다' 식 사고가 나를 괴롭혀왔던 것 같다.


저자는 비정상적인 죄의식과 건전한 양심의 가책 또는 후회를 구별하려면, 왜곡 이외에도 부정적 감정의 강도와 지속 기간, 결과 등을 실제 사례에 적용해 분석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필링굿을 읽어 내려가면서 나는 나에게 '여성'이라는 것이 나의 죄의식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자'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나를 마음에 들지 않아 할 거야.라고 기본 전제를 깔아놓고, 실수나 잘못을 저지르게 될 때마다 '여자니까 저래'라고 비웃거나 나를 비난하지 않을까 항상 두려웠다. 나는 책에 제시된 재니스의 예를 보면서 '15살 때의 우발적 도둑질 때문에 42살인 지금까지 왜 괴로워하는 것인가.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라고 생각했다. 재니스는 자신의 실수였던 도둑질에 대한 부정적 감정 때문에 오랜 기간 실제 잘못 보다 엄청나게 큰 책임을 본인에게 지워야 할 정도로 큰 잘못을 했었나. 그녀가 사로잡힌 부정적 감정은 그 죄의 크기에 비해 지속성과 강도가 너무 높아 그녀 스스로 자신에게 부당하게 대우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하물며 내가 정할 수 없는 나의 성별로 나 자신을 10년 넘게 괴롭히고 있었던 나는 어떤가. 하는 생각까지 흘러가 보니, 나에게 아주 많이 미안했다. 그리고 나를 탓하고 괴롭히지 않기로 했다. 물론 하나씩 하나씩 연습해나가면서.


죄의식의 사이클(=인지-감정 연결망)


1. 나는 죄의식을 느끼고,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해. 이것은 내가 나쁜 사람이라는 뜻이야.

2. 나는 나쁜 사람이니까 고통받아 마땅해.

저나는 위와 같은 판단을 내리는 과정을 죄의식의 망상에 빠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서로 얽혀버리게 만들어 일종의 순환 체계에 빠지게 한다. 이 사이클에 의해 나에게 생기는 주관적 감정을 객관적 사실이라고 판단하는 감정적 추론은 사이클에 기름을 붓는다.

나의 경우, 위의 1번 다음 2번의 사이클이 아닌, 어느 순간 2번이 먼저 떠오르고 1번이 나중에 떠오르는 상황이 되기도 했다. 반복되는 순환 안에서 나는 당연히 어떤 존재로 정의 내려지고, 어떤 상황이 있건 간에 나는 선택의 여지없이 나 스스로에게 벌을 내려왔던 것이다.


이렇게 죄의식을 느끼면서 스스로 '나쁜' 사람이라고 낙인찍을 경우, 나는 방어적으로 행동하기 쉽다. 스스로 '나쁜 사람'이라고 느끼는 것이 너무나 끔찍해서 잘못을 부인하거나 정당화하려는 충동, 비판을 반박하려는 충동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되면 내 잘못을 인정하고 고치는 일이 훨씬 어려워진다.

나의 경우 업무에서 실수를 발견하면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하면서 '동료, 팀장님'이 어떻게 생각할까. 나는 정말 문제다.라고 떠올리며 어떻게 변명을 해야 할지 먼저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나로 인한 실수를 부정적으로만 받아들이다 보니 문제를 가리기에 급급하고, 그러다 보니 개선점을 찾아내기가 어렵다. 긴장하다 보면 실수가 자주 발생하게 되고, 악순환의 사이클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된다.


죄의식은 실수를 인식하도록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그 실수를 덮어버리게 한다. 어떤 비판에도 귀를 닫고 싶어 지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정상적이고 건전한 가책인지, 아니면 자기 패배적이며 왜곡된 죄의식인지 쉽게 판별하기 위한 질문들을 제시해 준다. 나는 4개의 질문 중 아래 2개의 질문에 해당했다. 문제들에 답을 해나가면서 내가 했던 자기 패배적인 생각들이 얼마나 모순적이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1. 나는 하지 말았어야 하는, '나쁘거나', '불공평하거나', '쓸데없이 해만 끼치는' 행동을 의식적으로 또는 고의적으로 했는가?

- 아닙니다. 저는 그럴 의도는 없었어요. 제가 여자로 태어나고 싶어서 그런 것도 아니고요. 제가 실수를 저지른다고 해서 성별의 문제라고 볼 수도 없어요. 그리고 남자 직원들 중에도 실수를 많이 저지르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다고요.


2. 나는 실수를 통해 배우고, 변화를 위한 새로운 전략을 고민하고 있는가? 아니면 잘못을 쓸데없이 자꾸 되새기며 침울해하거나, 심지어 해로운 방식으로 자신을 벌하고 있는가?

- 네 맞아요. 저는 '제가 하는 게 이렇죠 뭐.' 하면서 저를 벌주고 있었어요. 그럼 그렇지. 하면서 스스로의 자존감을 깔아뭉개버렸죠.


저자는 부적절한 죄책감을 벗어던지고, 자기 존중감을 최대한 키울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1. 역기능적 사고 일일 기록법

2. '해야 한다'식 사고에서 벗어나는 법

3.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법을 배워라

4. 불평꾼 대처법

5. 무어 리 식 투덜이 대처법

6. 제대로 바라보기


위의 방법들 중 2번의 방법은 나에게 가장 현실적인 도움을 주었다.


첫째, 자신에게 이렇게 묻는다. "내가 해야 한다고 누가 그래? 내가 해야 한다고 어디에 적혀 있단 말이야?"


그러게 말이다. 내가 해야 한다고 누가 그랬더라. 싶었다.


나는 회사에서 상사가 한숨을 쉬면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낀다. 지금은 후임까지 생겨서 후임도 한숨을 쉬는 일이 발생하면 사수에게 있어서는 후배인 내가, 후임에게 있어서는 선배인 내가 역할을 잘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해야 한다'를 '하면 좋은 거야'나 '하고 싶어'로 바꾸면 더 효과가 크며, 현실적이 있어 보이고, 무엇보다 덜 속상하게 한다고 일러준다.


'사수님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해야 해.' → '사수님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어'

'후임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해야 해.' → '후임이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좋았겠지, 하지만 그랬다고 해서 세상이 끝난 건 아냐.'


무엇보다 내 마음을 뻥 뚫어줬던 것은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라는 질문이었다. 그러게. "내가 왜 그들의 스트레스를 줄여줘야 하는데? 그들이 나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누가 그래? 그들도 성인이니 각자의 스트레스는 각자의 몫인걸."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게 되니 세상이 나에게 '해방'을 선포한 듯한 느낌이었다.


'3.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법을 배워라' 부분을 통해서는 떠올렸던 일화가 있다. 일화라기보다는 내가 오랜 기간 겪어왔던 일련의 상황들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


친구 : 마망 ~ 우리 언제 만나?
마망 : 아~ 그러게 언제 보지? 못 본 지 오래되었네.
친구 : 그래. 너 진짜 너무 바빠.

일반인들이 듣기에는 일반적인 친구들과의 대화로 보이겠지만, 나에게는 친구의 말이 '너 때문에 우리가 지금까지 만나지 못했어. 네가 매번 바쁜 척을 했기 때문이지.'라고 들렸다. 친구가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나는 매번 '나 때문에 우리가 못 만났던 거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나의 컨디션, 무리한 일정 등을 고려하지 않고 억지로라도 시간을 쪼개서 친구들을 만났다. 그렇게 무리해서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분명 즐거웠는데 왠지 모르게 헛헛한 감정들만 남았다. 몇 주나 몇 달이 지난 후에 친구는 다시 연락해서 "우리 언제 만나?" 하면 내 안의 죄의식이 다시 고개를 들고 무리해서 보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언젠가부터는 친구들의 연락이 오면 반갑지 않게 되었고,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렇게 해서 많은 친구들이 나를 떠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기다려주고 지켜봐 준 친구들이 나를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다. 저자가 언급한 "하지만 우린 기다릴 거야. 설마 옛 친구를 저버리겠다는 건 아니겠지?" 자, 이때 뭐라고 말할 것인가? 어떤 기분이 드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나는 형편없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떠올랐고 친구들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노력했던 지난 시간들이 떠올라 마음이 불편했다.


필링굿을 읽어 내려가면서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나의 바보 같은 면들을 직면하게 되어 여전히 불편한 마음이 많이 든다. 한 주에 짧은 분량을 꼭꼭 씹어보며 돌이켜 생각해보고, 나에게 빗대어보는 과정은 내가 잘 지내오고, 잘 살아오지 못했구나.라는 불편한 마음이 들게 만들어서 이기도 했고, 내가 지금 이대로도 괜찮지 않구나.라는 불편함 때문이기도 했다. 내가 그린 그림을 이곳, 저곳 지적받는 느낌이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남은 3주 동안 천천히, 그리고 꼼꼼하게 저자의 가이드에 따라 내 생각 습관을 살펴볼 예정이다. 나의 지난 감정들이 습관처럼 익숙해져 있음을 인식하고 있는 그래도 바라봐 줌으로써 바꿔서 행동하고 생각할 용기를 나 자신에게 줄 것이다. 지금 이대로는 괜찮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를 더 꼭 안아주고 사랑해줄 수 있는 건강한 방법을 찾을 것이다. 이번 기회, 놓치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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