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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28주 차 기침과 갈비뼈 통증 그리고 요실금

by mam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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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중 주로 봄이(딸)의 태동이 활발한 편이다. 새벽 6시쯤 봄이가 뱃속에서 먼저 일어나 꼬물꼬물 놀면 옆방의 겨울이(아들)가 따라 일어나 논다.(이란성쌍둥이인 아이들은 아기집을 따로 쓴다.) 겨울이의 태동이 크지 않아 걱정하던 최근 겨울이의 태동이 빈도와 세기도 눈에 띄게 늘어 걱정이 조금은 줄었다.

최근 멀리 다녀온 여행과 한 달 넘게 계속되는 심한 기침으로 고생하던 중 신기한 걸 하나 발견했다. 내가 긴장하거나 기분이 좋지 않거나 몸이 아프면 아이들의 태동이 꼭 줄어든다는 것.


무심코 큰기침을 내뱉었던 어제, 등갈비 쪽에서 ‘빡’하고 크게 아픈 느낌이 났는데. 이후 그게 갈비뼈 골절이나 실금으로 이어졌는지 이후에는 얕은 숨만 쉬어도 통증이 심해져 늦은 저녁부터 새벽까지 식은땀을 흘리며 끙끙 앓았다. 기침 때문에 갈비뼈에 금이 갔다는 사람들의 글을 맘카페에서 찾아 읽었다. 출산까지 아직 멀고도 멀었는데 기침을 하다 뼈에 금이 가고 숨 쉴 때마다 고통이 심해지고 배가 눌려 잠은 제대로 못 자고 잔기침에도 소변이 나와 오버나이트 생리대를 밤새 몇 개씩 갈아줘야 하는 요즘 저녁 시간은 길고 외롭고 슬픈 시간들이다. 임신 전에는 배에 손을 올리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는 임신부들의 이미지를 막연히 떠올리며 나도 행복에 절어지겠지 기대했는데. 정작 시도 때도 없이 흘러나오는 소변과 온몸에서 각기 다르게 찾아오는 통증과 난생처음 느끼는 감각들에 매일 다른 모습으로 우울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저녁 내내 잠들지 못하고 이른 아침을 맞이했는데. 아침 일찍 일어나 콩콩 엄마배를 차며 놀아야 할 아이들이 조용하다. 움직임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가까스로 느껴지는 움직임도 조심스럽고 조용하다.


어제 이른 저녁까지 발차기를 하며 깜짝 놀라게 하더니 오늘은 내 숨이 가빠지는 것과 함께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숨을 얕게 들이쉬고 내쉬며 아이들의 머리와 엉덩이가 있는 쪽을 만지며 말했다.


“괜찮아. 엄마 괜찮아. 놀아 우리 아가들.” 봄이 겨울이는 여전히 조용하다.


엄마에게 “엄마 괜찮아. 마음껏 놀아 혜원아.”라는 말을 듣지 못하고 자라온 딸은 자신의 아이들이 자동으로 엄마의 슬픔과 고통에 연결되어 있는 모습을 닮은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이런 건 안 닮아도 돼. 봄아 겨울아. 엄마 괜찮아. 마음껏 놀아 봄아.’ 내 아기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것이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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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수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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