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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주 차 손목이 바사삭 손가락이 퉁퉁

by mam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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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낳고 손목이 망가졌다는 선배엄마들의 후기를 많이 들어 알고 있었다. 손목이 망가지면 팔꿈치 어때 등 순서 또는 그 반대 순서로 망가지게 된다고 하는데. 임신 전은 물론이고 임신 기간 내내 입덧할 때를 제외하고 열심히 운동을 했던 나에게는 해당 없는 이야기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임신 30주 차에 들어서자 놀라울 정도로 손목이 아팠다. 내가 어제 손목으로 뭘 했을까 싶을 정도로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기도 힘들어졌고 세수를 하는 것같이 크게 힘이 들어가지 않는 일을 할 때까지 느닷없는 손가락 통증과 손목 통증이 나를 괴롭혔다.


손가락 통증은 임신 중반부터 몸이 많이 부어오르면서 잠에서 깰 정도로 심했는데. 이어 손목 통증까지 오니 생활이 전반적으로 조심스러워지고 불편해졌다.


특히 잠을 자다가 무의식적으로 손을 움직이게 될 때 꼭 잠에서 깨게 되는데. 화장실을 가고 싶어서 2-3번 잠에서 깨고 손이 아파서 잠에서 깨는 일까지 반복하게 되니 수면이 점점 더 부족해지고 질이 나빠졌다.

게다가 통증이 심해지자 아침에 일어나서 이불을 정리하는 것조차 힘들어져서 뱀 허물 벗듯 이불에서 벗어나 거실에서 자고 일어난 남편에게(임산부 바디필로우를 사용하는 요즘 침대가 좁아져서 남편은 거실에서 따로 잔다) 자신이 쓰지도 않은 이불 정리를 부탁하는 매일을 보내고 있다.


손가락이 잘 접히지 않을 정도의 통증 때문에 일어난 직후의 나는 수술방에 들어가기 직전에 손을 씻은 후 양손을 앞으로 쭉 뻗고 있는 의사 선생님 손 모양을 하고 있어야 한다. 이를 닦고 세수를 하면 손의 통증이 더 느껴지기 때문에 잠이 덜 깬 눈을 하고 소파에 앉아 손가락을 하나씩 구부려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결혼반지를 못 끼게 될 정도로 어묵처럼 부어오른 손가락이 미관상으로 보기 싫어 속상했던 임신 초기와 달리 지금은 손가락과 손목이 잘 기능하지 못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미관상 손이 퉁퉁해 보이는 것을 걱정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손가락과 손목이 제기능을 하지 못할까 봐 걱정인 요즘이다.


출산 후 몸 회복이 다 되기도 전에 아이 둘을 돌봐야 하는데. 나는 나의 손가락과 손목을 지키며 아이들을 잘 보살필 수 있을까. 임신과 출산은 나를 하나도 빠짐없이 이전과 다르게 갈아 끼우는 과정인 것 같다.


며칠 전에는 전기밥통에 쌀을 안치려고 하는데. 씻은 쌀을 넣고 물이 손등 위로 어느 정도 올라오는지 보려는데. 여유가 있던 밥통에 손이 꽉 차는 바람에 당황스러웠다. 임신 중에 분비되는 릴렉싱 호르몬 탓에 온몸의 마디마디가 이완된다고 하는데. 손의 크기가 전기밥통에 꽉 차게 커질 것이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출산 후에는 손마디가 더 늘어나 있을 텐데. 그때는 밥의 물양을 어떻게 맞추나 싶어 한숨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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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수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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