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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32주 차 남편 당신이 뭘 알아

by mam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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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한 남편과 함께 저녁을 챙겨 먹고 티브이를 함께 보고 있었다. 나는 바닥에 앉아 무거운 하체를 스트레칭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무리 이런저런 자세를 해도 퉁퉁부어버린 다리의 감각은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고. 자세를 바꿔 앉는 것도 힘들다 보니 가쁜 숨을 헉헉 쉬다가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길 포기하고 멍하니 티브이에 눈길을 주었다. 그러다 갑자기 명치에서 억울함이 치솟았다. 내 뒤에 있는 소파에 편하게 누워있는 남편을 향해 고개를 돌려 큰소리로 외쳤다. “당신이 뭘 알아!”


하루 일과를 마치고 마음에 걸리는 것 없는 행복한 여가시간을 보내고 있던 남편의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드리웠다. 갑작스러운 재난 상황을 마주한 것 같은 절망적인 표정이었다. “여보. 갑자기 왜 그래.” 남편의 반응에 괜히 미안해지고 뜬금없이 앞뒤 설명 없이 소리부터 지른 게 머쓱해서 나는 괜히 다리를 주무르며 말했다. “그냥. 다리가 아파.” 남편은 숨을 후 내뱉고 소파에서 내려와 다리를 주물러줬다.

그날 저녁 안방으로 들어와 잠을 청한 나는 갑작스럽게 다리에 난 쥐 때문에 놀라 잠에서 깼다. 임신 후 배가 나와 똑바로 눕는 게 힘든 나는 임산부용 바디 필로우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침대가 좁아 남편은 매일 거실 소파에서 잠을 청한다.


새벽 시간이라 내일 일하러 가야 하는 남편이 괜히 깰까 봐 쥐가 난 다리를 하늘로 올려 손으로 겨우 주물러주고 반대편 무릎을 세워 쥐가난 다리를 그 위에 올려 쥐가 난 동아리를 꾹꾹 눌러줬다. 입에서 나는 신음소리를 최대한 줄이고 쥐를 풀어보려고 노력하는 중. 거실에서 남편이 나의 짧은 신음소리를 듣고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양손으로 쥐가 난 다리를 눌러주고 풀어줬다. 덕분에 근육이 금세 풀려 통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여보 어떻게 알았어?” 나는 놀라 물었다. 남편은 “나는 항상 대기 중이지. 큰 소리로 바로 부르지 왜 이렇게 고생하고 있었어!” 하고 말했다.


항상 나를 향해 귀가 열려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앞으로 더 힘들어질 임신 여정이 할만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러다가 또 갑자기 화가 불쑥 올라오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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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수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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