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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26주 차 바닥에 찰싹 엎드려 자고 싶다

by mam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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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볼록 누가 봐도 임산부처럼 보일만큼 나오기 시작했다. 허리 통증도 조금씩 찾아오기 시작하는데. 점점 그리워지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자는 것.


바닥에 엎드려 자본게 언제인지 생각해 보니 꽤 오래되었던 것 같다. 난임시술을 하면서는 배란주사를 맞으며 볼록해진 배를 눌러 괜히 조기 배란이 될까 걱정되어 마음껏 굴러다니며, 엎드려 자는 일도 피해왔고. 임신을 하면서는 물론 아가가 눌려 불편하고 잘못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피해왔다. 퇴근 후 바닥에 찰싹 엎드려 고개를 한쪽으로 돌리고 피로를 풀고 있는 남편이 안쓰럽게 느껴지다가 어느 날 혼자 저 편한 자세를 하고 누워있다는 생각에 괜히 심술이 나서 엉덩이를 찰싹 한 대 때리고 싶어졌다.


임신 중반기를 지나게 되면서 갑자기 남편의 등짝, 엉덩이 등을 찰싹 때리고 싶은 감정이 갑자기 불쑥 찾아와 나도 자주 놀라게 된다. 실제 참지 못하고 욱하는 마음에 나에게 등짝을 얻어맞고 당황해하는 남편과 눈이 마주치면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몰라 미안해진다.


오늘은 소파에 앉아 티브이를 보다가 갑자기 허리 통증이 크게 느껴졌다.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누워도 통증은 가시질 않았다.


그러다가 무릎을 바닥에 대고 소파에 가슴과 팔꿈치를 올려 기댔다. 그렇게 하니 볼록한 배가 아래로 향해 허리가 편해졌다. 마치 바닥에 엎드려 자는 듯한 감각을 조금은 경험한 것 같았다. 쌍둥이의 배는 정말 많이 나온다던데. 앞으로 배가 더 많이 나올 거라 두렵지만 주어진 조건에서 조금씩은 편해질 방법을 찾아가며 커가는 아기들과 내 몸에 적응해 나가야겠다 생각한다. 그런데 이 자세도 무릎이 아파 오래 하지는 못하겠다. 다른 방법도 찾아봐야겠다.


그러니까 아기들을 낳으면 마음껏 엎드린 자세로 잠을 청하고 싶다. 원 없이. 마음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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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수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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