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독신주의자 아니지?

결혼은 최고의 애정 표현

by mamang


마망 : 오빠 독신주의자 아니지?
오빠 : 응? 아니지 ㅋ 근데 그건 왜?
마망 : 음 아니야. 독신주의자 아니면 됐어.


연애를 시작하고 9개월 정도 지났을 무렵, 오빠가 하도 결혼 이야기를 꺼내지 않길래 답답한 마음에 물었다.


결혼이 최고의 애정표현이라는 알랭 드 보통의 말처럼 나는 따뜻하고 친절하고 사려 깊은 이 사람에게서 최고의 애정표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분명 엄청 잘해줘. 내가 제멋대로 감정이 들쑥날쑥해도 다 기다려주고 들어주고 이제는 믿음이 정말 많이 쌓여서 나는 오빠랑 결혼하고 싶어. 근데 말을 왜 안 할까? 독신주의자는 아니겠지?"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다가 내린 나의 결론은 독신주의자가 아니면 적지 않은 나이에 결혼을 꺼내지 않을 리가 없다는 거였다.


이것 하나는 확실하게 하고 가야지 싶어서 용기를 내서 이야기를 꺼냈다.




오빠 : 마망이 집 구조 바꾸고 치우는 것 좀 도와줄까?
마망 : 오빠 무슨 개수작이야?
오빠 : 허허


그 후 함께 살던 작은언니가 결혼을 해서 나 혼자 살게 되었다. 진정한 '나 혼자 산다'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고 내가 좋아하니 오빠가 기분전환 겸 집도 치우고 가구 구조를 바꾸는 것도 도와주겠노라며 운을 띄운다.


"왜! 이 핑계로 우리 집에 자주 오고 싶은 건가? 흥!" 하는 나의 반응을 보더니 오빠는 어색한 웃음을 짓는다.


그렇게 우리는 아지트를 꾸미듯 이케아에 가서 집을 예쁘게 꾸밀 조명, 침구류, 인형 등을 사 왔다. 그는 땀을 뻘뻘 흘리며 가구 구조를 바꿔주고 안락의자를 조립해주고 조명을 설치해줬다.


아주 많이 고마웠다. 그의 수고로움이 너무 감동스러웠다. 그렇지만 '최고의 애정표현은 결혼'이라는 말에 이미 너무 깊은 감흥을 받은 나는 독서녀 4인방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니 얼마나 더 이 집에서 살라고 이렇게 잘 꾸며주는 거야. 글쎄 내가 시리얼 보관통을 하나씩 사자고 색깔을 고르랬더니 나랑 같은 색깔을 고르는 거 있지? 결혼하면 같은 집에 살게 될 텐데 그럼 당연히 다른 색깔을 골라야 하는 거 아니야? 아니 잘해주지를 말던가. 잘해주기는 엄청 잘해줘 놓고 왜 결혼에 'ㄱ' 자도 안 꺼내는 건데!"


당시에는 내가 3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났다. 이 사람이 나랑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에 대해 집착하며 연애의 행복과 즐거움을 만끽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면 어서 각자의 길을 가야 하니까. 그때는 그게 30대인 서로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배려라고 생각했다.




지난 주말, 나보다 3개월 일찍 결혼한 친한 언니를 만났다.


결혼 전 나는 이 사람(남편)과 결혼하게 될까 정말 궁금했다는 말에 "30대의 1년은 영겁 같은 시간이야. 아니면 아니라고 빨리 말해주는 게 맞지. 조급 했을만해. 암만." 하고 언니가 맞장구를 쳐줬다.


"그래 맞아. 진짜 선택받기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이 사람이 나와 결혼할 생각이 있어서 연애를 시작하는 걸까? 하는 마음이 정말 조마조마했어." 이어서 나는 나의 프러포즈 스토리를 또 한 번 반복했다.


"그래서 만난 지 1주년이 돼도 이야기를 안 하길래 하루는 오빠를 내차에 태워서 남한산성에 데리고 갔잖아. 케이크에 '예쁜 껌딱지가 되어줄게'하고 써서. 그래서 결혼할 건데 말건대 했지."


"그래서 오빠가 뭐라셨어?" 언니가 묻길래 그 후 우리의 대화를 돌이켜봤다.


오빠 : 마망이 진짜 신여성이구나?
마망 : 아니 그래서 결혼한다고 안 한다고?
오빠 : 당연히 마망이랑 하지.
마망 : 그럼 됐어. 내려가자. 배고파.
(조금 지나서)
오빠 : 근데 궁금한 게 있는데, 내가 만약 결혼 안 하고 싶다고 하면 어쩌려고 그랬어?
마망 : 그럼 그냥 오빠를 남한산성 위에 내려주고 나는 내 차 타고 내려오는 거지. 걸어 내려오는 동안 반성하라고. 흐흐흐.


"암튼, 결혼하니까 너무 좋아.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만 있어도 불안하지도 않고. 연애할 때는 계속 불안해서 이거 했다가 저거 했다가 그랬는데."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후회되는 일이 참 많다. 결혼을 해야 내 인생이 완성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 '지금'의 행복은 나중에 올 행복을 위해 미뤄놓고, 우선 '결혼'을 해야 내가 더 행복해질 거라는 생각을 하는 것. 결혼은 진열대의 케이크처럼 누군가가 선택해주길 기다리는 거라고 생각했다는 것. "나이가 더 들면 값 떨어진다"는 회사 상사의 개소리를 너무 마음 깊숙이 넣어 가지고 다녔다는 것.


결혼을 하기 전의 나는 내가 누군가에게 선택받지 못할까 마음 한편으로 항상 불안했다. 또 그 후에는 상대의 마음이 변하지 않을까, 나에 대한 마음이 식지는 않을까 하며 다른 이름의 불안을 찾아갔다. 돌이켜보면 그 시간들은 이미 너무 예쁘고 소중한 나의 시간이었는데, 나는 항상 다양한 불안에 나름의 이름을 달아주며 괴로운 시간들을 보냈다. 그렇게 나의 시간들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라며 대충 보내버린 것 같아서 너무 아쉽고 속상하다.


나는 운 좋게 결혼을 하고 더 행복해졌다. 그렇지만 결혼이 우리 행복의 유일한 조건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내가 놓여있는 조건이나 상황은 나의 가치를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제는 더 이상 나중을 기약하며 내 행복들을 미루지 않기로 했으며, 내가 가지지 못한 것보다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기로 했다.




<두 달 전, 나의 뮤즈 오빠와의 대화>


마망 : 오빠 예전에 나 자취방 예쁘게 꾸며줬던 거 있잖아.
오빠 : 응. 기억나지.
마망 : 그거 내가 집에 좀 붙어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해준 거야? 하도 집에 안 있고 밖으로 다니니까?
오빠 : 오 그걸 알아버리다니. 마망이가 집을 편안한 공간으로 생각했으면 싶었어.


결론은, 나 혼자만의 시간도 불안하지 않게 해주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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