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떠나 주세요

해고 통지

by Massoud Jun


*** 회사를 떠나 줘



휴가에서 복귀해 본사에 출근했을 때는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 건설 본사에 합류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두 회사가 현대자동차로 넘어가 사무실에서는 감시 체제가 강화되고 근무시간에 사무실 근처를 배회하는 직원들을 찾아 나선 전문 임원들이 사무실 복귀를 지시했다. 현장에서 복귀한 김 위원은 건강상을 이유로 퇴사를 했으나 사실은 용 부장과 김 도화가 계속 현장에 있다면 자신이 나가겠다고 김 전무에게 담판을 지었지만 거절 당하고 다른 업체 토목 책임자로 가면서 나의 현장 복귀를 요청했으나 임 소장은 일언지하에 '쟤는 안돼'라고 말했다.


사무실 업무에서 배재 당하고 할 일 없이 무료하던 회사 생활은, 알제리 현장에서 김 위원과 후임자인 새로운 공구장이 보내오는 현장 공문서를 번역하거나 작성하면서 소일하고 있었다. 현장 복귀를 위해서는 10년 이상의 현장 경험과 전문 자격증을 제출해야 했지만 통역에게는 그게 없었다. 때문에, 프랑스어를 전공한 대학졸업생들이 자격증을 대신했으므로 그것도 제출할 수 없었다. 프랑스에서 오래 산 것은 무의미했고 알제리 경력은 짧았으나 문제가 되었다면 알제리 어디에서도 일할 수 없었을 것이 분명했다.


출근해도 할 일은 없었다.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도 이미 눈치를 챈 터였다. 김 수용은 내 요청에 뻔한 자격증과 10년 이상의 경력을 요하는 발주처의 공문을 보내왔다. 그 뜻은 발주처가 나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업무에서 배재되어 회사에 남아 있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는데, 김 위원은 끝까지 남아 있을 것을 권했다. 그동안 작성 중이던 '현장 최적화 플랜'을 완성해가고 있었다.


파리에서 알고 지냈던 건축 전문 후배 박성기를 소개해서 면접을 거쳐 사무실에서 같이 근무했고 성기는 한국에서 프랑스로 입양되어 간 건축 동기 토마를 소개해 알제리로 곧장 파견되었다. 실력과 인품을 겸비한 두 사람의 알제리 프로젝트 동참은 충분한 몫을 하고도 남을 만큼 역량이 뛰어났다. 단지 건축 일에만 메어두지 않는다면 더 큰 성과를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사무실에선 피엠이 부름을 받고 잠깐 면담했다.


"이제 할 일이 없으니 회사를 떠나 주세요"


공무 김경락 부장에게 부서 이동을 요청했으나 거부되었다는 말과 영업회의 때, 한류를 얘기하던 발주처 여사원으로부터 성추행 신고가 들어와 모하메드로부터 새벽에 전화를 받아 퇴사시키라는 압박이 있었다는 말을 전했다. 피엠에게 퇴사 이유서 작성을 요구했지만 현장 토목 담당과의 업무를 지속하라는 말로 무마시켰다. 퇴사 권유를 받은 다음 날부터 나는 출근만 하고 바로 퇴근했다.


그러던 하루, 모하메드를 비롯한 수칸, 모크리와 여자 임원을 포함한 발주처 인원들이 대량으로 사무실을 방문해서 회의가 진행됐다. 물론 나는 회의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있었다. 성기와 함께 모하메드, 수칸과 함께 담배를 피울 때였다. 수칸은 내가 떠난 사실을 몰랐고 모하메드는 비굴한 웃음을 지으며 내 자리를 알아봐 주겠다고 했다.


"날 뭘로 보는 거야, 모하메드? 너와 같이 일하고 싶지 않아! 현대도 마찬가지고! 현장에 있는 한국인들과 잘해 봐. 요리하기 쉬울 거야!"


그들은 빈 손으로 와서 양 손 가득히 선물을 받고 일주일여간의 체류를 마치고 알제리로 돌아갔다.


휴가를 나온 김 도화가 나를 보고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일을 보고 나가는 그를 뒤따랐다. 김 도화는 '돈을 빌려 달라고 해서 돌려주지 않는다, 고졸 출신이라 통역을 엉망으로 하니 통역을 받지 마라, 고졸 출신이라 업무 전문성이 없다'는 말들을 사람들에게 하고 다녔다. 현장에 더 이상 나타나지 않자, 그의 작전이 성공했는지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은 것이었다. 사무실 밖으로 따라나갔다. 없는 사실로 사람들을 현혹했던 얘기들을 따져 물었더니,


"너 같은 새끼하곤 말도 섞기 싫다. 꼴도 보기 싫다. 꺼져버려!"

"어이, 양아치! 넌 내가 반드시 조져 준다. 불쌍한 새끼!"


곧 김 수용도 휴가를 받으러 나타났다. 내가 쓰라고 준 아이폰 휴대폰을 뻔히 전력 본부에서 일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행정본부에 두고 나타난 김 수용은 '여기서 뭐하세요?'라고 말하곤 놀리며 웃었다. '이 새끼 봐라!'


1년 계약 기간을 채우고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현대엔지니어링을 나왔다. 뭐, 대기업이라 대단한 줄 알았다. 2012년부터 시작된 알제리 복합화력 발전소는 2020년에도 공사를 끝낼 수 없는 알리바바의 늪에 빠졌다. 성기와 토마가 무엇보다 소중했지만 그들은 인재 사용법을 모르는 것 같았다. 두 번 다시 한국 기업에서 일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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