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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ssoud Jun Apr 09. 2020

코로나 때문에 거부당한 구치소 썰 2

첫 구치소, 부산 주례 구치소


*** 첫 구치소 경험



 사람이 아무도 없는 지하철 철로에서 나는 김 성한을 노려보았다. 내가 쓴 특수부대용 고글은 그가 따귀를 때린 덕분에 비뚤어져 있었고 김 성한은 미동도 않고 서 있었다. 지금부터 공격을 해서 반 병신을 만들어 줄까, 찰나의 고민을 하는 사이, 이 순간은 참아야 한다며 참을 인자를 새겼다. 


 김 성한은 삼성중공업에서 수행한 노르웨이 토탈사의 '마르틴 랑게' 프로젝트에서 내가 잘 아는 외인부대 동료, 한 성균을 만나 그의 카리스마에 혀를 내둘렀다고 했다. 마르틴 랑게의 토탈 프랑스사, 시행 매니저는 내가 잘 아는 프랑스 육군 사관학교 출신의 베르트랑이란 인물이었지만 내가 보여준 사진에서 외인부대 출신 한 성균이 누구인지, 베르트랑이 누구인지도 특정하지 못한 거짓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 후로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를 이간질하고 툭툭 치던 놈이었다. 우선은 참고 보아야했다.


 김 성한은 소장에게 일러바치겠다며 자리를 떴다. 


 업무가 끝난 새벽 4시, 김 성한은 지하철 역무연실 한 켠에 마련된 소방 배관 작업반들이 옷을 갈아 입고 작업을 준비하는 곳에서 손을 씻고 있었다. 그에게 다가가 '사과해'라고 요구하자, 줄행랑을 쳤다. 그 때 그의 따귀를 올려 붙인 것이었다. 왼손으로 따귀 두대, 다시 왼 손으로 배를 한 대 손 바닥으로 쳤다. 그는 곧장 경찰에 신고를 하러 자리를 떠났고 현장 반장이라던 두 살 어린 놈이 '어이, 전씨, 김 성한씨가 당신 일 안하고 농땡이 부린다던데 어떻게 된 거요?' 하고 내 발길을 잡았다. 


 20명도 안되는 현장 일꾼들은 같이 일해도 모두 분산 되어져 있었기 때문에, 그의 반장 역할은 아무런 의미도, 역할도 없었다. 반장이면 주변 사람들의 업무를 인지하고 해야할 일을 처리하는 반면에, 누가 현장 업무에 적합한지 파악해야 했지만 소장도 반장도, 부장이니 상무니 하는 인간들도 그런 것엔 관심없이 빨리 일을 끝내는 것만 관심을 가졌다. 하여튼, 일하는 거 외에 인간적이거나 정상적인 걸 노가다판에서 기대한 내 탓이 컸다!


 그러는 사이 경찰이 왔고 김 성한은 경찰과 관리자들 사이를 방방 뛰듯이 오가면서 


"저 사람이 저를 때렸구요, 여기 여기 요렇게 저를 주먹으로 쳤구요, 회사 욕하고 다니면서 서울시에 민원을 넣어 회사에 먹칠을 했구요, 경찰관님들! 저 사람 저를 때렸는데 현행범이니 체포하세요, 당장!"

"자극하지 마세요!"


 경찰 한명이 김 성한을 향해 큰 소리로 명령하자 조용해졌다. 경찰은 내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용히 물었다.


"우선, 김 성한은 현장에서 일은 안하고 눈치만 보았고 3일 동안 제가 일한 것에 반정도만 했습니다. 그래서 소장에게 같이 일 못하겠으니 바꿔달라고 요구했습니다만 오히려 김 성한에게 갑질을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에, 저는 '너 나한테 갑질하냐?고 물으니, 어따 대고 너, 너야, 이 새끼야! 라고 욕했습니다. 다음, 소장이 나한테 갑질하라고 시켰냐?고 물으니 '소장한테 물어봐 새꺄!'라고 욕했습니다. 그럼에도 참았습니다. 세번째, 지금 한 판 붙자는 거냐? 물었더니 '한 번 해보자 새꺄!' 그래서 한대 때렸더니 똑 같이 뺨을 때렸습니다. 계속하다간 죽여버릴 거 같아서 일단 참고 좀 전 4시에 세수하고 있는 저 놈에게 가서 사과해라고 물었는데 도망가서 따귀를 때렸습니다. 그게 답니다."


"그러시면 1차에 이어 두 번째란 말씀이시죠?"


"맞습니다!"


"그럼, 단순 폭행입니다. 일단 서에 동행하셔서 조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동행해 주시죠!"


 그렇게  경찰들은 내 몸에 손대지 않고 경찰차를 타고 북부 경찰서로 갔지만 조서는 김 성한 혼자서만 꾸몄다. 나는 밖에서 하릴 없이 담배도 피면서 커피도 마시다가 내 차례를 기다렸다. 김 성한이 1차로 나를 폭행했다는 진술을 하는 모양인지, '살살 때렸어요, 살살'하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당시 나는 조깅으로 10km 왕복 20km 출퇴근을 하고 주말마다 산행을 했으므로 체력과 건강상태가 아주 양호했다. 경찰들이 내 몸에 손을 댔더라면 몇 명은 쓰러뜨렸을지도 몰랐을 정도로 경찰, 검찰,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마이너스였다. 


 나에 대한 조서는 이뤄지지 않았다. 다음 호출때 오라는 요청을 하고 귀가시켰다.





*** 부산 주례 구치소, 아주 먼 옛날



 24세 때, 부산 사상구 경찰서, 수면제 40알을 먹고 온 몸에 기름을 끼얹은 나는 수갑을 차고 경찰서 한 켠에 앉아 있었다. 눈은 풀려 있었지만 의식은 또렸했다.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무슨 짓을 하려 했는지! 아무런 감정 없이, 분노도 없이 가만 앉아 있다가 경찰이 이끄는대로 일어서려는데, 경찰 하나가 들어와 '저 새끼야?' 하고 내 턱에 주먹을 갈겼다. 중심을 잃고 무릎이 휘청거리다가 일어섰다. '저 새끼 쇼하네!' 경찰이 다시 수갑을 차고 있는 내게 폭력을 행사하기 위해 달려 들자 주변 경찰들이 말렸다. 


 1:1이었으면 10초 안에 땅바닥을 기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복싱 코치가 직업이었던 때였다. 구치소에 감금되고 시간이 지나자 수면제의 효과가 나타나는지, 나도 모르는 신음이 흘러나왔다. 심지어 나중에는 악을 쓰고서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러온 경찰들에 의해 병원으로 끌려갔다. 그 때까지 약을 먹었다는 사실을 몰랐던 모양이었다. 응급실에서 위 세척이 시작되고 고통에 병원이 떠나갈 듯한 괴성을 몇 번을 지르고서야 의식을 잃고 먹은 음식들과 더불어 약물을 토했다. 


 정신이 몽롱한 사이, 내 몸이 병실에 누워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내 시선은 천장에 있었다. 그 느낌이 하도 이상해서 정신은 정상인듯 한데, 모든 힘을 잃고 누워 있는 측은한 모습을 무감각하게 내려 보는 신기한 경험은 곧 간호사가 내 몸을 닦아 내는 것을 느끼면서 서서히 깨어났다. 간호사의 몸짓이 응급실 침대 밖으로 널브러진 손 길에 가끔 스치는 것이 느껴졌다. 스치는 것인지, 몸의 한 부분을 비비는 것인지 정신 나간 그 사이에도 강렬하게 느껴졌다. 


구치소. 한겨레 발췌



 주례 구치소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미결수 방들은 소매치기범, 조폭, 강간범, 화재 미수범, 폭력범이 모여 사는 방에 들어가 첫날부터 보고를 하기 위해, 방장이 주는 종이에 적힌 내용을 익히며 벽을 마주하고 있었다. 일과가 끝나고 교도관들이 퇴근하고 당직만 남은 밤이 되자 익혀 두었던 종이의 내용을 큰 소리로 말했는데, 이름, 나이, 범죄 사실을 악다구니 쓰듯 큰 소리로 말하는 의식이 끝나자 본격적인 신참 신고식이 시작됐다. 


 덩치가 큰 나이 어린 강간범이 엎드린 채로 등 위에 나를 눞혔다. 내 팔과 두 다리를 양팔로 꼼짝 못하게 하고 두 다리는 다른 죄수들이 잡았다. 방장은 곧 내 바지를 내리고 물건을 꺼내더니 금방이라도 빨 것처럼 얼굴을 거기에 갖다 댔다. 기겁을 하고 반항을 하려다가 그제서야 왜 이런 자세를 취하게 했는지 이해가 됐다.


"와 캅니까! 에이 씨!"


 갑자기 힘을 주어 몸을 뒤틀자 쉽게 그들의 결박은 풀어졌다. 후다닥 일어나 아랫도리를 추스르고 싸울 자세를 취하자 정작 놀란 것은 그들이었다. 


"개한타 마, 앉아라!"


 조폭 출신의 준수한 얼굴의 근육질에, 온 몸에 문신을 한 방장이 그렇게 말했다.

그렇게 그들과의 얼마일지 모르는 동거가 시작되었다. 그들은 내가 받게 될 검사의 구형에 대해 별 일 아닌 듯 말했다. 초범이고 피해가 없으니 집행유예로 풀려난다는 거였다. 그렇게 처음 검사를 만나러 수갑을 차고 검사 방으로 들어간 날, 누군가가 서류 결제서를 가지고 와 내 머리를 툭툭 기분 나쁘게 쳤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냥 기분 나쁘라고 치는 모양이었다. 검사는 내게 질문하고 답변하기 시작하니,


"내가 니 얘기를 왜 들어야 돼, 새끼야?"


 하고 얼추 비슷한 나이또래가 반말에 답변한다고 다시 결재철을 든 누가 와서 머리를 툭툭 쳤다. 


 내가 경험한 24살의 첫 검, 경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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