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ssoud Jun May 01. 2020

​코로나 때문에 거부당한 구치소 썰 6

평택 경찰서와 검찰청



*** 현재



늦게까지 치맥을 먹으며 글을 쓰고 영화를 보다가 보니 어느새 11시가 다가왔다. 택시를 타고 온 평택 경찰서 입구는 의경 두 명이 지켰다. 그냥 스쳐 지나가려니 의경 하나가 나를 불렀다.


"벌금 때문에 수배가 되어서 자수하러 왔습니다"

"혹시 술 드셨나요?"

"보시다시피 마셨습니다"

"주취자는 서내 진입이 불가능합니다. 술 깨고 내일 오십시오"


 의경이 당당하게 말하곤 고개를 돌려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다. 


"수배 걸린 사람이라니까!"

"반말하지 마십시오!"


 20대 초반의 앳되어 보이는 의경의 말에 '똑똑하네' 한마디 하곤, 수배가 걸려 당직 중인 형사를 만나 해결을 해야 한다고 말했으나 요지부동이었다. 고개를 돌리고 무조건 안된다고 말하는 어린 의경은 어느새 구타를 유발하고 있었다.


"책임자 불러주세요"

"제가 책임잡니다"

"기가 차네, 기가 차! 언제부터 의경이 경찰서 책임자가 됐노?"


 수배가 걸렸는데도 못 들어가게 하고 되바라지게 의경이 책임자라고 말하는 현실을 마주하기 힘들었다. 처음에 똘똘해 보이던 의경도 이제는 내 앞을 가로막고 옆으로 서서 열중 쉬어 자세를 하고 있는 모습이, 근무 중 미션을 행사한다기보다 자극적으로 폭행을 유발했다. 상대도 하기 싫다는 의연하고 결연한 자세는 술 취한 민원인을 경찰서에 들이면 안 된다는 1차 적인 지시 이행 이외에, 민원인을 무시하고 수배자가 자수하러 왔음에도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처리를 하지 않았으며, 경찰도 아닌 의무경찰이 권한을 넘어선 오만한 남용을 했으니 그의 관등성명을 요구했지만 주지 않겠다고 했다. 


 폭행은 단순하게 일어나지 않는다. 폭력을 일상으로 삼는 조폭의 삶과는 비해, 일반 사람들이 폭력을 행사할 때는 상대적인 약자들에게 자신의 폭력성이 일상화되는데, 대부분 남자가 여자에게 행하는 구타가 그렇다면, 그보다 더 순식간에 일어나는 단순 폭행은 대게 상대의 언행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이 의경은 상대가 술을 마셔 의식이 올바르지 못하다는 단 하나의 판단으로, 자신이 경찰서 앞에서 민원인들을 안내해야 하는 의무를 저버리고 농락하고, 이제 새파랗게 세상에 나온 어린 친구가 앞을 가로막아 상대를 똑바로 보지 않고 집으로 돌려보내려는 태도는 순간적으로 구타를 유발했다. 


 하마터면 따귀나 욕설을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대처였다. 하긴, 경찰서에서 취객을 들이지 말라는 명령을 하달했다면 단지 그 명령만을 수행할 의경의 입장에서는 나무랄 데 없는 대처였겠지만 그런 명령을 내린 자를 찾아 따져봐야 할 문제였다. 




*** 평택 검찰청



평택 지방검찰청


  의경의 사진을 찍고 택시를 타고 평택 검찰청으로 이동했다. 23시 30분경이었다.

 검찰청 민원실에 두 명이 자리에 앉아 있다가 내가 들어가자 시선이 집중됐다. 


"수배 중이라 자수하고 벌금 50만 원 중에 20만 원 지불하고 나머지는 구류 사려하는데요?"


 신분증을 제시하면서 온 목적을 설명했다. 두 사람이 벗고 있던 마스크를 썼다. 안내 데스크의 직원이 신분증을 받고 컴퓨터로 신분을 확인하는 사이 다른 데스크에 앉아 있던 직원이 동료의 컴퓨터 스크린을 확인하며 말을 걸었다. 


"선생님은 분할납부 대상이네요. 요새 코로나 때문에 구치소 구류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선생님이 코로나 양성인지 확인할 길이 없으니까요. 그건 그렇고 어디에서 연락받고 오신 겁니까?"


"진주 검찰청에서 전화 와서 분할 납부 대상자라는 것 확인했습니다. 구류 살겠다고 하니 그렇게 해도 상관없다고 말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안된다니 동의하기 힘드네요. 여긴 사전 검사 시스템이 없습니까?"


"있습니다. 일과 중에 오시면 당연히 검역 실시하고 들어가야 하지만 선생님은 자정이 다 된 시간에 술을 드시고 오셨는 데다 진주 검찰청에서 그렇게 해도 된다는 말을 믿을 수가 없네요"


"네? 아니, 수배 걸린 사람이 자수하러 왔고 구류를 살아도 된다고 알고 있고 진주 지검에서 전화 온 걸 믿을 수가 없다니요? 그런 거짓말을 왜 합니까?"


"XXX 씨! 지금 술 마시고 행패 부리는 겁니까? 당신이 말하는 진주지검에 지금 전화해서 알아볼 수도 없고 구치소에 코로나 때문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말했는데도 계속 들어가겠다고 우기니 행패 부리러 온 게 아니면 뭡니까?"


 직원이 호칭을 바꾸고 꾸짖듯이 나무랐다. 호구로 보이는 모양이었다.


"이야, 대단합니다! 녹취라도 해서 세상에 알리고 싶네요! 성함이 어찌 됩니까?"


"녹취하세요! 내 이름은 김세의이니 마음대로 하세요!"


 지금까지 훈육하듯이 꾸짖던 직원이 뿔이 났는지 목소리를 높이면서 내 목소리도 높아졌다. 그가 술 마시고 행패 부리러 왔다는 말이 꼬투리를 잡아 주눅 들게 만들려는 의도로 파악했고, 경찰서에 흔히 만날 수 있는 경찰처럼, 그들이 범죄자를 잡는 행정 집행자로서의 권위로 민원을 해결하기보단 사람들을 훈계하고 교육하려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내 분노를 자극했다. 


 아무리 그들이 행정 집행부의 권력을 가진 자들이라 하더라도 명백하게 민원을 해결해야 하는 직위에 있었으므로 서비스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고, 아직 두 가지 민원을 해결하기도 전에 술을 마셨다 하더라도 행패를 부린 사실이 없었으므로 김세의의 말은 추한 권력의 하수인이 행할 수 있는 위력을 행사한다고 보았기 때문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내가 등신으로 보입니까!"


 하고 화를 냈다. 그러자 그때까지 침묵을 지키며 컴퓨터를 들여다보던 직원이 자신이 맡겠다는 신호를 김세의에게 보내고 침착한 어조로 내게 말했다.


"선생님은 이성을 상실할 만큼 취객으로 보이지 않고 타당한 문의를 해주셨습니다. 일단 화를 푸시고...... 그런데, 현재 신용카드 결제가 되지 않으니 한 시간 정도 후에 다시 들러 결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의 차분한 어조에 화가 풀렸다. 그러나,


"그럼, 한 시간 동안 구치소 구류도 못살고 저는 하루를 잃어버립니다. 그렇게 되면 제가 주말을 이용해서 구류 3일과 벌금을 내고 이번 건을 해결하려 했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나머지 민원 두 건을 처리해주십시오. 제가 경찰서에 평택 삼성반도체에서 같이 일하던 김동현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는데 기각된 거 재수사해주시고요, 지금 이 벌금 건 관련해서 왜 한 가지 사건으로 두 번 나누어서 처리했는지도 민원처리해주십시오!"




작가의 이전글 코로나 때문에 거부당한 구치소 썰 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