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ssoud Jun May 30. 2020

프랑스 식민지 3, 프랑스인 감리 대장 조셉

감리와 시공사



“시내에 볼 일 보러 나갔는데 지금 즘 들어올 것입니다”

“언제 즘 들어올지 알 수 있을까요?”

“전화를 해볼 게요”

“30분 정도 걸린답니다”


통화를 한 여자가 말했다.


“당신은 부인인가요?”

“아닙니다. 딸입니다. 리브르빌에서 일하다 건강이 나빠져 휴양 겸 돌아왔습니다”


여자가 단정하게 앉아 대답했다.

초가산간이랄 수 있는 목재 주택 앞에 걸린 국기인지, 마을 이장이 사는 표시임에는 확실한 깃발이 조용히 나부끼고 태양의 열기가 소멸해가는 시간대에, 그늘 아래 여인은 다소곳하게 고개를 숙여 낮은 음성으로 묻는 말에 답했다. 그런 모습이 병색인지 성격인지 가늠할 수 없었.


만약 우리가 현장 인부들에게 식사를 요청하면 저기 있는 정자에서 식사를 제공해 줄 수 있나요? 보통 일주일 이내의 시간이 걸리는데 이 현장은 작업이 거의 끝나 늦었고 만약 다른 마을에서 신청한다면 식사 제공과 장비들 세워 두는 게 가능한지 문의드리는 겁니다”


“오, 그렇게 하면 저희 마을 사람들에게도 좋고 인부들에게도 좋을 것입니다. 장비는 마을의 빈 공터에 세워 두시면 아무 문제없으니 저희는 일도 하고 한국인 프로젝트를 위해 도움도 주고 얼마나 좋을까요!”


“말씀 감사합니다. 촌장님을 더 기다릴 시간이 없으니 제 의견을 전달해 주세요! 다음에 기회 되면 다시 오겠습니다”


 둘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마을 시작점에 있는 현장으로 갔다. 마을 수도 배관이 파손된 곳에 네 군데였다. 그 곳에 사람들이 없으면 시작점에 있을 터였다. 신 부장을 포함한 원청 직원들과 기술 감리 조셉이 감리들을 이끌고 현장에 도착해서 민감 사안에 대해 지적하고 있었다. 민 과장도 아몰랑도 자리에 없어 효준을 발견한 조셉이 반색을 하곤 효준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저렇게 주 수도 배관이 깔려 직선으로 나가다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가봉 사람들은 돈을 더 달라고 요구해 윤. 자신들의 작업 반경을 벗어났으니 돈을 더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걸 염두에 둬야 해!”


 설마 그렇게 까지야……, 효준이 놀라워하자 조셉은 윙크를 했다. 가봉 애들의 의도를 파악하라는 의미였다. 하긴 효준이 좀 전에 목격한 이들의 의도에 경악하고 있었다.


 감리회사 아즈텔코는 프랑스 회사였고 가봉은 프랑스 나와바리였다. 그런 이유로 한국 회사가 이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에 대한 장치로 프랑스 감리회사가 지정되었으며 한국 업체에 우호적이지 않게 까다롭게 군다는 얘기를 올 때부터 들었던 터였다. 효준은 감리회사를 경험해 본적이 없었고 업무의 범위와 하는 일도 잘 몰랐지만 한국에서 떠도는 소문은 자주 뇌물을 바치거나 향응을 해야 한다는 것 정도였다. 거기에 비하면 조셉의 반응이 효준에겐 호의적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가봉에서 자신들의 나와바리를 빼앗겨 버린 프랑스인 현장 감리대장 조셉이 한국인 편을 들어줄 리가 만무했고 민과장과 더불어 모든 한국인들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 또한, 감리들은 현지인들 중에서도 초고액 연봉을 받았음에도 감리 한 명과 정부에서 나온 관리들은 자주 뇌물을 요구했다. 에바나 스티비는 그런 요구가 없었지만 장은 노골적으로 원했다. 물론, 한국 기업과 한국인들을 아주 봉으로 생각하며 돈을 요구하는 일인자는 알로고였음에도, 발주처 파견 직원이라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조셉을 상대로 이의를 제기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민수가 보여준 에바의 비상식적인 부적격 판정과 아직 그들이 정의 내리지 못한 높이에 관한 확실한 담판을 지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조셉이라면 대화가 통할 것 같았고 마땅히 해결해야할 사안이었다. 중요한 것은 수에 비해 시공사 현장 매니저인 신 부장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은 눈치라 지금까지 방어적인 태세를 유지하다가 남수가 적극적으로 회의에 가담하자 하나씩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가고 있었다.


왼쪽부터 스티비, 장, 신 부장, 효준, 조셉, 에바, 정부 관리 둘



 그들이 떠나고 워라가 가지고 온 수도 배관 부품을 살펴보았다.

워라가 카메룬까지 가서 알아봤지만 결국 수도 배관 수리업체에서 찾았다면서 가져온 부품은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쌌다. 40미리 배관은 마을의 인부집에 남아 있던 여분을 가져왔다. 그러나, 설치를 하기 위해선 수도 배관 업체를 수배해야 했으므로 약속했던 업체는 조금 늦게 도착했다.


 그러나 발전기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다행히 인부의 집에 발전기가 있어 빌렸더니 이번엔 기름이 없었다. 그는 기름 값을 따로 요구했다. 이쯤 되자, 효준의 황당함도 한계에 다다랐다. 이제야, 이들이 장비의 기름을 빼돌려 자기 집에 두고 한국인들에게 되팔아 먹는 심증을 확인하는 듯했다. 미슬랑은 수도 배관도 가지고 있었고 발전기도 있었지만 기름을 1리터짜리 음료수 통에 담아 두고 있었던 것이다. 야간 작업을 하면서도 기쁨에 젖어 웃고 있는 미슬랑의 모습이 탐욕스러워 보였다.


“이봐 알랭, 네 발전기가 작동하지 않으니 발전기 값을 빼! 그리고 미슬랑은 당연히 기름 값도 빼. 기계 사용은 당연히 기름 포함되어야 해!”


 그 둘은 동의하지 않았다. 일과시간도 끝나고 어두워졌고 두 명만 지명한 인부도 야간 수당을 줘야 했기 때문에 효준은 오늘 작업은 여기서 끝내고 나머지 작업은 다음에 한다고 결정을 내렸다. 그제서야 그들은 꼬리를 내렸다. 대신에 현금을 요구했다. 어차피 계좌도 없으니 현금으로 줄 수밖에 없었다.


 해는 지고 어둑해져 가는 시간에도 작업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술 취한 누군가가 우리 작업장에 나타나 고성으로 아프리카 원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친구였는데 주변 친구들 말을 들으니, 자신의 계약이 끝나 일찍 퇴사한 직원인데, 막무가내로 월급을 달라고 떼를 쓰는 것이었다. 지금은 돈이 없고 급여 일이 며칠 남지 않았으니 그때 와서 받아가래도 막무가내였다.


"난 그 돈이 필요해! 우리 어머니가 아프단 말야! 병원비를 대줘야 해! 그러니 지금 지불해줘!"


 가봉에는 장례식이 자주 있었다. 진짜인지 거짓말인지 2주에 한 번 지불하는 급여일이 며칠 남지 않아도 금방 필요하다고 떼를 쓰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래도 안되면 가족이 변을 당했다는 말로 눈물을 흘리는 것이 그들이 쓰는 수법이었다. 여유 자금이 있다면 퇴사를 하는 날 지급해도 상관 없을 재무 관리를, 꼭 급여일에 번잡하게 할 필요가 없었음에도 이런 소리를 직접 경험하니 어처구니도 없고 그 며칠을 기다리지 못해 근무 일정표를 가지지 않은 효준에게 와서 악다구니를 쓰는 그에게도 답이 없어보였다.


 도저히 진정될 기미가 없는 그에게 동네가 떠나가도록 고함을 지르고서야 그는 물러갔다. 그의 말이 안되는 요구에도 말릴 생각을 하지 않는 작업자들도 그러했고 이제 밤이 어두워 돌아갈 차량이 없는데도 마지막 마무리를 보고 가야했다. 멀리 선두에 섰던 한국인들은 귀가 중에 신경도 쓰지 않고 가버렸고 어둠이 진 도로가에 남아 있던 인원들이


 작업이 끝나자 밤 9시였다. 차량 지원도 없이 효준은 알랭의 차를 얻어 타고 호텔 숙소에 도착했다.

작가의 이전글 프랑스 식민지 2, 아우아 마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