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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ssoud Jun May 25. 2020

프랑스 식민지 2, 아우아 마을

아우아 마을



 팔의 안내에 따라 오옘 독립 광장 근처의 식당에 앉았다. 오옘에 들어오자 마자 만나는 시청을 지나 만나는 독립 광장 끄트머리 로타리에 있는 허접한 식당 주변엔 그만큼 허름한 공구상들이 줄지어 있었다. 바로 밑으로 예전에 왔던 호텔 레스토랑이 있었지만 너무 비싸고 늦게 나와, 일반식당이 입맛에 맞았다. 음식의 종류는 다양하지 않았지만 생선을 튀겨 소스를 곁들여 쌀밥과 함께 현지 고추장에 비벼 먹으면 그럭저럭 먹을 맛이 났다.


 만나는 사람들도 정감이 갔고 테라스에서 먹는 거라 주변 풍경을 구경하기에도 좋았다. 팔은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았고 불필요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묻는 질문에 대한 군더더기 없는 대답 외에도 자신의 업무 처리가 깔끔했다. 어느 회사에서도 신임받을 만큼 언행이 출중할뿐만아니라, 인물도 좋았다. 현장에는 팔 외에도 마담 이렌느와 공구를 담당하는 친구들도 말 없이 맡은바 임무에 충실하면서도 불필요한 언행을 하지 않아 신뢰가 갔다. 효준은 그들을 향한 신뢰가 깊었다.


“이봐 팔, 쥐스탕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무슈 윤, 가봉인들 대부분의 멘탈이 그렇습니다. 당신 앞에선 말을 잘 듣고 동의하는 듯하지만 가봉 멘탈은 언제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수치심도 없이 거짓말이 일상화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제대로 된 팀원을 만들고 팀워크를 만들 수 있지?”


“제 생각에는 현장을 직접 다녀보면서 진짜 성실한 친구들을 찾는 것입니다. 좋은 사람들은 많지만 한 번 만들어 놓은 시스템은 바꾸기 힘들죠”


“보스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 말인가?”


“그렇습니다. 유감스럽게도 현장에선 너무 많은 도둑질과 거짓말이 횡행합니다.”


“잘 알고 있어. 너는 해결책이 있나?”


“오 무슈 윤, 저는 행정 직원일 뿐입니다”


“내가 보기엔 직원들 채용이 아주 잘못된 것 같아. 토목 엔지니어 엘라는 우리 일보다 감리와 알로고와 더 깊은 유대관계가 있고 일부러 작업을 지연시키는 것 같아. 대체 인력들이 필요해!”


“거기까지 대책 마련을 해 두셨군요!”


“못하지. 내 일이 아니니까. 말해도 소용없고. 네 의견을 말해봐”


“코노빌 야적장엔 팀장을 확실히 바꿔야 합니다. 다니엘은 무능한 것을 도둑질로 무마시켜 주고 있고 엘라는 알고 계신 것과 같습니다. 한국인들은 너무 순진합니다.”


“보스에게 얘기했어?”


“관심도 없는 것 같고 무슈 윤이 처음 물어본 것입니다!”



 효준은 아우아 마을에 내리고 팔은 사무실에 복귀시켰다.

민수가 그 곳에서 터파기를 하던 인원들이 파괴한 마을 수도 배관 보수를 위해 민병대 출신 워라에게 부품을 준비했으니 나머지 업무를 완료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던 터였다. 마을엔 주 수도배관이 있었지만 항상 제공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마을 자체에서 만든 물탱크의 수도 배관이 파손된 것이었다.


 아우아 마을은 다른 마을들에 비해 정리정돈이 잘 되었을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정원과 잔디를 갖추고 집도 다른 마을들에 비해 세련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2키로미터에 달하는 마을 길이에 넓게 펼쳐진 잔디도 관리하기 어려울텐데도 항상 깔끔하게 정리되었고 마을 뒷 편의 정글에선 언제든지 짐승이 뛰어나올 만큼 웅장했다. 그 느낌은 밤이 되면 야생 동물들에 의한 공격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될 정도였다. 그것은 기우였다. 같이 일하는 친구들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며 염려를 일축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찍은 뱀이나 야생의 야수 사진은 그 야생감만으로도 공포감을 불러 일으키기에도 충분했다. 그렇지만 이 정글엔 전갈이나 모기보다는 이름을 알 수 없는 괴상한 벌레들이 한국 사람들을 괴롭혔다. 그나마 효준에겐 아프리카 생활 5년 동안 한 번도 아파 본 적이 없다는 게 체질에 맞았다.


 이 곳도 오랫동안 이 문제 때문에 작업이 지지부진 했다. 마을 사람들은 수도 배관을 고치는 것뿐만 아니라 항상 꼭 같은 품질의 것으로 고쳐 달라는 요청을 했기 때문에 그런 일이 생기면 오래된 부품을 찾는다고 모두들 철물점을 뒤진다고 정신이 없었다. 너무 오래된 배관이었기 때문에 구하는 것이 어려워 국경 넘어 카메룬까지 가야만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알아보니 비탐 시내 수도배관 설치 업체에서 부품과 장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그 것뿐만이 아니었다.

마을 사람들이 자신들을 채용하지 않으면 이 마을 앞에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못한다며 다시 한 번 엄포를 놓았던 것인데, 민수는 마을 터파기 담당자 엘라에게 지시해서 인원 채용을 맡긴 이후로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무작정 기다리기만 했다. 그건 마을 인부들이 파손한 배관들이었다. 엘라는 이 곳의 작업 완료를 일주일로 잡았지만 벌써 2주가 넘어가고 있었다. 빌리 마을 인부들도 벌써 일주일을 넘어가고 있었다. 엘라의 자질이 의심스러웠지만 현장 소장은 이미 건드리지 못하는 거물이었고 민수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대체 인력이 없었다.


 효준은 마을이 끝나는 지점부터 네 곳의 파손된 수도 배관을 확인하기 위해 관로를 따라 걸아가면서 배관을 하나씩 확인했다. 수도배관 치고는 조금 굵은 검은 배관을 구덩이로 내려가서 확인해 보았다. 배관은 꽤 굵어서 웬만한 힘으론 파손되기 힘들 정도였지만 꽤 굵게 반 즘 끊어졌거나 아예 두 세 군데 구멍이 나 있는 곳도 있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파손 거리가 30여미터로 짧았다. 관로 옆으로 도로 끝부분에 시멘트로 된 수로가 설치되어 있어 직선으로 뻗은 관로여서 시멘트 끝단만 따라가면 될 터였다. 더욱이 마을 사람들이 묻었다면 그 길도 뻔히 알 텐데 끊어진 것이 이해가지 않았다.


잘 정리된 마을 뒷편은 정글로 이루어져 있다.



 마을 중간 즘에 위치한 세 번째 파손 배관은 짧은 반면에 10여미터 거리로 두 군데가 파손되었는데 고의성이 눈에 뻔히 보였다. 배관은 휘어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해서 명백한 일직선임에도 같은 위치에서 두 번이나 파손된 것이 의도된 것임이 명백했다. 그제서야 효준은 아우아 마을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작업이 더딘 이유를 파악할 수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이로 인해 더 오랫동안 일을 할 수 있고 마을은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이 여기에 도달하자 천사의 얼굴을 한 이들의 등 뒤에 숨겨진 칼이 번득이며 효준의 뒤통수를 쳤다. 사람들이 모여 있을 마을 입구로 향하는 동안 마을 정자에서 농땡이를 치던 인부 둘이 후다닥 몸을 숨겼다. 손을 들어 부르자 머쓱하게 벗던 작업복을 입고 나타났다.


“삽도 가져와”


 효준이 인부와 어깨 동무를 하고 씨익 웃어 보였다.


“들켜서 슬프냐? 너 해고하면 마체티 들고 한국인들 위협할 거냐?”


 인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위축된 표정으로 주눅들어 있었다. 둘은 마을 촌장 깃발이 있는 곳에 도착해 문을 두드렸다. 마을 인부는 자신에게 해코지를 할까 봐 걱정을 하는 듯했다. 어깨를 토닥거려주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변함이 없었다. 어떤 여자가 나왔다.


“안녕하세요 마담? 촌장님은 어디 가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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