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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ssoud Jun Aug 30. 2019

거제 경찰서

그리고 고용 노동부 통영 지청



*** 거제 경찰서



 시간을 내서 경찰서를 찾았다. 야간 시간이라 경찰서엔 야간 당직 형사 몇 명이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다. 조폭이 칼을 들고 방으로 와 협박한 내용에 대한 고발이었다. 내 얘기를 듣던 경찰이,


"시간이 꽤 지났는데 왜 이제 와서 신고하십니까?"

"그때는 신고 여부가 성립되는지 몰랐고 이제 와서 하는 것과 무슨 상관있습니까?"

"상관있습니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그때 바로 신고하는 것과 시간이 지나 하는 것은 엄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어쨌든 특수 협박으로 고발하겠습니다"

"증거와 증인이 있습니까?"

"두 명 있습니다."

"그 사람들의 증언이 확보되었습니까?"

"항상 칼을 갖고 다니는 애고 방바닥에 칼을 찔렀던 흔적도 그대로 있습니다. 증언은 경찰이 확보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담당 형사들은 어떻게든 돌려보낼 생각인 모양이었다. 서서히 내 얘기를 회피하기 시작했다.


"칼을 갖고 다니는 것은 범죄행위가 아닙니다. 그냥 갖고 다닌다고 말하면 뭐라고 하겠습니까?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그 사람과 친해서 그런 일 없다고 진술하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래서 고발 접수 안 한다는 얘깁니까?"

"고발하려면 증인들의 증언을 확보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더 얘기해봤자 소용없을 것 같았다. 사건이 나야 현장에 달려가는 자들이 경찰이었고 사건이 나기 전까지 방치하다가 못 참고 폭력이라도 휘두르면 득달같이 달려와 조서를 꾸미는 자들이 경찰이었다. 경찰서에 문을 열고 들어가면 문 뒤에 한 사람이 숨은 듯 있었다. 눈 앞에 보이는 경찰이 '무슨 일로 왔느냐'라고 물으면 자초지종을 듣고 사건이 되지 않는다 싶으면 돌려보내는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담당 형사가 하는 말이 가관이었다.


"칼 갖고 다녀도 사람 찌르는 거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내가 형사들의 면면을 천천히 들여다보았다. 어이없는 웃음이 흘렀다.


"그럼, 내가 가서 걔네들 진짜 조져도 지금처럼 대처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밥버러지들!'


 나는 진주 경찰서의 잘 나가는 친구와 검사 친구에게 자문을 구해 고소 성립 여부에 대해 물어보았다. 경찰들이 직무 유기를 했다고는 말하지 않았지만 고소장을 작성해서 제출하면 된다는 조언을 해주었다. 경찰 쪽에 근무하는 내 친구들은, 고등학교 때 잘 놀던 친구들이었다.

속으로 그렇게 말하고 경찰서를 빠져나왔다.  


 정의감에 불탔는지는 모르겠으나, 모두 먹고살기 위해 택한 직업군이었지, 정의사회 구현이니 올바른 사회 구현 같은 허울 좋은 용어들은, 그들이 국가 공무원으로 일한다는 것 외에, 일반인들과 꼭 같은 조직 문화에 범죄를 다룬다는 특이함과 라인을 잘 타서 진급하는 것 외에는 없었다.

 

 그들이 경찰로 일하면서 이뤄놓은 조직이라는 거대한 카르텔은, 일반 회사에서 만들어 놓은 성과급제가 진급 제로 바뀌어 서로서로 경쟁하는 것도 사회와 다를 바가 없었고, 정권의 눈 밖에 나면 진급은커녕, 자리 보존도 어려운 환경에서 윗사람들 눈치 보는 게 제일 빠른 직군이기도 했다. 또한 경찰의 초등수사는 허점과 부실 덩어리여서 초등 수사만 제대로 했어도 일 처리가 제대로 될 것들이, 티브이를 통해서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그것은 경찰 한 명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으므로, 팀을 타고 부서를 타서 경찰 서장까지 올라가면 어떻게든 쉬쉬하며 덮으려는 관행이 국가권력의 힘으로 행해지고 있었으므로, 그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쓰라렸다. 그것은 직무유기를 넘어선 국가권력 범죄였으나 징계를 받았다거나, 시원하게 시민들이 납득할 만한 해결이 된 것이 기억나지 않았다.


 그들이, 전의경을 앞세워 노동자를 때려잡고, 용산 망루에 올라가 사람들을 때려죽이던 그 처참한 광경을 국민들은 티브이로 생생하게 목격했다. 뿐만 아니라, 세월호 아이들이 물속에 수장될 때, 그 광경을 또한 티브이로 생중계되는 과정을 지켜본 국민들은 경찰들의 무능함과 비리를 똑똑히 목격했던 것이, 그들의 생존 방식이었다.


 박봉에, 야근에, 처자식에 대한 책임의식으로 노동 현장에서 일만 하지 않을 뿐, 국가공무원 노동자들이기도 한 그들의 일상은, 거제도를 다스리는 정재계 관계자들의 위력 앞에 너무도 초라한 위치에 있기도 했다. 그들이 정의를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싶어도, 그들 그 수족처럼 움직이는 정치인들의 말 한마디에, 국가 권력의 정의는 사라지고 일반 직장인이 되고 마는 현실을 모르는 바도 아니었다.


 한국에 와서, 경찰서 갈 일이 없었던 나는, 20년 넘어 처음 가 본 경찰서 사무실에서 그런 대접을 받자 열이 받혔다.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그들의 수고? 영화에 등장해서 연쇄 살인마를 잡는 정의의 경찰들? 천만에! 그들이 일선에서 진짜 정의를 위해 옳고 그름을 가려냈다면 우리나라 사회가 이렇게 경찰을 혐오하지는 않았겠지만 내 눈앞에서 목격한 그들의 안일한 대처에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진주와 서울에서도 꼭 같이 신고를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았다. 대단한 경찰들이었다. 혼자 해결해야 했다. 조폭과 배관사, 그 똘마니들이 사용하는 숙소를 찾아갔다. 같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이야, 분위기 좋네! 너, 나와서 내게 사과하면 봐준다"


 다짜고짜 조폭을 불러냈다. 애들이 자리에서 일어섰고 내게 다가왔다. 왼손으로 뺨을 두 대 갈기고 배를 한 대 치자 나도 따귀를 맞았다. 칼을 들면 완전히 병신을 만들 작정이었다. 그러나 그들 중 누군가가 곧장 경찰서로 전화를 했다. 순찰을 돌던 경찰이 득달같이 달려왔다. 광분한 조폭이 술 마시는데 느닷없이 쳐들어와서는 자기를 폭행했다며 경찰들에게 현행범으로 체포하라고 지시했다. 경찰이 자극하지 말고 조용히 하라고 고함을 치자 조용해졌다.


 우리는 경찰서로 따로 분리되어 이동했고 따로 조서를 꾸몄다. 밤에 근무하는 형사에게 나는 폭행혐의로 진술을 받았다. 같이 따귀를 때린 것은 조사하지 않았다. 담당 형사와 현장 순경이 달랐는데, 현장 조사나 주변인 증언 따윈 실시하지 않았다. 오로지 진술 조서로만 모든 게 끝났다. 서로 따귀를 때린 것에 대해선 문제 삼지 않았다. 조서에 관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쌍방이 아니라 일방적인 단순 폭행으로 조서가 꾸며졌고 내가 피의자가 되었지만 흥분하는 것도 없이 침착했다.

진행과정에 호기심이 일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사건은 명확했다.






 로랑과 헤어지고 삼성중공업에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고 부당해고당한 동생을 고현미널에서 만났다. 우리는 시간을 조율해 통영 노동청의 조사관과 오후에 약속을 했던 터였다. 동생은 순박하고 세상 좋은 사람처럼 착했다. 그런 그가 아침 7시 30분 조회를 위해 아침 7시에 식사를 하고 밖으로 나와 보호구를 착용하러 탈의실로 향할 때, 누군가 제지를 했다. 건너편의 누군가가 건널목으로 건너오라고 한 것이다. 동생이 무의식에서 깨어나 주변을 살펴보니 차량도 하나 없는 공허한 도로였다. 할 수 없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건널목으로 건너자 제지했던 사람이 다가와,


‘주머니에서 손 빼세요. 넘어져 다치면 어쩌려고 그래요?’


라고 기분 나쁜 어투로 얘기하더란다.


 동생이 그 관리자를 가만히 보며 ‘뭐하는 짓이지?’ 생각하면서 가만히 있었다. 관리자가 ‘소속이 어디요?’하고 물었다.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동생이 화가 치밀기 시작했다. 주머니에 손을 넣지 말라는 것이 전 야드에서 진행하는 사고방지 의무가 아닌데, 단지 꼴 보기 싫고 갑질을 위해서라는 것이 파악이 되었고, 소속과 이름을 물어본 것은 나에게 불이익을 주겠다는 엄연한 갑질의 전형적인 유형이라 속에서 분노가 올라왔다는 것이다.


 ‘알고 싶으면 따라오세요’


라고 웬일인지 동생이 말하고 탈의실로 올라가자 현장 소장과 반장 등이 같이 올라와 웅성거렸는데 거기까지 관리자가 따라온 것이다. 소장이 


‘지역장님 무슨 일이세요?’라고 물었다.


‘몰라, 소속 물어보니까 따라오라잖아. 그런 것도 못 물어보나?’


하면서 소장과 대화를 나누고는 모두들 아침 조회를 위해 나가 버렸다.


 동생은, 눈 앞에 일어날 일이 훤했다.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고 밑으로 내려가 담배를 피우는데 조회를 마치고 사무실로 향하던 소장이 반장 보고 ‘짤라’ 그러면서 올라갔고, 반장이 더 이상 같이 일 못하겠다면서 나가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 길로 노동청에 신고하자, 물량 팀장이 전화가 와,


‘자기들 죽이려고 작정했느냐’


화를 내며 협박을 하더라는 것이었다. 그 후로 여기까지 왔다고 말하면서 ‘앞으로도 불이익을 당할 거 같아 두렵다’고 말했다.


 통영 시내의 목 좋은 곳에 위치한 노동청은 나도 동생도 처음 온 곳이었다.

입구엘 들어가자, 오른편으로 세 명의 담당자가 앉아 약속 없이 찾아온 사람들의 민원을 듣고 담당자를 안내했고 우리는 근로 개선 지도과로 들어가 담당자의 이름을 찾아 인사하고 앉았다. 이미 회사에서 한 사람이 나와 있었다. 나는 한 시간 후에 다른 담당자와 약속이 잡혀 있었다.



*** 부당해고에 대한 노동자의 권리와 구제, 그리고 배상


현장의 먼지는 유독가스 마스크를 써야 할 정도지만, 근처에 담배 피우는 휴식 공간이 있다.


 동생이 먼저 와 있던 관리자와 인사했다. 좋아하는 동생이라고 했다. 그는 물량 팀장과 반장, 그리고 자신이 합작해서 삼성중공업 하청업체 덕진 기업에 업체를 만들어 물량팀으로 들어간다고 했다. 즉, 동생이 신고한 것은 덕진 기업이 아니라, 이들이 만든 물량 팀이니 덕진 기업이 행한 갑질과 부당해고가 성립이 되지 않으니, 소속사의 그 반장 동생의 잘못으로 책임 전가가 되었던 것이다.


 그제야 나는 협력업체가 물량 팀을 운영하는 시스템이 이해가 됐다. 물론, 책임전가와 갑질, 산업재해에서 협력업체와 삼성중공업이 벗어날 수 있는 완벽한 갑질 체계가 물량 팀이었던 것이다.


“아니, 그럼! 실질적으로 해고하라고 통보하고 이유도 없이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고 개입했던 삼성 지역장, 덕진 소장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말입니까?”

“설령, 그런 일이 있다 해도 실질적인 해고를 진행한 사람이 반장이었기 때문에 실상은 그렇습니다”

“아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얘깁니까! 명백하게 ‘짜르라’고 지시했는데도 덕진 기업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니요!”

“현행법상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부당해고는 인정이 되는데 해고수당 신청하시겠습니까? 부당해고를 당할 경우, 지방노동위원회에 제소해서 원직복귀 명령을 받으면, 지금까지 일하지 못한 것에 대한 수당은 받을 권리가 사라지고, 저희 노동위원회도 개입 권한이 사라지지만 현장으로 복귀해 다시 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원직복귀 하지 않고 승소하시면 일하지 못한 기간 동안의 상당 금액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지 않고, 현재 다른 일을 구하시거나 하고 계셔도 1개월 치의 부당해고 수당을 받을 수 있습니다.”


동생은 나와 같이 일하던 동생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다시 조사관을 바라보았다.


“냅두시죠. 얘들도 위에서 치이고 아래에서 이렇게 치이는데, 얘들 피 같은 돈 받아서 뭐합니까! 삼성과 협력업체 새끼들 진짜 악랄하네요!”

“그러시면 부당해고 건은 사건 종료하도록 하겠습니다”

“잠깐만요! 엄연하게 삼성 직원과 협력업체가 잘 못했는데 현행법을 시정하지 못한다면 이런 부조리는 계속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국가 권력이 삼성권력의 지배를 받는다는 얘기인데, 부조리를 알면서도 근절하지 않는 것은 노동부의 직무유기 아닙니까? 삼성의 법이 국가의 법입니까?”


내가 화가 나서 따져 물었다. 그러나 노동부 직원은 웃음을 잃지 않으면서 상세하게 설명했다.


“올해 7월부터 갑질 방지법이 실행됩니다. 그렇게 되면 저희들도 더 열심히 뛰겠습니다!”


 우리는 서로 악수하며 헤어졌다. 나는 근로 지도 개선과 같은 사무실의 내 담당자를 찾았다. 노동부에 신고한 내용은 거제 터 의원에서 받은 검진비용이 노동자가 내는 게 맞는가 하는 것이었고, 법정 6개월에 해야 하는 배치 전 건강검진을 삼성은 3개월에 한 번씩 한다는 것이 포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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