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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ssoud Jun Jun 29. 2020

당뇨와 금연 잡기

금연, 당뇨, 운동, 낚시 끊기



 비몽사몽간에 덕포로 향하는 언덕길을 오른다.


뛰어오르긴 힘든 코스이고 이전에 장딴지 파열을 여러 번 당했던 경험 덕에 이제 무리한 달리기를 포기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기본 10km가 최소 운동 코스를 뛸 생각 없이 천천히 걸어 오른다. 오르막 길에서 만나는 거대한 교회 앞을 걷기 싫어 길을 건너 일부러 피해 간다. 교회 앞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괴롭다. 탁 트인 배경에 광활한 바다는 온종일 집에서 꼼짝 않는 일상을 위로해 주는 신선한 공기, 조금 오르니 숨이 금방 차고 더운 열기에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몸은 이제 더 이상 10km를 달리던 때처럼 마음대로 움직여 주지 않아......


 첫 번째 토끼,


 요새, 나이 먹는다는 것이 온몸으로 느낀다. 이를 네 개나 뽑았고 심각한 당뇨가 있다는 것을 보건소 진료를 통해 알았지만 꾸준한 운동 덕분에 증상이 없었다. 건강 확인이나 해볼까 싶어, 거제 보건소 찾아가서 확인하고 다시 충격을 받았다. 당장 내과 병원으로 달려가 다시 진단을 받고 집으로 돌아와 곰곰이 생각했다. 항상 운동으로 빼고 싶던 뱃살은 웬만해선 빠지지 않았고 헛배가 부른 증상이 있었는 데다, 항상 빵빵한 것처럼 너무 보기 싫었다. 그리고 저녁마다 쏘맥 한두 잔의 저녁 식사가 습관이 되어 바꾸기 힘들었는데, 식단을 간편식으로 바꾸어 버렸다. 밥에 찬물, 김치, 혹은 라면 한 두 개에 김치, 혹은 외식으로 뽀대 내기, 그렇지만 언제나 찬물에 밥 말아 김치와 먹는 것을 제일 선호한다. 거제도 맛집인데 모든 반찬을 직접 담아 푸짐하게 내놓는 주인마님의 김치를 사두었었다! 혼자 먹기 정말 아까운 깔끔한 맛과 실력을 느낀 맛집이었다.


 김치는 깊은 맛이 나면서도 톡 쏘듯 자극적인 생선 젓갈이 들어갔고 총각김치도 시장에서 만나는 흔하디 흔해 보이지만 그 정갈하고 부드러운 맛이 고기를 먹는 것인지 일부러 반찬을 더 찾는 것인지 스스로를 헷갈리게 한다. 그리고 마늘 김치라는 것이 있는 줄 처음 알았는데, 마늘을 좋아하는 내 입맛을 단 번에 사로잡았다. 이를 네 개나 뽑아 씹는 게 불안한데도 마늘 김치 특유의 맛에 고기와 함께 싸 먹으니 신천지가 따로 없구나!


 이를 뽑으면서 받았던 정신적인 충격은 실로 엄청났다. 언제나 튼튼할 줄 알았고 치과 의사의 진료를 비웃던 때가 엊그제였는데, 그 비웃음이 충격을 안겨준 것이다! 그렇게 당뇨 진단에 소홀해선 안 되겠다고 생각한 것과 함께 난생처음, 식단조절이라는 걸 시작한다.


맛 집의 환상 식단, 모든 찬거리는 내 앞으로!!!




 두 번째 토끼,


 그리고 금연을 시작했다.


벌써 5일째. 가끔씩 온몸이 심장박동으로 쿵쾅거린다. 지금도 짜릿한 금단현상과 함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식욕이 눈을 흐리게 만들고 의식을 희미하게 농단한다. 으흐흐,, 사실, 이 금연을 위해 보건소에서 받은 것 중, 비타민 정도만 먹고 다른 건 아무것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금단 현상이 더 오래가는 것 같다. 금단 현상은 가장 먼저 가슴이 쿵쾅거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심장박동이 심해지면서 아주 날카로운 바늘로 심장을 찌르는 뭔가가 이렇게 외친다.


[니코틴 줘! 니코틴 달란 말야! 니코틴!]


 이런 증상이 시간이 지나면서 의식을 어지럽히며 정신을 몽롱하게 한다. 온몸의 힘을 쫘~~ 악 빼놓고 넋 나간 경지의 열반에 이르게 하는가 하면, 심장을 찌르던 바늘은 온몸으로 옮겨 다니다가 손가락을 거쳐 얼굴 전체를 화끈하게 하며 머리카락을 곤두서게 만든다. 마치 절망이 덮치듯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밖으로 나가면 그걸로 끝이다. 담배를 사거나 길거리에서 담배를 구걸하는 거지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경지를 참으면 마치 40일간 사막에서 온갖 유혹을 버틴 예수의 심정을 이해할 성인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이번 주말엔 다운타운에 가서 일부러 골초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위기가 다가오자 자리를 떴다. 니코틴이 어느 정도 몸에서 빠져나가면 담배 연기가 쓰고 냄새를 맡기 힘들 정도로 역겹게 느껴지는데, 3일째 밤, 알코올이 잔뜩 들어간 애연가들의 거리에서 일단 성공적인 대외활동을 마쳤다. 내 프랑스 친구 브뤼노가 있었다면 백 프로 실패했을 것이다! 1년간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게 된 건, 쉬지 않고 말보로 레드를 피워댔던 브뤼노 때문이었고 몇 대 얻어 폈던 것이 골초가 됐던 것이다.


 그러나 시시때때로 담배를 사러 갈 생각을 하는 것만큼 가기 싫다는 게으름이 도움이 된다. 사실, 금연을 하겠다는 생각은 냄새도 심하고 담배 때문에 정신이 지배당하는 것도 싫기도 했거니와 항상 담배를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자체도 싫기 때문이었다. 담배 때문에 카드를 긁어야 하는 귀차니즘도 한몫했다고 고백하건대, 사실 식후 땡 한대의 담배와 화장실에서 빨아대는 그 황홀한 맛은 배설의 오르가슴과 함께 친구보다 멋진 위안이었다.


흡연자들이 담배 냄새 풍기며 옆에 와 얘기하면 하수구 냄새가 난다. 애연가에게 간절했을 담배는 그러나 주변에 너무 많은 민폐다. 폐부를 찌르는 냄새는 참기 힘들다.




 세 번째 토끼,


 그리고 낚싯대를 완전히 정리했다.


정리하고 나니, 공원을 거닐다 만난 낚시꾼들의 뜰망에 고개를 기웃거린다. 사실, 낚시에 많은 돈이 들어간다. 마치 도도하고 까칠한 도시녀가 명품 가방을 사줬더니 낼름낼름 받아먹고 손이라도 한 번 잡힐까 봐 경계하는 것처럼, 바다는 사교육을 너무 많이 받았다. 도대체 해볼 거 다해보고 돈 들일 거 다 들여도 내줄 생각이 없는 듯, 남은 것은 무전취식하겠다는 일념밖에 남지 않은 것처럼 물질적이었다!!! 그러나 에메랄드 빛 깊고 푸른 바다는 언제든 팔딱거리는 참돔을 내놓을 준비가 된 듯, 눈 앞에 일렁이는데, 그 일렁임과 함께, 황홀한 풍경을 어지럽히는 금단 현상이 숨찬 언덕길에 함께 한다. 저 멀리 해 뜨는 바다를 배경으로 50자 감성돔 대물이 파닥거리며 바다를 박차고 오른다.


 운동복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오기까지 참 많은 갈등이 있었다.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운동이 무슨 도움이 된다고, 등산을 갈까 조깅을 할까 보통 고민하는데 세네 시간은 걸린다. 그러는 사이 집중력은 사라지고 딴짓을 하다 보면 창가로 여명이 밝아오면 떠오르는 해를 보겠다는 첫 번째 계획이 사라진다. 첫 해를 보려면 렌튼을 켜고 올라가야 하지만 국화봉을 올라봐야 풍경이 별로다. 옥녀봉의 해돋이가 진짠데 차를 타고 가야 하는 단점과 아예, 해돋이를 포기하고 15km 구간의 국화, 옥녀 코스로 가서 장승포에서 아침을 먹을까 하는 계획은 항상 하지만 올해 들어선 한 번도 실행하지 못했다.


 그러나 조깅은 코스가 짧고(10km) 땀도 많이 흐르지 않는 만큼 시간이 많이 걸려 꺼리게 되는데, 사실, 그동안 미뤄뒀던 팟캐스트를 들으며 시사 상식을 익히고 잡념에 시달리며 바다와 산천의 조화로움에 감사하면 그것으로 족할 텐데, 한 번 나오기가 힘들다. 운동화 성능도 가뿐하고 푹신한 게 상큼하고 한 번 다녀오면 그렇게 개운한데, 밖으로 나가기 싫은 이 마음 나도 몰라.


 식단과 금연,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 낚시계를 다시 한번 떠나며 운동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몸은 쉽게 움직여주지 않아. 과연 나는 이 여러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성공률은 얼마나 될까??


거제 옥포 대첩 기념관 가는 길에 만나는 파노라마 풍ㄱ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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