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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ssoud Jun Jun 08. 2020

프랑스 식민지 6, 월급날

월급




 오옘 작업 일정을 위해 시장과 면담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자, 작업자들이 여기저기 농성을 하고 있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오늘이 월급날이었다. 조 부장이 돈이 들어오지 않아 월급을 줄 수 없다고 사무실로 들어서자 말했다. 사무실과 밖에는 모든 작업자들이 농성을 하고 있었다. 월급날 때마다 있던 일이었다. 조 부장도 박 부장도 이제 지겹지도 않았다. 


 오후마다 현장을 돌며 오늘 급여를 지불할 수 없으니 월요일에 지불할 수 있다고 설명했음에도 모두들 사무실로 찾아온 것이었다.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뭐라 변명할 것도 없었다. 현지인 각 반장들의 지시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을 효준은 금방 파악했다. 지시했다 한들, 작업자들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반장들은 그 의도를 알고 있음에도 모른 척 일과 결과를 알려주려 팔에게 몰려 있었고 인부들은 밖에서 진을 쳤다. 조 부장은 광경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박 부장은 저녁 준비를 하는 모양이었다. 


 효준은 기다리고 있는 작업자들에게 다시 한번 설명했다. 한국인들은 늦게 주긴 해도 꼭 약속을 지킨다며 그들의 이해를 바랐지만 요지부동이었다. 곤란해진 효준은 왜 자신이 이런 일을 감당해야 하는지 자괴감이 들었다. 아몰랑은 숙소로 들어가 버렸고 한국인 반장들도 모두 숙소로 가버려 숙소엔 한국인 세 명 만이 그들을 상대하고 있었지만 언어가 통하는 사람이 혼자 뿐이라 그들을 설득하는데 진을 뺐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한심하다는 것을 느꼈지만, 하는 데까진 최선을 다하자는 심정으로 그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 


 다음날, 시내 엘라 팀 인부들은 거의 모두가 파업했다. 나머지는 모두 정상 출근해서 작업을 하러 떠났다. 한산해진 시내엔 작업을 멈춘 구역들이 한가롭게 방치된 채 허송세월을 보냈고 그럼에도 출근한 몇몇만이 아무 말없이 자신의 일에 몰두했다. 효준은 그들을 하나둘씩 훑어보았다. 안면이 없는 친구들이었다. 주변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묵묵히 일하는 모습에 저런 친구들이 반장을 맡고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환경에선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말없이 맡은 바 일을 하는 사람이 최고였으므로 그들의 이름을 적었다. 모두 챠드에서 온 페르디낭의 팀원들이었다. 머지않아 오옘 시내로 이동하게 되면 데려가 현장 롤 모델로 삼아야 할 친구들이었다. 






 급여를 주기로 한 수요일,

비 때문에 일과가 오후 시작되자마자 끝났다. 급여일을 월요일에서 수요일로 미뤘던 탓에 일과를 마친 작업자들이 모두 사무실로 모여들었다. 결근을 했던 엘라의 터파기 팀도 급여를 받기 위해 빗속을 뚫고 사무실로 와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각 반장들이 업무 일지 보고를 위해 일과 후에 다비 팔에게 보고했고 그 리스트대로 조 부장과 박 부장이 옆에 돈을 쌓아 놓고 일일이 조장들을 불러 확인시키고 사인을 받으면서 급여를 지불했다. 


비가 쏟아지면 하늘에 구멍 난 듯 억수 같았다. 폭풍을 동반하면 얼른 건물 안으로 숨어야 했다.



 비 오는 사무실 밖은 급여 차례를 기다리는 인부들이 처마 아래 비를 피하며 자신의 반장이 돈을 받아 나오는 순서를 기다렸다. 한쪽에는 조 부장의 지시로 작성한 일일 수당을 계산한 2주간의 급여는, 인력 관리 리스트에 올린 총계로 지급했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계산이 잘못되었다고 아우성이었다. 현지 인력 반장들은, 총계로 받은 급여만 받아 개인 급여 명세서에 기록된 금액을 제대로 계산하지 못하는 것은 반장들의 역량인데도, 설명이나 해석 없이 인부들에게 나눠 주었기 때문에 계산이 되지 않는 친구들 때문에 문제 발생은 당연해 보였다. 


 효준은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차량 주인들과 성난 민원인들을 상대한다고 하나씩 대화를 주도하고 있었고 인부들은 비를 피할 처마 쪽으로 이동해서 급여가 잘 못됐다고 급여를 담당한 팔에게 따지고 들었다. 업무 시간 이후라 신경 쓰고 싶지 않았지만 이대로 두면 이들의 분노를 이해하지 못하는 인부들과의 충돌이 예상되었던 바, 우선 급여 결산을 하고 문제가 있는 친구들은 내일  해결해 주겠다고 설득을 하고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을 인식한 친구들은 조용히 지나가는 택시나 차를 얻어 타고 집으로 돌아갔고 남아 있던 친구들의 아우성은 잦아들지 않았다.


 그때, 팔이 나섰다. 그는 한 번도 본적 없는 분노 어린 목소리와 얼굴로 100여 명이나 되는 인부들을 향해 고함쳤다.


"너희들이 아무리 아우성쳐도 지금 해결할 수 없는 것은 해결되지 않아. 나는 틀림없이 팀장들이 가지고 온 출석표에 명시된 대로 계산해서 지불했어! 그런데 이렇게 모두 화가 나서 우리 업무를 방해한다면 어쩌라는 거야? 벌써 9시야! 불만 있는 사람들은 반장에게 따져야지 사무실에서 왜 행패를 부리는 거야? 내일 잘못된 걸 가져오면 일일이 해결해 주도록할테니 제발 이러지 말아줘!"


 팔의 화난 모습을 본 사람들의 아우성은 잠시 후 잦아 들었다. 급여를 나눠 주는 것에만 열중한 두 부장의 업무가 참 편해 보였다. 아몰랑은 언제나처럼 퇴근해서 자리에 없었다. 눈치 빠르게 업무 시간 이외에는 재빨리 사라져 코빼기도 찾을 수 없었다. 아몰랑이 옳았다. 


 괄괄한 성격의 민원인과 실랑이를 벌이던 효준에게 조 과장이 지불해야 하는 차량 임대자의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하자, 그와 얼굴을 마주하고 사무실에 마주 앉았다. 차주는 차량 사용이 과해서 지급하는 급여보다 차량 수리비까지 요구하는 다른 차량 임대인들과 마찬가지로, 꼭 같은 방식으로 추가 요금을 요구했다. 더불어 이번 달에 밀린 것까지 포함해서 월 별 계산하는 것을 일괄 지급해달라고 억지를 쓰고 있는 중이었다. 기고만장한 그의 얼굴은 빚쟁이처럼 의기양양했고 당장 그 돈을 다 주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얼음장을 놓았다. 


 그는 2월 분 급여를 30일로 계산해서 3월 13일까지 43일로 계산해서 지급하라고 다시 우겼다. 노트에 일일이 기록하고 며칠인지 확인하라고 했지만 숫자를 셀 줄 몰랐다. 일일이 확인을 해주고 조 부장과 상의 하에 모든 급여를 지불하고 계약 종료하기로 하자, 길길이 날뛰었다. 차량 수리를 해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차량은 임대료에는 회수 후에 수리와 보존의 비용이 포함되니 동의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라고 했음에도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다. 효준이 그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 내일 민병대와 같이 오라고 그렇지 않으면 지금 불러오라고 전달하자 씩씩거리며 차를 몰고 사라졌다.


 그와 함께 밖에서 대기하던 세 명의 민원인과 함께 근처 자주 가던 선술집으로 이동했다. 내리던 비는 제법 굵어졌지만 모든 직원들이 그들을 상대하고 있었고 민수는 어디로 갔는지 꼬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밤은 깊어 가고 요란하던 사무실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지만 폭풍우가 잦아드는 듯 어지러웠다. 


 손님이 들 것 같지 않은 조용하고 허름한 여인숙의 바는 불빛이 약했다. 목조 주택에 바닥 마감도 하지 않은 맨땅에 안에는 불도 끄고 축구 시합을 시청하는 남자 주인이 아들과 호텔 손님들이 눈길을 돌렸다. 언제나 환한 미소의 밝은 성격의 호텔 여주인이 효준이 들어가자 반색을 하며 반겼다.


“어서 오세요, 한국 친구”


“봉스와 마담, 언제 남편이랑 헤어질 건가요?”


 홀의 남편과 손님들이 낄낄거렸다. 하얀 이를 드러낸 여주인이 세상 좋은 듯 미소를 짓고 아들에게 가서 ‘아빠 언제 바꿀 거냐’며 ‘내가 아빠보다 잘생기고 멋지니 용돈도 많이 준다’면서 볼을 어루만지다가 가슴에 품고 예뻐하자, 박수를 치고 테이블을 치면서 박장대소했다. 마담이 맥주와 음료수를 내왔다. 민원인들이 그런 농담을 재미있다고 박수를 치면서 신기해했다. 굳은 표정으로 화가 났던 괄괄한 성격의 민원인이 누그러진 표정으로 효준에게 말했다.


“넌 좀 다르네!”


 그 민원인은 차량 지급 비용을 지불받았으면서도 수리 비용을 따로 요청하면서 민병대에 신고한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었지만 다른 동일한 문제의 민원인과 업무 처리하는 것을 보고는 어렵겠다는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괄괄한 성격답게 목소리에도 힘이 실린 노인은 즐거운 대화를 이어가자 평온한 목소리를 되찾았다. 


 효준은 노인의 성격을 놓고 원래 그렇게 과격한지, 과거에 군인이었는지, 혹은 이번 일로 화가 난 것인지를 물었다. 그는 이번 일로 추후 처리를 해주지 않는 것에 화가 났다고 말했다. 다른 시내 사람은 인부들이 자신들이 쓰다가 남은 벽돌 위에 포클레인과 인부들이 모래를 덮어버려 치워 달라고 왔으면서 돈으로 변상하면 자신이 치우겠다는 것이었고, 세 번째는 자신의 집 마당을 장비가 낸 자국에 대한 손해배상과 아무 의미도 없는 기둥 하나를 스쳤다고 동시 배상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너무도 어처구니없는 요구임에도 귀담아듣고 신경을 기울였다. 


“보셨던 대로 저의 업무는 이렇습니다. 한국 업체가 여기 와서 싸 놓은 똥을 치우고 있죠. 그러나, 회사에 불이익이 되거나, 회사가 납득할 수 없는 일은 저에게도 통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국제적인 룰이고 상식입니다. 여기서 제가 여러분들에게 제의드리는 해결 방안은 민병대에 신고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면 민병대가 저희에게 지시하게 될 것이고 노동부 결과에 따라 저희가 지급해 드리겠습니다”


 그들은 일상적인 대화로 돌아가 웃으며 대화를 마무리했다. 돌아갈 택시비를 달라고 요구했지만 그것도 거부했다. 그들은 그 후로 사무실을 방문하지 않았다. 조 부장에게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게 해달라고 부탁했더니 누구는 하고 싶어서 하냐고 대답했다. 욕이 목에 걸렸다. 9시가 넘어가고 호텔로 곧장 택시로 이동해 쓰러져 잤다.


 저녁 일과를 마치고 혼자 맛집 식당에서 언제나처럼 생선 튀김에 가봉 식 고추 양념을 곁들인 접시에 향료를 넣고 비빈 쌀 밥을 맥주와 마시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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