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출신

용 부장과 에트르킵 통역

by Massoud Jun

*** 현대 건설 출신 용 부장과 에트르킵 통역


각 공구 장들이 발주처 회의를 위해 회의실에 모여 오전을 기술 회의를 한다고 보내고 식사 후에 다시 회의실에서 모였다. 오후 회의에 참여해야 하는 대우 인터내셔널의 김현빈 통역관이 회의에 늦었다. 현대 건설에서 복합화력 발전소 건설에 잔뼈가 굵은 임 소장이 내게 통역을 맡기자, 막 회의를 시작하려 할 때, 김현빈 통역관이 일행과 함께 나타났다.


김현빈 통역관은 불어로 진행하는 통역을 영어로 통역했다.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대화가 거의 없었다. 그들의 전문 용어는 오랜 경력이 쌓여야 이해할 수 있기도 했지만, 기계든 공학이든 경험해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불어도 영어도 이해하기 난감한 언어들이었다. 면접 때, 그러한 얘기를 피엠에게 얘기했었다. 전문 기술 용어를 풀어서 얘기하면 전문가들이 다 알아듣게 되어 있다고.


그런데, 그러한 전문 용어도 시간이 지나면 모두 경험에 의해 알게 될 터였다. 뿐만 아니라, 미리 통역해야 할 용어들을 정리해주면 회의가 원활하지만 그런 과정이 없었기 때문에, 경력이 쌓인 김현빈은 단 한 번의 망설임 없이 불어를 영어로 전달하는데 막힘이 없는 모습에 주눅이 들어 있었다.


회의는 강 공구 별로 하나씩 진행했기 때문에 길고 지루했지만 통역은 꼼짝 않고, 토목, 기계, 전기, 설치, 가스 터빈, 열 변환기에 걸쳐 막힘없는 대화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자신의 역할을 마친 공구 장들은 자리를 비우고 밖으로 나가 담배를 피우거나 커피를 뽑아 마시기도 하면서 회의실은 긴장감보다 여유 가 넘쳤다.


오랫동안 한 곳에 앉아, 한 회의를 주재하지 못하는 발주처도 한 번도 휴식 없이 쉬지 않고 회의를 진행하자, 그것은 통역의 막힘없는 실력 때문이라고 믿으며 전문적인 실력을 가진 그의 자질이 부러웠다.


저녁에 민박집에서 모두 모여 저녁 파티가 열렸다. 조용하던 민박집이 오랜만에 활기를 띠었고 적막하던 이 부장과 나에게도 생기가 돌았다. 한 참 얘기 중에 기계 공구장인 용 부장이 한국의 대선 투표 인원이 몇 명인지 나와 100 달러 내기가 붙었다. 나는 4천만이 넘는다고 했고 용 부장은 3.8백 정도라고 우기면서 말 끝에 “모르면 배워!”라는 말을 붙였다.


내기는, 인터넷에 떠도는 숫자를 적어온 용 부장에게 선관위 기록을 가지고 간 내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그 이유로 나는 한 동안 인생 가르침을 억지로 들어야 했고, 이미 무슨 일이 일어날지 뻔히 알고 있던 김 소장이 “너한테 져서 그래. 저 새낀 아직도 안 변하네”라고 친구처럼 말하며 위로했다.






우리는 철골 설치 국영기업체인 에트르킵과 현대건설 사무실에서 미팅이 잡혀 있었다. 그 정보를 알고 있지 못했던 나는 당일에 가서야 그들이 온 사실을 알고 참여했다. 미리 전략을 짜거나 정보를 알려주는 것도 없이 즉석에서 이루어진 회의라 무슨 얘기를 할지 전혀 준비 없이 들어간 자리에는 소장과 피엠, 공구장들이 하는 전문 용어들을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어, 의사 전달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공구장들이 말하는 영어로 된 전문 용어도, 한 번도 복합화력 발전소 건설 업무를 해보지 않았던 에트르킵의 말도 알아들을 수 없어, 내 통역은 버벅거렸고 일상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들로부터 나오는 언어도 영어로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들이 영어로 서로 소통하는 게 그들의 전문 분야라서로 알아들을 것 같았지만 그도 원활하지 않았다.


회의의 내용은 에트르킵과 원청과 하청의 양해각서를 작성하는 데 있어서, 철골 설치에 필요한 기술적인 회의를 포함하고 있었지만, 거기에 대한 회의는 미리 공부를 하게끔 정보가 필요한 전문 분야였다. 그리고 에트르킵의 자질과 능력은 한국 업체의 발목을 잡을 지뢰밭이었지, 계약서상 기재된 철골 설치 협력업체로써의 의무가 아니라면 같이 일하지 않는 게 좋았다. 그 누구도 그 얘기를 귀담아듣지 않았다.


그들과 같이 일하면서 프로젝트에 발목을 잡히지 않으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한국 기업이 한국식 마인드로 밀어붙이고 책임전가에 능하다면 에트르킵과 이네르가, CEEG는 발목 잡고 갑질 하면서 뇌물을 요구하는데 아마추어적인 역량이 뛰어났다. 발주처 피엠 모하메드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마추어적인(눈에 훤히 보이는) 갑질에 능했다.


그와 함께, 이 복합화력 발전소 건설에 구성된 알제리 국영업체 대부분이 무능한 갑질에 능한 사람들이라, 현엔의 기술을 배우고 협력해야 할 에트르킵 같은 업체는, 차라리 그들과 의사소통이 능한 능력 있는 기술자를 파견하여 협력을 이끌어 내거나, 필리핀 같은 곳에서 데려온 돌격대 같은 팀들을 무료로 제공하여 어떻게 하든 프로젝트에 도움이 되게 만들어야 했다.

그러나, 현엔 공구장들과 소장의 마인드는 친절하게 그들을 대하고 협력하면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면 그들도 현대의 실력과 의도를 알아차릴 것이라는 막연한 의도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한국 업체가 알제리 같은, 전혀 다른 업무 스타일을 가진 국가에서 제일 심하게 범하는 오류가 바로 그것에 있었다. 한국처럼 통제와 감시 시스템으로 하도업체를 닦달하면 3년짜리 공사도 2년 만에 끝내버리는 이 큰 오류는, 해외 프로젝트에선 결국 막대한 비용 낭비라는 결과를 낳았다.


나는 에트르킵과 이네르가를 프로젝트에 도움이 되게끔 끌어들이는, 프로젝트 최적화 플랜을 작성하고 시험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그러려면 그들이 좋아할 만한 미끼를 던져주어야 했다. 그러나 내 위치와 역할은 거기에 있지 않았고, 아직 그 시기는 오지도 않았으므로 혼자 조용히 플랜을 세우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그들과의 통역에서부터 임직원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자 소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피엠이 회의가 끝난 뒤, 내 어깨를 말없이 쓰다듬으며 위로했고 전문위원이 나가면서,


“평소엔 유창하더만 갑자기 전문용어 나오니까 왜 그리 꿀 먹은 벙어리가 됩니까?”


하고 대수롭지 않게 웃으며 말했다.

물론, 나는 당황하긴 했지만 그들 영업 팀과 나누는 얘기에 즐거움을 느꼈다. 내 잘못이라는 자책감은 느낄 필요가 없었다. 또한 아르쥬 프로젝트에서 만났던 에트르킵 소장의 이름을 들먹이며 그들과 일할 때의 에피소드를 전했다. 프로젝트에 협력적이지도 도움도 못되었던 알제리 경험, 최악의 기억이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발주처가 소넬가즈가 아닌 쏘나트락이라 시공사를 대하는 시스템이 협력적이고 친절했기 때문에, 그들이 나를 대하는 방식은 소넬가즈 자회사인 CEEG가 대하는 것과도 많은 차이가 있었다.


그것은 내가 전하는 말을 듣고 이해하려는 점과 너 불어를 왜 그 따위로 밖에 못 해의 차이점이어서, 처음 그런 의도를 모하메드로부터 발견했을 때의 황당함이 딱, 에트르킵의 수준이었다. 에트르킵 영업 팀과의 짧은 대화는 아르쥬 정유공장에서 일하던 에트르킵 소장이 이 현장에 오지 않기를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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