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을 내쫒는 MZ 세대
봄이 온것 같아 몸도 기지개를 펴고 지난 겨울 잘 견뎠다 위로라도 해주고 싶은 아침이다.
어제 내린 비로 생동하는 대지의 푸르른 기상이 솟아나는 해와 함께 즐겁다. 지난 3개월간의 열정적인 운동으로 지친 근육이 꿈틀대는 듯 하다.
새해가 되자마자 거제에 내려와 자리를 잡고 운동을 시작했다. 100kg에 육박하던 몸이 둔하고 배는 남산만 하여 사람들의 비웃음거리가 되기도 하거니와 자기관리도 못하여 스스로 자책은 물론, 남들 눈을 의식하기도 하여(절대 그런 사람은 아니지만 ^^) 빡센 운동에 돌입한지 3개월이 지났다. 1월 3일부터 103kg에서 현재, 92kg로 꽤 고통스런 노력의 결과를 얻었다. 없어진 배를 쓰다듬으면 어색하다가도 역시나 한웅큼 잡히는 뱃살에 아직 갈길이 멀었다고 채찍질 해본다.
어느듯 50대 중반인데도 아직 젊음을 잃지 않았다 생각하면서 몸이 말을 듣지 않으니 역시 세월에 장사 없구나 순순히 받아들인다. 그러나 지난동안 최하 7.5km에서 10km 구간을 월 25회 정도 반복하면서 천천히, 그러나 확실한 성과를 거두었고 어느날 엄청나게 빨라져버린 속도와 기록에 놀라며 나이 많다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훈련하기 나름이라며 다시 반성해본다. 그렇게 체력이 쌓이고 한 번 운동으로 안되겠다 싶어, 저녁 식 후에 운동할 목적으로 용기내어 피트니스에 등록을 했다. 여기저기 다 다녀보고 가격과 시설을 꼼꼼히 살펴보다가 집에서 젤 가까운 곳으로 정했다.
원래 유산소 운동을 좋아하는데다 자연을 배경으로 사람들과 부대끼며 흘리는 땀이 런닝머신에서 흘리는 땀보다 더 알차다는 생각때문이었다. 혹시 비가 오거나 근육이 풀리지 않은 날이거나 식후에 간단하게 땀흘릴 목적으로 피트니스 등록은 잘한 결정이었다. 시설은 작지만 깨끗하고 사람도 많지 않아 조용했기에 자신만의 운동만 하면서 3일째 되던 날 런닝머신을 달리는데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고 짜증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이어폰을 끼고 팟캐스트 방송을 들으며 방송과 운동에 집중하는데 외부에서 전해지는 음악소리가 이어폰을 감싸면서 방송 듣는 것을 방해했기 때문이었다. 이어폰 소리를 조금 더 높이니 시끄럽고 그래도 외부 소리도 더 잘들렸다.
이런 일은 2년 전에 울산에서도 있었다.
환불을 하고 회원탈퇴를 했었고 센터 직원들과의 관계도 나빠졌었기 때문에 소리를 줄여달라는 요청을 해봤자 득될 게 없겠다 싶었다. 울산 공업탑 주변의 UBC 클럽은 직원들이 아예 쫒아내는 분위기였다. 불쾌하고 모욕적인 상황은 고작 1년 전의 일이었지만 다시는 헬스클럽이나 휘트니스 센터에 갈 일이 없겠거니 넘어갔었다. 그리고 다시 똑 같은 상황. 처음에 왔을 때 들었던 조용한 음악과 다른 가슴을 쥐어 짜고 머리를 혼란하게 하는 테크노 음악이 유튜브에서 무작위로 뽑아 음이 일정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운영자들의 처리 능력을 보고싶기도 했다. 다음날 전화로 요청을 하니 소리를 줄여줬다. 살짝이긴 해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만족했다. 문제는 클럽 직원이었다. 엘베에서 내리면 오른쪽 사무실 직원에게 어제 전화로 대표에게 요청했지만 다시 요청한다면서 음악소리가 운동에 방해되니 낮춰달라고 요청했다. 작은 키에 비해 비대한 팔 근육을 가진 직원은 아직 30대가 안되어 보였다. 젊다기보다 어려보였다. 직원은 예전에도 그런일이 있었는데 일단 다른 요청사항이 없을 때까진 낮추는 것으로 했다. 직원은 음악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게 줄였다. 누구라도 컴플레인을 걸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나야 조용하니 좋았지만. 나의 주장은 이러했다.
1. 요즘은 대부분 이어폰 끼고 자신의 음악을 듣거나 방송을 듣기 때문에 소리가 클 필요가 없다.
2. 음악을 들으러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음악이 운동에 방해가 된다면 낮추는 것이 맞다.
3. 보통 에어로빅이나 사람들이 많이 모여 특별한 목적을 갖고 하는 운동이라면 음악을 크게 켜기 때문에 적응한다. 30년 전에 복싱 코치여서 잘 알고 있다.
4. 음악은 적당하게 맞는 정도의 수준이 있다.
정도였고 직원은,
1. 유튜브에서 나오는 음악이라 우리가 조절 불가능하며
2. 음악도 우리가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무작위인데다 대부분 테크노와 MZ세대 노래라 어쩔 수 없다
는 것이었다.
어쨌건 너무 조용한 10여일간 정신없이 운동해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올리고 있던 어느날, 다시 음악소리가 커졌다. 그런데 그다지 크지 않은지 1시간여 운동을 잘 끝낸 다음날이었다. 피트니스를 방문하는 주된 이유는 보통 유산소 조깅을 하고 센터로 와 30여분 정도 런닝머신으로 땀을 쑥 뺀 다음 간단한 몸풀기만 하고 나갔기 때문에 머무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저녁에 10km 런닝머신을 달렸던 두어번을 제외하고는. 또한 24시간 운영하는 곳이라 주로 밤 10시나 이른 아침 8시 경에 주로 이용하다가 당일은 우연찮게 오후 5시즘 되었던 것 같다. 이 시간대에 소리가 좀 크도 괜찮았는데 들어가보니 운동을 못할 수준이었다. 사실, 밤 늦거나 이른 아침의 소리는 클 필요가 없었다. 내 요구는 활동이 많은 시간은 피해서 저녁이나 이른 시간을 이용하면 되는 거였지만 옹골차고 무례한 젊은이들의 의식은 그런 융통성을 허락하지 않았다. 직업이 단순할수록 그런듯했다. 퇴근 후에도 소리가 꼭 같다는 것은 아무도 없는 새벽에도 꼭 같은 음악을 켜 둔다는 것이 얼마나 비효율적이며 융통성 없는 경영인가!
조용하던 곳이 갑자기 음악소리가 커졌다. 직원이 있나 사무실을 보니 없었고 참고 운동을 해보려 했지만 욕만 나와서 그냥 나와버렸다. 그리고 대표에게 전화를 했다.
"그 동안 소리 줄여줘서 고마웠어요. 근데 절충선이 있을텐데 너무 낮게 줄였다가 오늘부턴 또 소리 키워놨네요. 아무래도 저하곤 안맞으니 회원 탈퇴 부탁드립니다"
"음악소리 때문에 불편하게 해서 죄송해요. 저희 방침상 예전 하던대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하고 요청하자 대표가 말했다. 18일만이었다. 이렇게 빨리 결정한데는 직원의 융통성과 현명한 대처가 아니라 젊은 MZ 세대의 뒈바라진 대처때문이었다. 직원이 이런 일이 있었다는 얘기에는 자신의 주장을 일단은 굽히겠지만 필히 다른 사람들의 요청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때가 되면 다시 소리를 키운다는 뜻이었고 그 뜻은 당신은 까다로운 사람으로 역시 문제되는 사람 꼭 있다는 의식 때문이기도 했다. 현명한 친구라면 적당한 소리를 줄이고 음악을 키워달라고 요청하는 사람이 있으면 중간정도의 수준으로 맞춰둔다고 설득하기보다는, 아예 모욕하듯이 거의 줄여버렸던 것이 문제였다. 저런 친구들의 의식은 자신의 옮은 것과 틀리지 않은 것만 보기 때문에 타협의 여지를 두지 않는 어리석음을 내제하고 있어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간파했던 것이다. 직원을 잘 두는 것은 내가 깨닫지 못했던 것도 알게해주고 모두들 통합하여 많은 사람들이 찾게 만들텐데 그렇지 못한 것도 이 피트니스 센터의 복이겠지. 여튼 사람도 많지 않아 조용하고 다른 사람들의 불만 사항이 없으면 나 혼자만 이상한 것이니 미련없이 탈퇴했던 것이다.
가성비가 좋았던 곳인데, 6개월 등록하고 18일만에 탈퇴하는데 60%만 환불한다고하니 환불정책도 현명하지 못하다 싶다. 상업은 돈보다 사람들 마음을 사는 것이 중요한데 음악 때문에 가고싶지 않은 곳이 생겨버렸으니 다른 분들 의견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