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의 명수

현대 엔지니어링 계약직 토목 차장

by Massoud Jun



*** 갑질의 명수


현장의 두 명의 꼬맹이들은 프랑스어를 모르는 체 했지만 몸소 시범을 보여주고 김 차장이 시키는 시설물 바운드리 설치에 전력을 다하면서 토목 작업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동시에, 김 차장은 소넬가즈 세티프 지사에서 전력을 끌어 쓰기 위해 자주 회의에 참석했고 현장에 필요한 설비들을 사기 위해 시내를 누비다 현장으로 들어오곤 했다. 서울 본사에서는 현장 보고를 김 차장에게 받았으므로, 저녁마다 보고서를 위해서 일찍 호텔로 귀가해서 늦게까지 보고서를 작성했다.


현장 토목 업체와 일을 해오던 김 도화는 업체 이름을 내게 물었다. 업체의 포크레인에는 큼지막한 글씨로 알파벳이 적혀 있었으므로 그게 이름이 아니냐고 되물었더니 그대로 보고서에 작성했다. 업체 이름도 모르고 계약을 작성했을 리가 없는 그가 정작 업체를 불러 앞에서 묻지 않고 내게 묻는 이유가 궁금했지만 결국 그 이름은 공공 공사라고 적혀진 이름의 약자였지 회사 이름이 아니었다. 그가 나를 테스트했던 것이다. 또한 세티프에는 내 카드가 통하지 않아 담배 사 필 돈이 없어 김 차장에게 빌려달라고 요청했더니 이상한 사람 쳐다보듯 위 아래를 훑으면서 정작 빌려 주진 않았다. 그것이 그에겐 나를 공격하는 약점으로 작용했다.


그리고 토목 팀에서 일할 현지 직원을 뽑는다고 시내의 한적한 호텔 커피숍에서 면접을 실행했다. 김 차장은 나를 위한다면서 꽤 얼굴이 반반한 여성을 직원으로 뽑을 예정이라고 말했지만 그 의도는 나를 위한 척 할 뿐, 나는 빨리 그와의 업무에 엮이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만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단 둘 만이 있는 현장에선 아침부터 저녁까지 만나고 같은 차를 타고 출퇴근을 해야 하는 것은 고역이 아닐 수 없었다.


김 도화가 토목에 대한 지식과 직위로 나를 골탕 먹이는 방법은 다양했다. 시내 소넬가즈 지점에서 전력을 끌어오거나 수도, 소방 관련해서는 내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임에도 일일이 데리고 다니면서 시간을 낭비했는데 업무 분담을 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영향력 아래 두었다. 어느 정도 업무 과정을 파악한 내가 혼자 다니면서 하겠다고 말하자, 이번엔 보고서에 작성할 내용과는 상관 없는 디테일 한 부분을 캐물어서 다시 들어가 되묻게 했다. 이윽고, 토목 분야에서는 지질조사를 ‘땅 조사’로 표현했다고 해서 ‘중졸도 아니고 고졸이면서 그런 표현을 한다고 비웃었다. 뻔한 내용에 전문용어가 떠오르지 않아 통역하는 말에 비웃음을 날렸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통역을 위해 간 자리에서 운전수와 알아서 해결하면서도 나중엔 사람을 불러놓고 자기들끼리 가버려 혼자 택시를 타고 와야했다.


그의 토목 관련 통역은 어려운 게 하나도 없었음에도 그는 용어로 트집을 잡았다. 그런 그의 야비한 짓은 운전수 일리아스와 죽이 맞아 쉬지 않고 말을 했다. 심지어 현장에 도착하면 새로 고용된 마을 경비원들에게 말을 걸어 업무 범위를 벗어나 말을 쉬는 법이 없었고 나와 같이 다닐 때면 대화를 별로 하지 않으니 음악을 틀어 놓고 볼륨을 올리면서 눈치를 보았다. 주의를 요청하자 김 차장에게 일러바쳐 오히려 운전수 일리아스와 합작을 이뤄 나를 왕따 시키는데 전력을 다했다. 또한 그는 본사에서 내려오는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고 설령 알려준다해도 잘못된 정보를 알려주어 골탕을 먹였다.


그는 일부러 낮고 힘이 들어간 목소리로 근엄함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명백한 직위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힘이 들어간 낮은 목소리를 헛기침으로 가다듬어 ‘전 과장’을 부르는 그의 의도들은 명백하게 이해했기 때문에 경멸하기 시작했다. 인내심에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직장상사로 생각한다고 말했다가 그때부터는 본격적인 직장 상사의 위엄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이었다. 청소를 담당한 요네스가 사무실에 들어와 비질을 하자, 나중에 업무 끝나면 들어오라고 지시하고 가방을 챙기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그가 버럭 화를 냈다.


“전 과장! 뭐 하는 거요! 직장 상사가 아직도 업무를 보고 있는데 어디서 가방을 싸는 거요!”


내 업무와 그와 연관된 것이 없었고 공무 팀에서 지원해주는 것임에도 그의 갑작스런 태도에 어안이 벙벙해진 나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서히 살기가 솟아 올랐다. 그러나, 참아야 했다. 단 둘 밖에 없는 현장, 그는 이런 상황을 노리고 있을 정도로 직장 내 갑질에 능란했고 이런 류는 난생 처음 당하는 상황에서도 가만두면 안되겠다는 판단이 섰다.

차를 타고 퇴근을 하면서 언제나처럼 운전수 일리아스와 영어로 대화를 나누던 그는 나를 향해 저 들판에 핀 꽃 이름이 뭐냐고 얼굴색을 바꾸고 언제 그랬냐는 듯 웃으며 물었다. 나는 입을 닫았고 죽여버리고 싶은 마음에 살을 부르르 떨었다. 이를 악물었다. 숙소로 향하는 동안 일리아스와 쉬지 않고 대화하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었다. 그나마 숙소를 달리 쓰는 것이 다행이었다.


Yones.jpg 요네스의 안전모 위로 세워진 현장 사무실과 토목 공사





느닷없이 그는 휴가를 떠났다. 3개월 단수 비자로 들어온 모양이었다. 혼자 남겨진 내가 보고서를 작성해야 했지만 김 도화는 날씨 어플만 가르쳐 주고 나머지 업무 인수인계를 하지 않고 가버렸다. 그나마 알려준 포크레인 버켓 용량 측정하는 것도 거짓 정보라 현지 토목 업체에 요청해서 보고서를 작성했다. 김도화에겐 더 이상 기대할 게 없었지만 현지 토목 업체는 현지업체에게서는 지금까지 한번도 본 적이 없을 정도의 일사불란함으로 현장을 정리했다. 그렇게 2주가 흘러 그는 현장으로 복귀했다.


복수비자로 업무 차 알제리로 오면 기본 4개월 일하고 2주 휴가를 떠나는 것이 해외 프로젝트의 기본 룰이었기에 알제리에 처음 온 현대엔지니어링의 관리는 아직 틀이 잡히지 않은 모양인지, 어처구니 없는 행정 실수를 했다.


4월 말인데도 날씨가 추웠음에도 오후만 되면 무더웠다. 4월 초까지만 해도 얼었던 땅이 녹아 진창이 되는 일이 빈번했지만 이제는 초록이 들판을 가득 메워 개 양귀비 꽃이 지천으로 피어 장관을 이루었다. 현장에는 곧 발주처의 토목 선발대가 헨니쉬라는 현장 소장이 직원 5명과 함께 파견되어 옆에 자리잡았다. 현엔에서는 용 부장이 현장 책임자로 파견되어 헨니쉬를 상대했고 곧 안전관리자도 파견되어 호텔 생활을 청산하고 김 수용이 계약한 시내 외곽에 위치한 4층짜리 단독 주택에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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