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자와 인정받는 자

인정받는 자와 무능한 자

by Massoud Jun


작은 키에 날카롭게 생긴 새로운 토목 전문위원은 안전화를 신으면서 나를 올려다보았다. 토목 처리가 빨라야 해서 팀을 꾸려 본격적으로 현장에 파견되기 전에, 선발대 차원에서 온 김 위원은 그러나 거침없이 말하면서도 뭔가에 대한 불만 가득한 얼굴이었다. 김도화의 직속상관이라 꼼짝없이 김 위원의 지시를 따라야 하는 그의 거취가 볼만하겠다 싶었지만 어차피 같이 붙어먹을 거란 판단에 저 불편한 얼굴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걱정이 앞섰다.


본격적으로 측량기사와 토목 전문위원까지 파견되어 김 도화와는 자연스레 왕래가 사라졌지만 나를 위해서 채용한다던 여자 토목 직원은 헨니쉬가 ‘왜 여자를 뽑았느냐?’는 질문 한마디에 남자로 바뀌었다. 토목 김 현수 전문위원은 키가 작고 깐깐해 보였다. 김도화로부터 나에 대한 정보를 들은 그의 눈빛이 까칠하게 내게 꽂혔다. 김 수용이 직원들 숙소를 세티프 시내 외곽에 잡아 더 이상 호텔 생활을 하지 않게 되었고 야비하고 저열한 김도화와 직접 연관될 일도 없이 토목 업무는 김 위원과 처리했다.


첫인상과는 달리 김 위원은 나에게 부드럽게 대했다. 잔뜩 불편한 인상이 전문분야인 토목 쪽에서만 진가를 발휘했기 때문에 행정이나 문서 정리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나에게 친절했다. 출퇴근 차량에서 김도화가 일방적으로 일리아스와 대화를 나누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어차피 나는 말이 별로 없어 고요하고 고소한 며칠이 지나지 않아 아침 출근길에 김 위원이 오늘 외부 행정 일정을 내게 물었다. 자연스러운 대화가 오가자 김도화가 어험, 어험 메마른 기침을 했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우리 대화가 꼴 보기 싫어서 하는 짓이었다. 그 정도로 저열했다.


헨니쉬는 스스로를 발주처의 노회 한 시공사 요리사라고 자랑삼아 말했다. 작고 큰 프로젝트를 수행한 그는 발주처 피엠인 모하메드의 스승이었음을 자부심으로 삼았고 가끔 대놓고 뇌물을 요구했다. 손주들에게 줄 선물을 은근슬쩍 비쳤던 것이다. 그런 것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아마추어적인 수준이었고 뇌물에 능란한 한국 업체라 할지라도 그런 말을 전해주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나는 그와 잘 맞았다. 아니, 오히려 나를 통해 그의 요구사항이 용 부장에게 전해져 은근슬쩍 말한 뇌물이 자기 손에 떨어지길 바라면서 잘해주었는지 몰랐지만 의도대로 되지 않을 땐 앙탈을 부렸다.


나는 자주 발주처 사무실에서 원액에 아래쪽에 설탕을 깔아 휘젓지 않고 그대로 마시는 알제리 식 커피를 마셨다. 헨니쉬와 함께 온 다섯 명의 토목 엔지니어 중 세 명이 같은 압델카림이란 이름을 썼고 덩치가 크고 작은 것을 빗대어 앞에 그랑, 쁘띠라는 형용사를 붙였다. 그들의 성은 대부분 모하메드였으므로 모하메드라고 부르면 모두가 다 돌아볼 정도였다. 그것은 그들이 한국인들에겐 ‘김’ 아니면 ‘리’로 불리는 말과 마찬가지였다.


체격이 2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큰 압델카림은 자신들이 발주처임을 강조하기 위해 내 어깨를 자신에게 돌려세워 놓고 대화를 시도했는데, 그 대화란 게 업무와 전혀 무관한 것이었다.


"마쑤드! 이 현장에 두 나라의 국기를 걸게 되면 당연히 알제리 국기가 높이 올라가야 돼. 왜냐하면 우리가 너희에게 발주를 준 것이라 너희 국기가 밑에 위치하는 것은 당연한 거야!"


그의 터무니없는 말에 상대하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리면 양쪽 어깨를 잡고 자신에게 똑바로 세워 다시 한번 확인시키는 놈이었다. 거기에 작은 압델카림은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헨니쉬와 모하메드에게 보고했는데 수준이랄 것도 없는 애들보다 못한 고자질에 썩소만 나올 지경이었다. 중요한 것은 이미 그들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존중과 협력보다 트집잡기를 시전하고 있었기 때문에 현대 쪽 사람들과의 부조화가 눈에 훤히 보였고, 이를 어떻게 조정할지도 주요 과제처럼 보였다. 그들은 빨리 진행하려는 한국인의 업무를 발목 잡고 질질 끌게 분명했다.


토목 업체 관리자들, 오른쪽 와심은 세 명의 아내와 동침한다고 자랑했다. 넘치는 에너지와 호방함이 토목 현장을 기막히게 통솔했다.


두 명의 압델카림은 헨니쉬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아마추어적인 갑질을 하려 들었다. 청소하는 잡부 요네스에게 일을 시키면 부당한 일을 시킨다고 무례한 짓은 물론, 고유 업무 영역까지 침범하는가 하면, 쁘띠는 회의록에 나오는 말들로 근엄함을 떨었다. 이들을 상대로 코디네이션을 해야 하는 내 역할의 활로를 찾아야 했다. 그럼에도 모두들 용 부장과 김 도화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었다.


기계 설치가 전공인 용 부장이 토목 공사가 늦어지는 이유로 김 도화를 닦달했다. 욕을 하는 수준이 어마 무시했기 때문에, 김 도화는 무슬림 애들이 멋으로 기르는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면 용 부장이 괴롭히지 않을 거라며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인성이 쓰레기인 그의 요청을 들어주고 싶지 않았다. 이제 그와 얽힐 업무가 없었다. 더욱이, 그 요구는 가당치도 않았다. 그러나, 금방 마음이 변해 도와주기로 했다. 그는 헨니쉬에게 자신이 토목 전공자인데 용 부장이 토목에 대해 모르면서 자신을 지배하려 든다는 내용을 마을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접대하면서 말했다. 헨니쉬의 답변은 내 예상과 같았다.


"그건 너희들이 알아서 해야지 내가 개입할 일이 아냐! 그리고 너희 보스로써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 거지. 그런데, 김! 너는 우리 엔지니어들의 요구 서류에 대답은 하면서도 하나도 해주지 않아. 계속 그렇게 오만하게 굴면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김도화가 나의 통역 없이 토익 800의 실력을 믿고 영어로 발주처 담당 직원들과 나누는 대화는, 발주처 본사에서 수칸에게 토목 상황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상대가 이해하지도 못하고 자신도 이해하지 못해 내게 물었던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라는 것을 쉽게 진작할 수 있었다. 상대를 깔보며 어, 어 하고 하는 대답은 상대가 듣기에 거북했을 것이고, 상대가 발주처임에도 거만하게 이해한 것처럼 대답하는 것은 오만한 자들이 자주 범하는 실수였다. 이해 못해서 묻는 것은 실례라도 완벽하게 이해해야 했다. 상대는 발주처가 아닌가!


그런 김 도화는 김 위원을 무시하기 시작했다. 김 위원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없었기 때문에 무시하기 시작했다. 반면에 용 부장은 직원 평가 재량을 갖고 있었으므로 악랄한 책임전가를 하는 게 눈에 뻔히 보였음에도 김 도화는 꼼짝을 못 했다. 그러나, 자기 위의 책임자로 온 전문위원 김현수 전문 위원에게는 온갖 패악 질을 일삼다가 결국, 현장에 한 번도 나가보지도 않고 갑질을 한다고 본사에 보고하는 패륜까지 저질렀음에도, 현장의 일을 알 리 없는 본사에서 김 차장은 인정을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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