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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ssoud Jun Feb 22. 2020

점심을 주세요!

프로젝트 전략 회의


*** 일요일, 전략회의



 효준이 민수를 한 번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민수에겐 악의가 없어 보였지만 그 속에 감춰진 그의 의도를 도착 이틀 동안 읽어버린 탓이었다. 그것은 착취와 푸대접이었다. 둘은 늦게 돌아와 저녁을 먹고 곧장 민수가 저녁 회의를 소집했다. 현장 소장과 다른 식구들도 모두 모였다.


“모레부터는 전략을 다시 짭시다. 아침에 ‘독립 광장’에서 모이는 것을 찢어서 현장에서 각각 모이는 것으로 결정합니다. 독립광장에서 모이는 걸 더 이상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까진 7시에 모였는데 화요일부터는 6시 30분에 모이는 것으로 해서 오후 5시에 작업 끝나는 것으로 하고, 각 부장님들이 내일 출근해서 전체 아침 조회 마치고 미팅 장소를 지정해주고 앞으로 현장에서 직접 모여 이동 시간을 줄입시다. 이의 있습니까?”


 예상하지 못한 소리에 효준이 놀라 고개를 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미리 알고 있었던 듯 반응이 없었지만 너무나도 뜻밖의 결정이었다. 인력들이 나눠지면 효준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산발적인 통역만 할 수밖에 없을뿐더러, 전체적인 관리가 허술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기도 했고 민수에게 말했던 2주 동안 교육을 통해, 일사불란하게 책임감을 갖고 움직이는 시스템을 만드는데 문제가 생길 게 뻔했다.


“그러면 애들 교육과 의사 전달에도 문제가 생기는데 어떻게 하시려고?”


“그것은 각 부장님들이 현장에서 직접 관리하시면서 해결할 수 있습니다. 교육보다는 공정이 중요합니다. 우선은 이 광장에서 모이는 자체를 없애고 1시간씩 걸리는 이동 시간을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제 이곳에서 모이는 것이 지긋지긋합니다.”


민수가 확신을 가지고 결정을 내리자 주변은 침묵했다.


“다른 의견 없으시면 애들 점심 식사 문제인데,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점심때마다 행정인 팔이 애들 찾아다니면서 천 원씩 주는 것도 인력 낭비입니다. 좋은 대안을 제시해 주십시오”


“마을마다 촌장에게 얘기해서 인부들 식사를 만들어 제공해주는 것이 식사시간 혼란을 줄이는데 좋을 것 같습니다. 각 마을마다 사람들이 모여 휴식하거나 회의하는 정자를 빌려 그곳에서 식사를 하면 마을 간의 유대관계도 좋아지고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 부장이 의견을 냈다. 민수는 다음 의견을 받았다.


“제가 알제리에 있을 때, 애들에게 도시락을 싸오게 하니까 현장에서의 식사 문제가 없어졌습니다. 도시락을 싸오게 하고 식비를 급여에 포함시키는 것입니다”


이 부장이 의견을 제시했다. 그곳은 현지인들이 모두 마을 사람들이었고 작업장이 한 곳이었고 가족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이 현장은 이동이 잦고 이동 시마다 마을 사람들을 고용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각 마을마다 식당을 정해 놓고 해 먹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합니다.”


“그것보다 식당 하나를 정해서 전 인원의 식량을 주문해서 차 두 대 정도로 일제히 배급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이런저런 의견들이 나왔지만 효준에게는 식당을 정해서 이동하거나, 가까운 곳은 배달이나 직접 찾아가게 하고 먼 곳은 식당에서 직접 한 곳으로 식량을 이동하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좋습니다. 다른 의견은 없습니까? 그러시면 내일 이 안건은 도시락을 싸오는 것으로 결정하겠습니다. 윤 부장님이 아침 조회 때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새로 윤 부장님도 오시고 했으니 지지부진했던 현장들에 속도를 가해서 진전을 좀 보도록 합시다. 우리 모두 최 소장님 아래 똘똘 뭉쳐 한 번 해봅시다.”


 민수가 다짐을 하며 각 부장들의 눈빛을 하나씩 맞추었다. 갑작스러운 주요 결정을 업무 일지에 받아 적으면서도 효준은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작업자들의 술렁이는 모습이 눈 앞에 일렁거렸다. 아침 미팅에서 애들 교육을 하겠다던 생각이 달아나고 각 현장에 아침 6시 30에 찾아가서 소수의 인원을 교육하는 것은 파트장들의 말을 전달해달라는 것이었는데, 전혀 실효성이 없었다. 그러나 결정이 나자, 지시에 따라 의사 전달하는 것이 통역의 의무였으므로 개의치 않았다.



*** 점심을 제공하지 않다.



안전관리자 파브리스의 아침 조회



 인부들이 일제히 인사를 했다. 늦는 사람도 모두 자리에 참석했다. 팀 별로 모두 안전 관리자인 현지인 파브리스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파브리스의 말은 뒤편에서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작았다. 물을 많이 마시고 햇빛에 주의하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저 새끼 저거 안 하고 싶은데, 윤 부장님이 그냥 하시죠?”


 민수가 말하며 눈치를 주자 인부들 앞으로 나섰다. 아침마다 진행하는 안전 교육과 조회를 안 하고 싶다고 말하는 거였다. 총인원이 2백여 명으로 알고 있었는데 얼핏 100여 명이 넘어 보였다. 멀리 선두를 치고 나가는 인력들과 최근 급여를 늦게 줘서 결근한 인원들, 먼저 현장에 간 인력들은 포함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효준은 일요일 오후 민수와 함께 있을 때, 혼자 조깅을 하던 젊은 인부가 숙소 앞을 지나가자 민수와 함께 그의 탄력 넘치는 근육과 완벽한 몸매에 감탄했던 기억이 났다. 그를 불러 둘이 샤도우 복싱으로 간단하게 테스트하자 훈련이 제대로 되지 않은 유연성에도 내심 놀랐고 짧은 연습에 효준이 숨을 헐떡이자 민수가 노환이라고 놀렸었다. 젊은 인부 이름이 온도였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봉쥬르 무슈?”

“어제 주말 잘 쉬었나요?”

“네 잘 쉬었습니다.”

“그래요? 그거 참 아쉽군요. 온도? 온도 어딨나?”

“여깄습니다 무슈!”


어제 숙소 근처로 달리기를 하던 온도를 일부러 이름을 기억해 뒀다 효준이 불렀다.


“온도, 어제 여자 친구랑 데이트했어?”

“와아~”


작업자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여자 친구 없습니다”


“올랄라, 그런 슬픈 일이! 저 젊고 잘 생기고 몸매도 뛰어난 친구가 여자 친구가 없다니! 슬픈 주말을 보낸 게 확실하군요!”


인부들이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인부들 중에는 여자들도 몇몇 섞여 있었다. 이곳에선 성적인 농담이 남용되는 곳이었고 지나다니는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남자들을 꼬시거나 작업자들이 꼬시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온도처럼, 나도 슬픈 주말을 보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이나 연인과 같이 보낼 수 없는 주말은 슬픈 일이지요!

여기 먼 나라 한국에서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러 온 외국인들이 있습니다. 천사처럼 착한 미소와 언행을 가진 여러분들이 따뜻하게 맞이해 주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선 일만 하던 저 한국인들은 오로지 일만 하면서 지금껏 성장해서 오로지 일로만 인생을 살아갑니다. 자식들에 대한 교육과 가족에 대한 책임감으로 일에는 아주 엄격합니다. 슬픈 일이지요. 그러나 느림의 미학과 여유와 언어의 유희로 사는 여러분들과 만났을 때는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일과 일상은 구분해야 하는 것은 모두들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거기에는 여러분들의 이해와 협력이 필요합니다.

 내일 화요일부터 바뀌는 시스템에 대해 알려 드리겠습니다. 저도 지시를 받는 입장이라 따라야 하고 회사에서 내려온 지시는 월급을 받고 있는 이상, 따라야 합니다. 바뀐 시스템은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 내일부터 아침 조회시간은 6시 30분입니다. 작업은 17시에 끝납니다. 여러분들이 각 한국인 책임자들에게 인계되면 그때 아침 미팅 장소를 알려 줄 것입니다. 두 번째는, 내일부터 점심에 제공되던 식비는 여러분 일당에 포함되고 점심은 여러분이 직접 싸와야 합니다. 가족이 있건 없건 직접 싸와야 하고 점심을 먹지 않는 사람들은 일을 시키지 않을 것입니다. 먹지 않으면 일도 없다는 것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들은 한국 업체와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국제법에 보호를 받고 있으며 가봉에 이 프로젝트를 위해 초대되어 왔습니다. 여러분이 만약 작업 중, 업무 불이행을 하거나, 작업장 이탈, 거짓말과 도둑질을 할 경우에, 한국인들 뒤에는 경찰과 민병대가 지키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따라서, 이곳에서 거짓말, 도둑질, 업무 불성실에 대한 경고와 조치를 취하게 될 것입니다. 내 말을 명심하시기 바라고 만약 누군가 한 번 제 의도를 시험해 보겠다면 얼마든지 환영입니다. 질문 있습니까?”


출근 시간의 한국인 관리자들과 독립광장



모두 웅성거렸지만 질문은 아무도 하지 않았다.


“좋습니다. 이제부터 출석 체크를 하겠습니다.”


효준은 토요일에 팔을 시켜 작성해둔 출석표를 각 팀장들에게 나누어 주고 5분의 시간을 주었다. 명단이 제출되자 팀 중에 한 팀을 선정하여 이름을 부르고 앞으로 나와 얼굴을 확인하고 옆으로 서게 했다. 부재자를 출석자로 체크한 게 두 명이었다. 인원이 많은 한 팀을 더 불렀다. 같은 결과가 발생했다.


“두 번 다시 이런 장난을 치면 팀장을 교체하고 경찰에 인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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