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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간계 연구소 Mar 19. 2021

나의 필터링

박정희야?! 전두환이야?!

사랑하는 사람을 잃거나 다시 일어설 수 없는 삶의 절망에 빠졌을 때 만들었다는 작품들을 접할 때마다, 부럽기도 하고 한편 의심이 되기도 한다. 나는 정신적 공황 상태가 오면 멍하니 생각만 한다. 몸을 일으켜 곡을 쓴다거나 무슨 작품을 만드는 행위는 상상할 수 없다. 삶의 부정적인 부분들을 더 어둡게 칠해 처참히 실패해버린 인생을 만들다가, 생각해보면 별 것도 아닌 일에 내가 또 소설을 쓰고 있구나 하면서 다시 정신 차리기를 무한히 반복한다. 

 

나에게 글쓰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마음이 힘들면 머릿속에서 무슨 폭탄 같은 게 터지는 것 같다. 격렬한 전쟁 씬처럼 여기저기서 생각들이 터져대고, 소리치며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 같다. 그때 할 수 있는 것은 정말이지 가만히 앉아 생각하는 것뿐이다. 심지어 요즘에는 그게 너무 힘들어서 그런지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 잠도 오더라. 나이 먹어서 그런가...


암튼 그렇게 조금 안정이 되고 글을 쓰려다 보면 벌써 많이 생각이 정리가 돼서 이미 그때의 그 감정이 아니다. 복받치는 감정을 쓰면 거짓말 같고 사족 같다. 그렇다고 정리된 감정을 쓰면 늘 그렇듯 건조한 자기 성찰식 글이 되는 것 같다. 설사 감정이 쏟아져 나오는 대로 글을 썼다한들 이 글을 어딘가에 드러내는 게 무슨 의미일까를 생각해보면 이내 글을 지워버리게 된다. 요즘에는 예민하고 우울하고 까다롭고 정신병 한 두 개쯤 있는 게 자랑처럼 되어버려서 나도 약자 코스프레 코인이라도 쓸라고 하는 건가 싶은 마음도 들도, 딱히 드러내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한다. 


그리고 무슨 자아성찰이라던가 세상이나 인간에 대한 깨달음의 글을 쓰면 중간에 거의 매번 찾아오는 현타(현실 자각)의 순간이 있다. '내가 뭐라고 뭐가 맞네 틀리네 하고 있나...' 보통 그렇게 지워버리거나 멈춰버리거나 하고, 가끔 그냥 에라 모르겠다 하고 끝까지 써보기도 하지만 늘 뭔가 개운치가 않다. 


그렇다고 일기나 각오 같은 글을 자주 올리자니 너무 민폐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내 생활 계획표를 매일같이 올리는 게 무슨 의미일까. 뭐 확실히 나한테는 도움이 된다. 실천하기 위해 만천하에 공개하는 것만큼 좋은 것도 드물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에는 뭔가 걸리적거리는 게 있다. 


글머리에 언급한 것처럼 내가 그들을 이해 못하는 이유는 혹시 내가 글을 쓰는 행위 자체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기 때문인가 싶다. 죽음을 맞이하는 것 같은 순간에도 컴퓨터를 켜고 프로그램을 열어서 곡도 쓰고 글도 쓰고 해야 하는데 그 전이고 그 후고 잡생각이 너무 많은가 보다.


그래서 오늘은 그냥 잡생각을 쓰고 아무 생각 없이 올려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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