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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간계 연구소 Mar 23. 2021

멍청하면 가서 공부를 해야지 어디서 아가리를 놀려!

제 2 화

요즘 여기저기 '고구마'와 '사이다'라는 말이 자주 쓰인다. '고구마'는 고구마를 먹다가 가슴에 걸린듯한 느낌을 어떤 답답한 마음에 비유하는 것이고, '사이다'는 그런 마음을 뻥 뚫어주는 시원한 무엇을 얘기하는 것이다. 나는 고구마와 사이다를 같이 먹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예전에는 사이다와의 조합이 찐계란이고, 고구마와는 물김치였던 것 같은데... 뭐 암튼...


언제야 사는 게 안 그랬겠냐마는 저런 단어들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가 지금을 사는 사람들의 답답함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다. 하나도 안 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SNS나 유튜브 등의 계정을 운영한다. 그리고 그중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통로로 사용한다. 당연하지만 이곳에서도 권력과 계급은 존대한다. 흔히 셀럽, 인플루언서들은 단순한 말 한마디, 사진 한 장에도 수만 개 수억 개의 좋아요와 댓글이 달리기도 하고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심심해...'라는 한마디에 수만 명이 좋아해 주고 공감해주고 심지어 심심하지 말라고 선물도 보내주는 상황이다. 혹은 어떤 이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올리면 공론의 장이 마련이 되어 그에 대한 갑론을박 댓글과 영상들이 줄지어 생기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한 영향력은 권력이고 돈이고 그 외에 많은 부가가치를 물어다 준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디에 글을 쓰고 영상을 올린들 누가 관심도 없다. 설사 그 내용이 꽤 좋아도 어떤 모멘텀을 만들어 내지 못하면 방에서 벽에다 얘기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때로는 자신이 볼 때 '틀린 사람', '틀린 것', '틀린 의견'인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면 미쳐 돌아가는 세상 같이 보일 수도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이 권력과 계급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야 당연한 줄 알면서도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에 '고구마' 백개가 가슴에 걸린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때 자신의 대변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내 마음을 속 시원하게 얘기해주는 사람, 게다가 어느 정도 영향력도 있는 사람을 만나면 동지를 만나 것처럼 반가운 마음이 든다. 심지어 그가 생각할 여지도 없이 내편에 서있고 생각을 표출하는 방식은 전사처럼 거침이 없다면 바로 그는 '사이다'가 되는 것이다.


김 빠진 사이다를 누가 먹겠는가. 사이다는 머리가 띵할 정도로 똭! 쏴야 사이다지. 은근하면 사이다가 아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은 권력을 갖기 위해 또는 권력에 취해 더 강하게 더 노골적으로 더 편파적으로 더 짧게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들게 된다. 



나는 어릴 때부터 발표하고 토론하기를 좋아했다. 그리고 20대 중반까지 굳게 믿고 있던 가치관 하나가 있다.


생각은 객관적으로 표현은 극단적으로!

어떤 사항에 대해 토론을 하던 늘 준비되어 있어야 했다. 토론에 지고 싶지 않아 순간 떠오르는 임기응변들을 마치 오랜 시간 고민한 생각인 양 얘기하는 게 너무 싫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준비라는 것은 최대한 객관적 사실들과 상황에 대해 아는 것이고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견고히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누군가와 그 테마에 대해 토론하는 순간이 오면 알고 있는 객관적 사실들은 언급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상대방 입장 역시 절대 얘기하지 않는다. 그냥 바뀌어야만 하는 부분, 잘못된 부분을 왜 바꿔야만 하는지만 전투적으로 피력한다. 


그렇게 많은 가족, 친구들뿐 아니라 많은 어른들과 싸웠고 누구와 무슨 얘기해도 나는 꿀리지 않는다라고 믿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일 년 일 년 세상이라는 것을 조금 더 다양한 역할을 통해 경험하면서 내가 운전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 주위의 운전자들이 양보를 잘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서서히 밝혀지는 어린 시절의 비밀들


3부에 계속...





Pixabay로부터 입수된 intographics님의 이미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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