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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간계 연구소 Apr 15. 2021

나의 죽여주는 전쟁(戰爭)설계

당신의 룰로 전쟁하라

보도블록 사이로 피어난 풀잎도 밀림의 왕 사자도,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살아남기 위한 전쟁을 치른다. 알에서 깨어나 미쳐 바다까지 가보지도 못하고 갈매기 밥이 되는, 짧고 불운한 생을 살기도 하고 100년 넘게 잘 먹고 잘 사는 인생을 살기도 한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죽는 날까지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인생은 전쟁이다.


인간의 전쟁과 다른 생물들의 그것과 구분되는 점은 생존의 목적 이외에도 너무나 많은 가치들을 위해 투쟁한다는 것이고, 그 투쟁의 방법이 같은 종(Sapiens) 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다양한 형태를 띤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전쟁은 자연의 법칙을 벗어나 계속해서 더 복잡해지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경험들을 모아 '학문'이라는 이름으로 계속해서 정리하고 발전시켜가고 있다. 학문은 '무엇을 위해 전쟁을 하는가' 그리고 '그 전략과 전술은 무엇인가'따위를 연구하는 일종의 병법인 셈이다.  


더 많은 돈은 버는 것이 인생이 목표 거나 정치와 권력의 최상위에 오르고자 하는 사람들, 인싸 중에 인싸가 되고 싶은 사람들은 아마도 '인생은 전쟁'이라는 말에 지극히 동의할 것 같다. 어쩌면 당연한 말을 뭐 이리 장황하게 하나 싶을 수도 있다. 그래서 그런 류의 인생은 좀 재껴두고 '나는 아닌데?'라고 생각할만한 인생에 초점을 두고 얘기하고자 한다. 즉, 아싸 중에 아싸로 사는 사람도, 메인스트림이나 트렌드 따위에 치를 떨며 사는 사람도 결코 세상이라는 '전장(戰場)' 벗어날 수 없다는 뜻이다.


생존을 위협할 만큼 기본적인 충족이 안 되는 경우는 줄었을지 모르나, 한정된 재화를 두고 경쟁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다. 재화의 종류와 양은 엄청나게 풍부해졌지만 한 개인이 가져야 하는 혹은 갖고 싶어 하는 재화의 양도 그만큼 늘었다. 육탄전의 양상은 현저히 줄었지만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더 복잡한 고도의 전략과 첨단의 기술이 필요한,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러야 하는 것 불변의 사실이다.


일반적인 대다수의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별로 관심도 없고 갖고 싶지도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삶의 태도를 갖고 있으면 보통 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오히려 더 많다. 극단적으로 경쟁적이고 소비적인 빌어먹을 세상에 불만이 있을 확률도 더 많다. 그러나 그도 밥을 먹고 옷을 입는다. 어디선가 어떻게 생겨난 돈(재화)을 쓰고 있는 것이다. 제한된 자리에 내가 있는 것은 그 자리에 올 수 있는 타인과의 전쟁에서 승리했기에 가능하며 그 자리에서 나를 선택한 사람에게 그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 보일 때만 돈을 받을 수 있다. 돈은 '승전보'다.


사람은 본능과 습관으로만 살지 않기 때문에 다른 가치를 두고도 전쟁을 해야 한다. 종교, 정치, 식습관, 사회적 역할, 성, 문화, 예술 등등 우리가 살아가는 곳에 존재하는 모든 것의 헤게모니를 선점하기 위해 그 구성원들은 집단을 만들거나 혹은 개인적으로 전쟁 중이다. 전쟁에는 물자가 중요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돈과 식량을 조달하기 위한 투쟁을 한다. 복잡한 것들을 걷어내면 결국 다른 곳에 갈 돈과 식량을 약탈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능력', '실력'이라는 말로 그 약탈을 성취라고 말하지만 내가 얻으면 남은 얻지 못한다.


우리는 자본 이외에도 이념적으로, 정신적으로, 사회적으로  것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런 노력은 때때로 '얻기'보다 '버리기' 되기도 하고 '하기'보다 ' 하기' 되기 때문에 전쟁이라는 단어와 상충되는 느낌을  때도 있다. 하지만 세상의 수많은 가치 중에 어떠한 이념이나 신념을 갖는 , 어떠한 정신으로 스스로를 무장하는 , 사회적으로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는지는 모두 스스로가 선택한 가치다. ‘수많은 가치 중에 가장 좋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가치판단을 이미 한 것이다.


전체적인 가치를 두고 판단했을 때 A가 옳다고 생각하고 B를 선택하는 경우는 절대 없다.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 싸우자!'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내가 옳다.'라는 판단으로 내 것을 고른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내가 선택한 가치가 정말 '참'인지 증명하기 위해 어떠한 식으로든 에너지를 만들어 낼 것이다. 누군가는 소셜 미디어의 아이디를 삭제하고, 핸드폰 없는 삶을 선택한다. 누군가는 산으로 들어가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선택한다. 자신이 믿는 신의 증거가 되기 위해 노력하기도 하고, 자신의 신념이 세상의 통념이 되기 위한 운동을 하기도 한다.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투표용지가 있고 우리는 무엇이 최선인지는 모르지만 한 곳에 도장을 찍어야 하는 상황이다. 아무도 피할 수 없다.

 

피할 수 없는 전쟁이면 무조건 이겨야 한다.


우리는 어떠한 방식으로 살아가던 에너지를 끊임없이 소모하고 생산한다. 그리고 그 에너지는 나와 연결된 모든 존재를 자유롭게 오가며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것은 선택의 영역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무엇을 무기로 어떠한 방식으로 나의 전쟁을 치를 것인가?!

치열하게 사회적 성공을 향해 달리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인생이 전쟁이라는 상황을 인정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이 전장에서 빠져나갈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결국 패잔병이 되기 일수다. 예를 들면 사랑과 이해가 넘치는 세상으로 살면 참 좋을 텐데 세상은 점점 분노와 분쟁만 늘어가는 걸 보면서, 우울해지고 불만이 가득해지고. 결론은 '나는 좀 뺴줘.'로 귀결되는 것이다. 그러나 결코 빠질 수 없다. 그는 우울하고 불만이 가득한 분노와 분쟁과의 전쟁에 포로로 잡힌 채로 살아갈 뿐이다. 이제 그것을 인정하고 이기는 싸움을 해야만 한다.  


당신이 더 멋있는 방법으로 더 현명하게 싸워내지 못하면 세상은 점점 그렇지 않은 힘의 노예가 되어간다. 우리는 모두 각자가 선택한 '나의 죽여주는 전쟁'을 설계해야 한다.


당신이 원하는 세상은 무엇인가?

당신이 흘려보내고 싶은 에너지는 무엇인가?

당신이 전쟁에서 지키고 싶은 신념은? 사람은?

결국 그렇게 생의 마지막에 손에 쥐고 싶은 '승전보'는 무엇인가?


그리고 승리의 삶을 살고 있다면 꼭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결국 나의 승리도 누군가의 희생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Pixabay로부터 입수된 WikiImages님의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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