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프의 개
루틴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해야 할 일과 명확한 시간과 장소를 결합시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조건반사를 하는 '파블로프의 개'가 되어야 한다. 한 번쯤 들어봤겠지만, 개에게 먹이를 줄 때마다 종을 울리는 것을 반복하면 나중에는 개가 종소리만 들어도 침을 흘린다는 것을 증명한 실험이다.
나보고 개가 되라고?!
그렇다. 어떤 행위가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지를 찾아내는 위해서는 많은 생각이 필요하다. 나를 잘 알아야 하고, 우선순위도 지혜롭게 잘 정해야 한다. 게다가 세상의 흐름을 읽는 눈도 필요할지 모르다. 지식과 지혜와 논리적/비판적 사고 등등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에게 가장 잘 어울릴법한 것들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행위를 나의 루틴에 넣기로 결정했다는 것은 지금 내가 그 행위를 하는 것이 하지 않는 것보다 더 좋다는 가치판단을 이미 마친 상태를 의미한다. 이제 그것을 나로 하여금 어떻게 같은 시간 혹은 같은 장소에서 반복적으로 수행하게 만들지만 고민하면 되는데, 고민하면 망한다. 무조건 망한다.
학교에 다니며 왜 학교를 다녀야 하고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길어질수록 공부는 못하게 되어있다. 회사를 다니면서 아침마다 내가 왜 회사에 출근해야 하는지는 오래 고민할수록 때려치거나 잘릴 확률은 높아진다. 모든 사람이 모든 분야에서 똑같다. 운동선수가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작가가 글을 쓰기 전에, 연주자가 연습을 하기 전에 생각을 하면 그 행위를 하지 않게 될 확률은 올라간다. 설사 오늘은 고민 끝에 스트레칭을 시작했지만 내일도 모래도 그 고민을 계속한다면 금방 그 루틴은 깨질 것이다. 왜냐하면 분명 머지않아 몸이 더 피곤하거나, 비가 오거나, 우울하거나, 날씨가 좋거나, 친구에게 전화가 올 수도 있으며 그 일 외에 내 인생을 방해하는 크고 작은 일들이 몰려올 테니 말이다.
생각해야 하는 때와 생각하지 말아야 하는 때의 스위치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그 행위를 일정한 패턴을 갖고 반복적으로 수행하여 나의 루틴으로 만들기까지는 생각의 스위치를 끄고 반응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미리 정해둔 시간이 되면 정해진 장소에서, 정해진 패턴으로 '그냥'시작한다. 아침 6시에 알람이 울리면 '파브로프의 개'가 침을 흘리듯 침대에서 일어난다. 절대 일어나는 게 옳은 일인가? 나는 지금 컨디션이 꽝인데 5분 더 자고 더 나은 컨디션으로 하루를 사는 게 더 현명하지 않을까? 따위의 생각은 하지 말자. 오후 1시에 점심을 먹기로 했으면 무조건 먹는 거다. 12시 30분쯤 소위 삘이 와서 한창 집중하고 있었는데 좀 더 하다 밥을 먹을까 하면 망한다. 또 위산은 넘치고 저녁은 거르고 야식은 폭식하게 될 것이다. 일단 정해진 패턴을 최대한 수행하는 것에만 집중한다.
어디선가 본 방법 하나가 생각난다. 이것도 패턴을 수행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초반에 꽤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이름이 '3초 요법'인가 그랬다. 해야만 하는 일을 해야만 하는 시간이다. 알면서도 순간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3초의 카운트 다운을 세는 방법이다. 글을 쓰기로 계획한 시간인데 나는 핸드폰으로 유튜브 동기부여 영상이나 보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 순간. 3! 2! 1! 을 세고 바로 핸드폰을 끄고 책상 앞에 앉는 방법이다. 하고 있는 내가 유치해 보일 때가 있지만 일단 그렇게 글을 쓰고 나면 꽤나 뿌듯할 것이다.
하지만 온갖 시도를 해봐도 쉽지 않을 때가 있다. 혹은 혼자 루틴을 돌리고 있지만 더 재미있고 효과적으로 성장하고 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다.
역시 혼자만 하는 것보다는 같이하는 효과라는 것이 있다!
5부에 계속...
Pixabay로부터 입수된 Free-Photos님의 이미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