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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간계 연구소 Dec 14. 2023

운전하며 느끼는 인생


운전을 하다 보면 인생이랑 참 닮은 구석에 웃음이 난다.


딴에는 성실하게 달려왔는데 그놈의 빨간불에 걸려 한참을 멈춰 선다. 신호가 바뀌고 브레이크에서 체 발을 떼지도 못했을 때, 얼마나 뒤에 오고 있었는지 가늠도 안될 차가 때마침 바뀐 신호를 타고 질주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캬… 인생은 타이밍.




IC로 빠지는 차선이 꽉 막혀있다. 약속 시간은 늦었고 차는 움직일 생각이 없다. 발을 동동 구를 때, 뻥 뚫린 옆 차선을 타고 질주하던 차가 최대한 앞으로 가더니 한참을 바보처럼 기다리던 차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쑥 하고 차선을 비집고 들어온다. ’에라이 사고나 나라!‘ 말을 하고 혹시나 무서워서 작게 말을 덧붙여 본다. ’음…크게는 말고 접촉사고 정도…‘  그러나 그 차는 사고 없이 훨씬 일찍 목적지에 도착했을 것이다. 중요한 사람과의 약속이던 가족과의 소중한 시간이던 더 잘 누렸겠지. 아니 어쩌면 진짜 위급해서 듣고 나면 다들 자리를 내주고도 남았을 사정이 있었을지도…




30Km 구간은 철저히 지킨다. 내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 앞일 수도 있고, 내 가족이 입원한 병원 앞일 수도 있다. 그런 구간을 무시하듯 달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혀를 찬다. ‘카메라 없다고 저렇게..ㅉㅉ 입장을 조금만 바꿔도 쉬울 걸 참…’ 어느 날 뒷자리에 탄 딸과 설전을 벌이는 중 눈앞이 번쩍한다. 아… 여기 맨날 지키는 그 길인데 나 30 넘긴 거야?? 왜 하필 오늘 단속을… 다른 사람들은 질주를 해도 안 찍히더구먼…




네비가 알려주는 과속단속에 속도를 줄였다가 카메라가 없으면 속도를 올렸다가 또 내렸다가. 네비말에 이랬다가 저랬다가. 내 스스로가 너무 가볍고 하찮게 느껴져서 결심을 한다. 이제 네비가 뭐라 하던, 카메라가 있던 없던 지킬 건 지키자. 그렇게 자존심 세우며 며칠을 버텼건만. 중요한 계약에 늦게 생겼다. 오늘은 어기자. 사정이 있으니까. 그때 내가 본 그 천박한(?) 차들도 다 사정이 있었나 보다.




한가로운 차도에서 속도를 내본다. 될 수 있으면 좀 위험하게 운전하면서 레이서라도 된듯한 기분을 느낀다. 복잡한 도로에서 아슬아슬 끼어들면서 남보다 더 빨리 가면 내 운전실력이 남들과 차원이 다른 수준인 것이 입증되는 것 같다. 그러나 진실은 이렇다. 앞차가 살짝 속도를 올려주고 뒤차가 살짝 속도를 늦춰주지 않았더라면 분명 사고가 났을 상황이다. 고개숙여 미안해야할 판에 큰소리 치지말자. 감사한 줄도 모르고…






사진출처 <a href="https://kr.freepik.com/free-photo/japan-urban-landscape-with-traffic_12977336.htm#query=%EB%8F%84%EB%A1%9C&position=11&from_view=keyword&track=sph&uuid=bc3147eb-483e-4091-a431-162fbe168c23">Freepi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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