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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간계 연구소 Dec 15. 2023

'-것 같아'는 죄가 없다

언젠가부터 사람이 따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수가 점점 느는 듯하다. 주로 똑 부러지는 성격의 소유자들일 것이다. 똑똑한 걸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유명인도 방송에서 '-것 같아'를 쓰면 안 된다고 하더라. 물론 나도 잠시나마 그것을 추방해야 할 나쁜 한국말이라 여긴 적이 있다. 


그러나 '-것 같아'는 죄가 없다. 심지어 그것은 때로 이쁘고 배려심 깊은 말이기도 하다. 문제는 '-것 같아'를 언제 어떻게 쓰는지이다. 그것은 모든 언어의 조각들이 그렇다. 칭찬도 욕이 될 수 있고 나쁜 말도 사랑의 표현일 때가 있다. 


'-것 같아'는 배려의 언어다. 


누군가 당신에게 묻는다. "우리 이거 끝나고 같이 밥 먹을래?" 당신이 대답한다. "아니. 나는 약속이 있어" 물론 개인의 언어 습관에 따라서 또는 관계에 따라서 이렇게 편하게 대답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나는 "아.. 미안 나는 약속이 있어서 못 갈 것 같아."라는 말로 대답할 것이고 내가 질문자라면 이런 대답을 듣고 싶다. 그 안에는 나에게 호의를 베푼 사람에 대한 배려가 묻어나기 때문이다. 


'-것 같아'는 겸손의 언어다. 


당신이 좋아하는 영화, 음악, 취미라던가 다녀온 여행지 또는 어떤 사람에 대해 얘기할 때. 물론 확신에 차서 이거는 좋아! 이거는 진짜야! 여기는 꼭 가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것 같아'라는 말을 곁들여 말하기를 선호한다. 예를 들면 이렇게 "그 영화 진짜 대박이야. 나는 진짜 재미있게 봤는데 아마 너도 좋아할 것 같아." 


'-것 같아'는 가능성의 언어다.


말 그대로 가능성이 열려있는 상황에 적절히 쓸 수 있다. 


A : "손님이 5명 오니까 이거면 충분하겠지?" 

B : "음.. 내 생각에는 그거면 좀 부족할 것 같아."


A : "왼쪽보다는 오른쪽으로 가는 게 더 좋지 않아?"

B: "그래? 나는 왼쪽이 좀 더 좋을 것 같은데."


사실 우리는 일상에서 '아니', '싫어', '맞아', '틀려'처럼 정확하고 딱 부러지는 표현, 때로는 차갑고 오만한 표현을 해야 하는 상황보다 '-것 같아'처럼 부드럽고 완곡한 표현을 해야 할 상황이 더 많다. 


그런데 왜 '-것 같아'가 죄인이 되었을까?


사람들이 자신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또는 자신이 없어 '-것 같아'를 방패막으로 쓰기 때문이다. 

첫 번째 경우는 감정보다 정보가 중요한 대화에서 상대방에게 폐를 끼치는 경우다. 가장 흔한 예로 누군가의 초대를 받았을 때, 결혼식이나 생일 같은 파티에 초대되었거나 또는 정원에 따라 주최자가 무엇을 예상하고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참석여부를 확실히 밝히는 것이 예의다. 


날짜가 코앞인데 아직도 "못 갈 거 같긴 한데 아직 잘 모르겠어"라고 말하면 주최자 입장에서는 화가 날만하다. '그때 마침 내키면 가고 귀찮으면 말고'와 다를 바 없는 무례한 표현이다.  


그러나 이때 역시 '-것 같아'를 쓸 수는 있다. 물론 '-것 같아'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그 표현만 들으면 몸서리를 치겠지만. 사실 "아니, 나 못 가", "싫어, 나 안 해" 같은 건 썩 좋은 표현이 아니다. 더군다나 참석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표현하기에는 더더욱 그렇다. "나 그때 중요한 일이 있어서 못 갈 것 같다. 행사 잘 치르고 조만간 연락할게 함 보자"라고 정확한 상황을 설명을 한다면 '그래서 온다는 거야, 못 온 다는 거야'라고 생각하는 바보는 없을 것이다. 


또 한 가지는 경우는 자신의 생각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고 주저할 때이다. 물론 사람이 항상 확신에 차 있을 수 없다. 더군다나 감정의 영역은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때로 확신이 없어서가 아니라 남의 눈치가 보여서 아니면 어떤 언어 습관이 베어버려서 '-것 같아요..'라는 말꼬리를 붙이는 경우다. 나는 이미 A보다 B가 좋은데 "뭐가 더 좋아?"라고 물으면 "B가 더 좋은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습관 같은 것이다. 때로 확실한 자기의 생각과 감정을 정확하고 당당하게 표현해야 할 경우 정말 좋지 못한 언어습관이다. 


언어를 언제 어떻게 쓰는지 또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모두 다 상황의 몫이며 사람들의 몫이다.  


'-것 같아요'는 죄가 없다. 미워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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