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에 최선을 다하면 실패한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주어진 모든 일에 최선을 다 해라'같은 말들은 어릴 때부터 지겹도록 들었다. 근데 이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나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 중에 좋은 결과물을 만들지 못한 사례를 너무나 많이 봤다. 자신이 생각한 최선이라는 것이 지나고 보면 최선이 아니었던 경우가 참 많지 않았나 싶다.

대한민국 학생의 본분이 무엇이라고들 하는가. 물론 공부다. 그리고 여기 공부를 무척이나 열심히 하는 학생이 있다. 그는 수학을 공부하면 단순히 공식을 외우기보다 더 깊은 내용들이 궁금하다. 왜 그런 공식들이 나왔는지 그 원리들이 궁금해서 이것저것 찾아보고 고민한다. 이런 건 누가 왜 만든 건지도 궁금하고, 내 삶에 어떤 쓸모가 있는 건지도 궁금하다. 그는 그런 호기심에 단 한 번도 게으른 적이 없다. 자신의 물음에 늘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영어를 공부해도, 역사를 공부해도 마찬가지다. 그가 생각한 최선의 방식으로 공부를 하다가 결국 그는 노력대비 썩 좋지 못한 성적을 받았다. 그의 최선은 성적 올리기가 아니라 배움이었다. 그러나 좋은 시험 점수에 필요한 것은 최선이 아니라 성적 올리기에 최적화된 노력이었다.  

다 같이 모여서 청소를 하는 경우를 보자. 누군가는 창을 닦고 누구는 냉장고를 닦고 정리하고, 누군가는 설거지를 하고, 누군가는 바닥을 쓸고 닦는다. 게으른 사람들은 제외하고 열심히 하는 사람만 얘기하겠다. A라는 사람은 벌써 몇 가지 일을 마치고 또 다른 일을 한다. 누가 봐도 일을 잘하는 사람이다. 반면 내내 냉장고만 열심히 닦고 있는 B는 어떠한가. 그는 이미 찌들어버린 작은 자국까지 깨끗이 닦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고 거의 보는 사람이 없는 고무패킹의 안쪽까지 닦아낸다. 잘 보이지 않지만 냉장고 문 아래에는 얼마나 늘 정체 모를 국물들이 묻어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B는 게으르거나 참 일 못하는 사람이다.

학창 시절이나 청소 따위에 비유를 해서 감이 잘 안 올 수도 있겠지만 이건 전쟁 같은 사회생활에서 더더욱 그렇다. 세상에서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것은 최선을 다하는 것보다 최적화된 노력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완벽함 보다 눈에 띄는 퍼포먼스다.

그럼 깔끔하게 돈 받은 만큼만 그러나 책임을 다하는 태도는 어떠한가?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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