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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간계 연구소 Dec 27. 2023

1만시간은 인간적으로 너무 많다

'일일공부'의 원리

90년대 이후에는 두 집 또는 세 집이 마주 보고 있는 형태의 복도식 아파트가 생겨났지만 그 이전에는 10개의 집이 한 층에 줄지어 있는 복도형 아파트였다. 복도형 아파트의 방 창문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복도 쪽으로 나있기 때문에 유리창과 더불어 방충망과 쇠창살이 겹으로 되어있었다. 그리고 신문과 광고는 그 방충망 틀 사이에 넣어주는 것이 국룰이었다.    


어릴 때 '일일공부'라는 게 방충망에 매일 꽂혀있었는데, 분량은 딱 한 장이고 앞뒤로 공부할 거리가 있는 종이쪼가리 일일학습지였다. 뭐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겠지만 어찌 매일매일 할 일을 해낼 수 있겠는가. 나 역시 그랬다. 어영부영 하루를 쉬면 '일일공부'는 두 장이 되고 이틀을 쉬면 세장이 되어있었다. 그렇게 그다음 날에는 무려 네 장이나 풀어야 하니 할 맛이 날 수가 없었다. 심지어 어떤 때는 밀리고 밀려서 '일일공부' 며칠치가 방충망에 구겨져 들어있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나면 새거나 다를 것 없는 1년 치 '일일공부'가 책상 밑에 쌓여서 버려야 할지 풀어야 할지 모르는 고민에 빠져야 했던 거 같다. 


'추억의 일일공부'

그래서 나는 '매일'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다. 오늘의 1시간은 내일이면 2시간이 되고 일주일 만에 7시간이 된다. 밥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한다면 7시간은 거의 하루를 더 사는 것과 다름없지 않은가. 


여기 새해 계획으로 영어공부를 마음먹은 둘이 있다. 처음에는 둘 다 잘하다가 A가 하루를 쉬었고 그다음 날에는 2시간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할 일이 많은 성인이 하루에 2시간을 영어공부에 투자하기는 쉽지가 않다. A는 2시간이 비는 타이밍을 기다리다가 또 하루를 넘겼다. A는 내일 3시간의 영어 공부를 할 수 있을까. 대게는 힘들다. 그렇게 그가 포기하면 1년 뒤에 B와 365시간이라는 차이가 생긴다. 365시간을 7시간(하루 중 일과를 보내는 시간)으로 계산하면 약 52일이다. 1년에 52일을 덤으로 살게 된 셈이다. 


'일일공부'의 원리는 단순히 시간적인 측면뿐 아니라 자존감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수년 전부터 미라클 모닝이 유행인데 결국 그 요는 아침에 깨어나는 순간부터 '해냈다!'라는 감정을 느끼라는 것이다. 전 미국 특수작전 사령부 사령관이자 미 해군 대장 윌리엄 해리 맥데이븐(William Harry McRaven)은 한 연설에서 삶을 바꾸고 싶으면 이부자리부터 정리하라고 하더라. 결국 또 아침의 시작을 '성취'로 시작하라는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일을 해내라는 것이다. 그러면 내가 나를 '해낼 수 있는 사람'으로 인정하게 되고 앞으로의 하루에 더 많은 동기와 에너지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성취'하는 '일일공부'가 쌓여 앞으로의 '인생'에 대한 용기를 얻게 된다. 


다음 편에는 작은 일에 집중하는 법을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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