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늘만 필요해
어떤 목표를 갖게 되었단 뜻은 대게 그럴싸한 결과물을 얻고 싶다는 뜻이다. 헬스나 다이어트를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분명 원하는 몸매나 체중이 있을 것이고, 보통 그 목표는 한두 달 빠짝 해서 이루기는 힘든 정도로 잡는다. 그나마 운동은 행위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덜 할 수 있다. 하지만 악기를 잘 연주하고 싶다던지, 외국어를 유창하게 하고 싶다던지, 부자가 되고 싶다던지, 컴맹인 사람이 프로그래머로 커리어를 만들보고 싶다던지 따위의 목표는 참 오래 걸리기도 하고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과정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때 욕심을 내면 작은 성취에 집중을 못하고 중요한 것들을 놓치기 십상이다. 왜냐하면 멋진 결과물에 비해 기초 때 만나는 작은 것들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차곡차곡 천천히 쌓아 올려할 부분을 날림으로 공사를 해버리니 허물고 재시공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그런 일을 겪고 나면 마음은 더 급해지고 또 조급함의 시행착오를 반복한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이 인생 내내 이 오류를 반복한다. 욕심 내지 마라.
이전 세대는 말할 것도 없겠지만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 그러니까 90년대까지는 모든 인풋소스가 제한적이었다. 학생들은 보통 문제집이라고 하는 것을 과목당 한두 권만 볼 수 있었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기 위해 돈을 모아 카세트테이프나 CD를 사면 그 앨범만 주구장창 들어야 했다.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과장 1도 없이 진짜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들었다. 모뎀 시절 야사 한 장이 화면에 뜨기까지 고물기계가 프린트를 하듯 몇 분이 필요하기도 했다. 삶의 질이 높아지고 재물이 넘치고 정보가 넘치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그것이 딱히 좋은 것만은 아니다. 늘 쉽게 손 닿을 수 있는 도처에 마케팅의 옷을 입은 보물들이 손을 흔든다. '내가 더 좋아~ 나 써봐...' 우리는 더 좋은 것이 있을 것만 같은 환상에 빠져 여기저기 헤매다 결국 어느 것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시간을 낭비한다. 지금 당신에게 있는 그 하나의 도구가 최고의 솔루션임을 믿어라.
재즈 기타리스트 믹구드릭(Mick Goodrick/http://www.mmjazz.net/classic/16299)의 제안한 유명한 연습 방법 중에 미니 포지션(Mini Position)이라는 게 있다. 기타는 같은 음을 여러 가지 방법과 위치에서 칠 수 있기 때문에 좋게 말하면 다양한 선택지가 있는 악기다. 하지만 미니 포지션(Mini Position)은 오히려 그런 기타의 특성과 반대로 내가 누를 수 있는 음의 개수를 현저히 줄이는 방법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너는 '도레미파솔라시도'중에 '도레미'만 쳐야 돼" 같은 식이다. 내가 다루는 범위를 확 줄여서 집중력을 높이는 방법이다. 작은 조각들을 만들어 하나씩 완성시키고 그다음에 붙이는 식이다. 설사 전체를 할 수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도 아니 전체를 할 수 있더라도 조각을 만들어서 선택을 제한하면 또 다른 세계와 디테일이 보인다.
https://youtu.be/qWM-mI5__C0?si=RYeFIg4wpKgbRYkW
전편에 얘기했듯이 '일일공부'가 3일이 밀리면 그때는 무려 3시간을 투자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시작을 못한다. 일과 중에 꽁으로 3시간이 생길 리가 없다. 그때는 짜투리 시간이 나면 무조건 '일일공부'를 잡고 한 문제라도 풀어내야 한다. 그런 방식으로 오늘도 내일도 아직 밀린 상태를 이끌고 쭉 가야 한다. 그 관성의 힘이 있다면 쉬는 날이라던가, 기회가 올 때 목표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이렇게 사고가 흐른다. '짜투리시간에 한 문제 푸느니 저녁에 집중해서 다 해버리자!' 그러고는 그냥 잔다. 오늘도 실패했다는 우울한 마음으로. 그러면 내일은 이미 망한 거다.
혹시 주위에 진짜 잘 나가는 사업가가 있다면 빚이 얼마인지 물어봐라. 아마 잘 모를 거다. 이미 투자와 융자와 대출과 어음과 자산이 함께 굴러가고 있기 때문에 한마디로 서류를 삿삿이 살피지 않으면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열심히 벌어서 대출과 투자금, 싹싹 갚고 앞으로 더 멋진 기업으로 만들어야지!'라고 생각하는 경영인은 없다. 당신이 오늘의 목표를 너무 완벽하게 해내려는 마음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빚도 자산이다!
이 방법은 내가 평생을 못할 줄 알았던 오래 달리기를 하면서 검증했다. 아무리 못할 것 같은 일도 100일을 하루도 안 빼고 매일 하면 길이 보인다. 보증한다. 당연히 매일이 쌓여 100일이 된들 '당장' 분야의 내로라하는 사람이 되는 건 아니지만 중요한 건!! 그렇게 해서 '결국" 내로라하는 사람이 되는 거다.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지 못하는 큰 이유 중에 하나는 '너무 똑똑해서'다. 머리가 너무 똑똑해서 지금 내가 못하는 이유와 안 하는 게 나은 이유와 더 좋은 대안과 안 되는 이유, 끝도 없이 생각해 낸다. 그렇게 뇌는 몸을 주저앉히고 핸드폰을 잡게 한다. 그러고는 쇼츠나 보면서 잠시 세상을 잊고, 막상 잘 시간이 되면 잘못 보낸 하루가 아쉬워서 잠도 못 자고 딴짓을 하다 또 늦게 자고 또 늦게 일어나고. 목표가 있다면 그냥 100일은 매일 해봐라. 진짜 매일. 무조건 길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보증한다.
1만 시간은 생각할 것도 없다. 아니 생각하지 마라. 오히려 1만 시간의 압박이 당신의 기를 죽일지 모른다. 매일매일 그냥 해라. 그리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면 짜투리 시간에 못다 한 목표의 1%로만이라도 따라잡아라. 그리고 절대 자책하지 마라. '매일'과 '짜투리시간' 그 관성이면 충분하다.
절대 크게 생각하지 마라.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일일공부' 종이쪼가리 한 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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