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결정'에 속지 않기
진짜를 알아야 가짜를 구분할 수 있다. 좋은 와인맛을 알아야 '진짜' 좋은 와인을 알아낼 수 있고, 좋은 소리를 알아야 '진짜'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좋은 사랑을 해봐야 진짜 '사랑'을 알 수 있다.
그 '진짜'를 알아가는 과정을 우리는 '경험'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경험이 깡패’라는 말이 있지 않나. 그러나 진짜 쎈 깡패가 되기 위해서는 적절한 '성공의 경험'과 적절한 '실패의 경험'의 밸런스가 너무나 중요하다. 성공의 경험이 너무 많으면 자만에 빠지기 쉽고 실패의 경험이 너무 많으면 패배의식에 빠져있기 쉽다. 허나 결과는 우리가 어찌할 도리가 없지 않은가. 무조건 많은 경험 그리고 정말 운이 좋게 적절한 타이밍에 찾아온 성공과 실패. 그렇게 '좋은' 성공과 '좋은' 실패를 통해 진짜를 알아보는 눈이 생기는 것이다.
근데 이 '결정'이라는 경험은 조금 위험한 데가 있다. 모든 사람이 스스로 '결정'을 많이 해봤다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몇 살이 되었든) 하루에도 수 십, 수 백 번 하는 일이니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딱히 이상한 일만도 아니다. 그러나 와인을 맨날 마신들 싸구려 와인이나 비싼 와인인 줄 알고 눈탱이 맞고 산 싸구려 와인만 마셔 본 사람이 좋은 와인의 맛을 알까? 맨날 볼륨이 올라가다 못해 찌그러진 싸구려 스트리밍만 듣는 사람이 좋은 공연장에서 나는 소리를 알까? 지루하고 힘들면 도망가는 싸구려 연애만 해 본 사람이 진짜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까? 그나마 '싸구려'라도 해본 게 나을 때도 있지만 때론 가짜를 경험하는 것은 아예 경험을 안 하니만 못할 때도 있다. 경험의 양(量, quantity)만 믿고 가짜를 진짜로 철석같이 믿어버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진짜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진짜를 구분할 수가 없다.
진짜 '결정'을 했다는 첫 번째 증거는 '포커스 아웃(Focus Out)'이다
(나는 알고 있다... 당신이 지금 뭐만 보이는지...)
집안이 망하고 먹여 살릴 사람이 나밖에 없었다. 온 가족의 동반자살을 계획하던 중 아는 선배한테 전화가 왔다. "내가 너 성격 알아서 고민했는데 너 '영업'이라도 한번 해볼래?" 말이 좋아 영업이지. 쥐 죽은 듯 조용한 지하철에 올라 타 물건을 파는 일이다. '그래 마지막으로 한 번이다...'라는 생각으로 알았다고 했지만 자신은 없었다. 처음으로 물건을 받고 지하철에 올라타기 직전의 순간, 심장은 미친 듯이 요동쳤다. 마치 초능력을 얻은 영화 속 주인공처럼, 스쳐가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미세한 얼굴 근육의 움직임까지 느껴졌다. '한국 사람들은 왜 이렇게 맨날 화가 나 있을까...' 사람들이 모두 내가 칸에 올라타 입을 열자마자 쌍욕이라도 퍼부을 것 같은 표정이다.
며칠이 지옥 같았다. 이렇게 해서 뭐가 달라질까? 괜히 죽지만 못하고 짐만 하나 더 진 것 같다. 그렇게 돌아온 지하방에 불쌍한 내 가족이 들어온다. 춥고 습하고 좁은 그 지하방에서 불행해 보이는 내 가족을 보며 나는 '결정'을 내렸다. 이왕이 안 죽을 거면 해보자. 아니 이미 죽었다고 생각하고 해보자.
그때부터 나는 다른 생각은 안 했다. 오로지 '판다! 나는 오늘 무조건 판다!' 그 생각만 했다. 그렇게 '결정'을 하고 나니 지하철에 제대로 보이는 사람은 딱 한 종류다. '내 물건을 사겠다고 손 드는 사람' 사실은 수줍은 듯 살짝 올린 손이 괴성을 지르며 난리 치듯 크게 보인다.
내가 '결정'이란 것을 한 후부터다.
(가상의 이야기다)
진짜 '결정'을 하고 나면 결정한 것만 보인다. 주위의 쓸데없는 것들이 보이지 않는다. 신기할 정도로
진짜 '결정'을 했다는 두 번째 증거는 '믿음'이다
진짜 '결정'을 하고 실천의 단계에 들어가면 '이대로만 하면 무조건 된다'는 믿음이 생긴다. 이전에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조건들을 따지고 '될까 안될까' 하던 고민이 사라진다. 분명 아직 이룬 것도 없고 현실적으로 보면 너무 멀고, 심지어 불가능해 보이기까지 하는 일인데 그냥 될 거 같다. 이 길로 쭉 가면 그 끝이 내가 원하던 곳일 것 같은 느낌이다. 말 그대로 성공의 오르막을 힘겹게 오르는 것이 아니라 성공의 내리막을 시원하게 내려가는 것 같다.
진짜 '결정'을 했다는 마지막 증거는 '의연함'이다.
이 '결정'이라는 것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 사실 이 '진짜 결정'이라는 것을 한다 해도, 모든 것이 한 번에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인간은 쉽게 잊는다. 진짜를 맛본 사람도 교만해져 배우기를 소홀히 한다거나, 타성에 젖어 가다듬기를 게을리하면 금세 언제 그랬냐는 듯 딴 사람이 되어버린다. 그게 인간이다. 그러나 진짜 결정을 한 사람은 그 고비도 잘 넘길 확률이 많다. 그렇게 몇 고비를 넘고 나면 생기는 것이 '의연함'이다. 칭찬을 듣는다고 들뜨지고 않고 욕을 먹는다고 화가 나지도 않는다. 잘 되는 날이나 안 되는 날이다 흔들리지 않는다. 애초에는 목표를 위해 한 '결정'이었지만 이제 그 행위 자체에 의미가 부여된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화가 난 폭주기관차 같은 모습도 없고, 하루라도 빨리 목적지에 가고 싶어 안달이 난 모습도 없다.
진짜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우선 '결정'부터 해야 한다
주위의 불필요한 것들이 사라졌는가?
이대로만 가면 될 것 같은 확고한 믿음이 섰는가?
그리고 행동자체가 이미 목적이 되어 의연해져 있는가?
세 가지 모두 해당되면 이제 막 '진짜 길'에 들어 선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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