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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간계 연구소 Jan 16. 2024

내 인생 최고의 스탯(stat)

나만의 육각형 찾기

대단한 사람들이 본인을 대단하게 느끼지 않는 이유는 실제로 그들이 그렇게 대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의 성과나 노력을 폄훼하고자 함이 아니다. 정말 대가들은 하나같이 자신을 사랑하지만 겸손하다. 누군가에게 '나처럼 되려면 이렇게 해라'라고 말하는 건 쌈마이들이나 하는 말이다. 정점에 있는 사람들은 그들이 단지 그들에게 맞는 삶을 살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한 분야에서 대가라고 인정받는 사람들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지는 실력을 갖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까?' '얼마나 연습했길래 저런 연주를 하지?' '인간이 어떻게 저런 수식을 생각해 낼까?' 다른 사람들이 보면 신비에 가까운 사람들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그들은 신비한 존재가 아니다.


'스파이더 차트'라는 것이 있다. 보통 해당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6가지를 골라 사람이나 상품, 기획등이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  


'방사형 그래프' 또는 '레이더 차트'라고도 한다
손흥민의 FIFA 19 레이더 차트


축구 선수로 한정해서 생각해 보자. 세계적인 선수들은 각각 모양은 다르더라도 육각형 내의 면적은 여타의 선수들보다 무조건 높을 것이다. 그 이유는 그 6가지 요소가 축구를 위해 무조건 필요한 요소들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축신(GOAT) 메시(MESSI)를 농구선수의 6각형에 넣으면 어떻게 될까? 보잘것없는 사람이 돼버릴 것이다.


MMA는 말 그대로 온갖 격투기를 섞어 놓은 형태의 격투기다 - UFC

한 프로그램에서 복싱 국가대표가 MMA(Mixed Martial Arts)에 도전하기 위해 나왔다. 그는 복싱을 취미로 한 정도가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하는 사람 중에 한 명, '국가대표'였다. 그만큼 그는 자신감에 차있었다. 주먹을 피하고 때리는 능력이 엄청나기 때문에 MMA 경험이 없더라도 자신 있다고 했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아무리 발차기나 태클, 그라운드 기술 등이 있다고 해도 주먹을 그 정도로 잘 쓰면 뭔가 보여줄지 않을까'하고 말이다. 그러나 경기가 시작되자 그는 복싱의 기본 스텝조차 밟지 못했다. 가드(Guard)도 엉성했으며 무엇보다 제대로 된 주먹을 경기가 끝날 때까지 단 한 번도 뻗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복싱 선수인 본인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은 다른 변수들과 독립적으로 그의 탁월한 복싱 실력만은 그대로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다른 변수들이 생겨나자 그는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어떻게 주먹을 뻗어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굳어져 버린 것이다.



우주 공학보다 복잡해 보이는 악보를 읽고 연주하는 클래식 연주자의 경우도 그렇다.  

요정의 아리아와 죽음의 왈츠(Faerie's Aire and Death Waltz)는 미국의 작곡가 겸 음악가인 존 스텀프(John Stump)에 의해 작곡된 곡이다


코드나 간단한 멜로디만 던져주고 즉흥연주를 시키면 그의 엄청난 실력이 무색할 만큼 엉성해지는 경우가 많다. 밴드와 같이 합을 맞춰야 하는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분명 클래식 음악의 육각형이 빵빵하게 차 있는 사람이지만 여섯 가지 요소들이 바뀌면 '부족한 사람'이 되어 버린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누가 더 나은 인생을 사는 지를 평가하는 6각형을 만든다면 어떤 6가지 요소를 넣어야 할까? 돈, 명예, 건강, 커리어, 가족, 인성이라고 정하면 어느 정도 누가 더 잘 사는지를 대충 가늠해 볼 수 있을까? 전혀 아니다.


축구선수는 스피드가 좋으면 좋을수록 유리하겠지만 인생의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건 아니다. 누구나 자기 분야에서 더 인정받는 사람이 되는 것을 꿈꾸겠지만 그것 역시 어느 경우에는 인생을 더 불행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인생을 좀 살다 보면 하나 같이 최고라고 얘기하는 '건강'은 어떠한가? 누군가는 건강하지 못한 육체를 통해 얻은 깨달음으로 사지 멀쩡한 근육맨 보다 더 멋진 삶을 살기도 한다.


누구도 우리에게 인생의 육각형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강요할 수 없다. 정해줄 수도 없고, 알려줄 수도 없다. 그건 오로지 내가 정하고 내가 채워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남이 정해놓은 육각형 스탯(Stat)을 채우기 위해 인생을 허비하고 낭비한다.


나는 골프 선수인데 보디빌더처럼 큰 근육을 키우고, 농구 선수인데 헤딩 연습을 죽어라 하고, 소설가인데 100m 달리기 기록에 목숨을 걸고 있다. 그럼 누군가 이렇게 질문할 것 같다.


나는 기타리스트인데 장르를 불문하고 이런 이런 거는 무조건 잘해야 하는데 그럼 그런 건 어떻게 하지? 나는 글 쓰는 사람인데 이런 이런 거는 무조건 필수라는데 그걸 잘 못하는 나는 어떻게 하지? 그 분야에 필수 덕목들 말이야. 그런 건 어떻게 하냐고?


나는 감히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런 거 해보는 거 좋지. 근데 그걸 꼭 나의 삶의 육각형에 넣어야 할까? 그게 무엇이든 그걸 무조건 잘해야 하는 건 그냥 그 분야가 정한 거지. 내가 정한 건 아니잖아. 아니 엄밀히 말하면 그 분야의 권력이 정한 거지. 돈 벌라면 그 권력이 정해놓은 틀에 나를 맞추라고 무언의 압박을 받고 있는 거야. 물론 내가 정한 내 육각형에 돈 벌기도 좋고 성공하기도 좋은 요소들이 딱딱 들어가 있는 사람도 있겠지.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나의 육각형을 만들어서 사는 거야. 그건 나의 장점도 아니고 나를 행복하게 하지도 않는데 굳이 남들과 같은 스탯(Stat)을 채우기 위해 나의 소중한 시간과 감정을 낭비하지 말자.


내가 가장 좋아하고, 내가 가장 잘하고,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들어줄 나의 육각형을 만들자.
그리고 내가 만든 나의 인생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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