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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간계 연구소 Jan 19. 2024

낭중지추(囊中之錐)

중요한 것은 송곳이 아니라 주머니

우리가 잘 아는 사자성어 낭중지추(囊中之錐)의 뜻은 이렇다.


주머니 낭 - 囊

가운데 중 - 中

갈 지 - 之

송곳 추 - 錐


주머니의 속의 송곳. 날카로운 송곳이 주머니를 뚫고 삐져나오듯, 무릇 실력이 있는 사람은 숨어있어도 숨겨지지 않는다는 뜻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건 사실이 아니다.


전국시대에 조나라에 평원군이라는 정치가는 무령왕의 아들로 혜문왕의 동생이다. 한마디로 왕이 되지 못한 왕자정도 되는 분이다. 그는 당연히 신분이 높고 재력이 있었으며 선비들을 매우 아꼈다. 그는 자신의 집을 많은 선비들에게 내어주고 그곳에 머물며 자신의 문하에서 수학(修學)하도록 하였는데 그 수가 3000명이나 됐다한다.


그러다 기원전 259년 조나라는 장평대전에서 진나라에게 참패하며 국가적 위기에 봉착했다. 염파라는 대단한 장수가 조나라의 수도 한단을 지키며 버티고 있었지만 아차 하면 나라를 잃을 판인 것이다. 이에 평원군이 명을 받아 초나라에 원군을 요청하기 위한 사신으로 가게 됐다. 혼자가 아닌 문무(文武)를 겸비한 20명의 인재들과 함께 가려 했지만 무(武)에 출중하면 문(文)이 부족하고 아니면 그 반대인 경우가 대분분인지라 20명을 채우지 못하고 있었다.  


고민하던 평원군에게 모수(毛遂)라는 식객이 와서 고민하지 말고 자신을 데리고 가라고 청하는 것이 아닌가. 이때 평원군이 그 유명한 낭중지추(囊中之錐)를 말한다. 


"무릇 현명한 선비의 처세라고 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주머니 속에 있는 송곳과도 같아서 당장에 그 끝이 드러나 보이는 것입니다. 지금 선생께서 나의 문하에 있은 지 오늘까지 3년이지만 좌우에서 칭찬해 말하는 것이 없었고 나도 들은 적이 없으니 이는 선생에게 뛰어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선생은 갈 수 없으니 그냥 이대로 계시오."


우리가 아는 낭중지추의 의미는 평원군이 말하는 의미다. 재능이 있는 자는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이 드러나는 것이다. 


그러나!!!! 이건 사실이 아니다!!!


계속 이어서 모수(毛遂)가 말하길 


"저는 오늘에서야 선생의 주머니 속에 있기를 청합니다. 저로 하여금 일찍부터 주머니 가운데 있게 했다면 자루까지도 밖으로 나왔을 것이니 아마도 그 끝만 보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나는 이 말을 듣고 무릎을 탁 친 정도가 아니라 부서져라 내려쳤다! 내가 평원군이었다면 모수에게 뒤통수를 쎄게 한방 맞은 느낌이었을 것 같다. 실제로 평원군도 그랬는지 결국 모수를 데리로 초나라로 가게 된다. 


초나라에서 평원군은 하루종일 고열왕을 설득하기 위해 분투하지만 진나라가 두려운 고열왕의 마음은 움직이지 못했다. 이에 답답해하던 모수가 칼을 들고 고열왕 앞으로 뛰쳐 올라가서 목숨을 건 강공으로 협상을 타결시킨다. 고영왕이 모수의 용기에 감동했는지 쫄았는지는 모르겠으나 고열왕은 한단에 지원군을 파병하고 결국 조나라는 진나라의 대군으로부터 수도 한단을 구하며 위기를 넘긴다. 


후로 평원군은 선비들을 함부로 평가한 것을 반성하고 모수는 큰 선비로 대접받게 된다. 



낭중지추(囊中之錐)의 교훈은 아무리 날카로운 송곳이라도 주머니에 들어가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그 판에 들어가지 못하면 자루를 뚫고 나올만한 송곳도 듣보가 되는 것이다. 


누가 나를 주머니에 넣어줄 것인가. 


모수자천(毛遂自薦) - 모수가 스스로를 천거(薦擧)했다. 


낭중지추(囊中之錐)가 사실이 되려면 모수자천(毛遂自薦)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모수가 용기 있게 평원군 앞에 나와 스스로를 추천하기 전까지 아무도 그를 자루 안에 넣어주지 않았다. 그 역시 왜 두렵지 않았겠나. 3년이 지나도록 아무도 칭찬하지 않는 자기를 알았을 것이고, 평원군은 나라는 사람이 문하에 있는지도 모를 것이라는 것도 알았을 것이다. 아마 앞에 나서서 "나를 믿고 데려가시오!" 하는 속마음은 사시나무처럼 덜덜 떨리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사실은, 결국 평원군의 결제가 없이는 자루에 들어가지 못했을 수도 있고 자루에 들어가지 못했다면 능력이 있음에도 초나라 왕 앞에서 대단한 성과를 만들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나를 자루에 넣어주시오!"라고 말한 그의 용기가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는 것이다. 


나는 나처럼 생각이 많고 용기 없는 주머니 밖에 사람들을 응원한다. 누군가 나를 자루 안에 넣어주길 기다리지 말자.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일단 모수자천(毛遂自薦)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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