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듬 덕에 알게 된 셀럽의 삶
나도 드디어 알고리듬님의 간택을 받았다.
이틀 전 쓴 글(https://brunch.co.kr/@mastermind/217)의 조회수가 쭉쭉 올라가더니 거의 5000에 달하는 것이 아닌가! 내심 기분이 좋았지만, 여기저기서 알고리듬님의 간택을 받고 몇만씩 올라간 사례들을 너무 많이 봐서인지 그러려니 했다. 그렇게 끝나는 줄 알았던 운빨은 다음 날 나를 조금 동요케 했다.
"뭐야. 어제 끝난 거 아니었어??"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인터넷을 뒤져보니 컴퓨터로 통계를 확인하면 '기타 유입'의 경로를 알 수 있다길래 찾아봤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m.daum.net', 그러니까 다음 모바일을 통해 들어왔다. '음... 여기 어디엔가 내 글이 링크가 된 거구나...'하고 열심히 찾아봤는데 영 보이지가 않았다. 이렇게 대놓고 찾아볼라고 해도 어려운 거면 정말 어디 작은 구석탱이에 떴다는 건데, 그래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역시 알고리듬님이 최고다...'
그 기세는 다음 날까지 이어져 3일 만에 누적 조회수 22342를 만들었다.
알고리듬과 미디어의 파워에 새삼 놀라고 기분이 들떴다.
2만 명이 넘는,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내 글을 읽었다니... 그것도 3일 만에... 나는 이런 종류의 호응을 평생에 받아본 적이 없고 몇몇 사람들처럼 받고 싶은 욕심조차 없는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꿈틀대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숫자는 지금도 몇 천씩 올라가고 있다.
그러나 내 마음은 문득 좀 허무해져 버렸다
내가 여태껏 쓴 글 중에 그나마 제일 꾸준히 읽히는 글 하나가 있다.
담배 끊은 놈은 상종도 하지 마라 - https://brunch.co.kr/@mastermind/87
사진이 많이 첨부돼서 그런지, 내용이 너무 복잡하지 않고 통상적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매일 몇 명씩이라도 찾아 읽어주고 있다. 이 글을 2020년에 썼으니까 3년도 더 된 글인데 그 글의 조회수가 6000이 안된다.
몇 년 동안 꾸준히 차곡차곡 쌓인 그 숫자에 5배에 달하는 조회수를 3일 만에 만들어버린 건 내 능력이 아니다
나는 그 전날에도 글을 썼고 그 전전날에도 글을 썼고 지금도 글을 쓰고 있는데, 유독 그 글에만 특별한 능력이 발휘됐을 리가 만무하다. 나는 여전히 나고, 나의 글솜씨도, 나의 진심을 표현하는 방식도 여전히 나다. 숫자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다. 어찌어찌 이 시대의 가장 강력한 능력자인 알고리듬에 얻어걸렸을 뿐이다.
하지만 이 기분이 마냥 좋지만은 않은 이유는 지금껏 소소하게 만들어온 나의 정원(庭園)이 왠지 모르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무시당한 느낌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20000 - 30000이라는 숫자가 내가 쌓아온 모든 것을 무언가 보잘것없게 옆으로 치워버린 것 같았다. "너는 그냥 찌그러져 있어!"
그러다 어이없지만 자고 일어나니 다른 세상이 됐다는 셀럽들의 마음을 조금 알 것도 같았다. 당연히 브런치 조회수 좀 나온 것 같고 비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비슷한 마음이 아닐까.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정말 작은 변화는 있을지언정 다른 사람이 될 수 없는데 세상이 마치 나를 생판 다른 사람처럼 대할 때, 그것이 흔히 말하는 '성공'이라는 형태일지라도, 하루 만에 미디어의 힘에 의해, 인터넷의 힘에 의해 어제의 내가 사라져 버린 것 같은 느낌이 아닐까. 하늘을 나는 것 같이 기쁘기도 하지만 어제의 나에게 알 수 없는 미안함도 느껴지지 않을까...
나도 알고 있다. 이건 오버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