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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간계 연구소 Feb 13. 2024

사랑에 빠지는 방법

쌩돈을 써라

사랑은 멍청한 짓을 하는 것이다. 아니 때로는 멍청한 짓을 해야 사랑에 빠진다. 


"제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여기저기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사세요'라며 동기 부여하는 사람들 속에서 꽤나 많은 사람들은 더 깊은 고민에 빠진다. 남들은 다 '좋아하는 일이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왜 없을까...'라며 자책을 하곤 한다.


무언가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그 일로 돈도 벌고 사회적으로 능력도 인정받고 때로는 인기와 명성까지 얻기 때문에 정말 '그것'을 좋아한다고 말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으니 제외하자. 혹시 취미 생활에 미쳐있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나? 


오늘 브런치에서 다른 작가님이 쓴 글들을 읽다가 '자전거에 미친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읽었다. 그 프랑스 남자는 어릴 때부터 자전거를 사랑해서 몇 번이고 몇 천 킬로미터씩 자전거 여행을 하는 그런 사람이다. 


그리고 그가 사랑하는 30년도 넘은 자전거. 


그 오래된 자전거가 망가졌다. 바퀴를 고쳐야 하는데, 지금 만들어지는 자전거와 규격이 너무 달라서 구하기가 너무 힘들었단다. 그렇게 힘들게 상하이에서 구한 바퀴의 가격은 230만 원. 그 남편은 새 자전거를 사고도 남을 돈으로 낡은 자전거의 바퀴를 장만했다. 멋지지 않은가?! (물론 아내 입장에서 속이 터질 수는 있다...)  

주인이 그렇게 대하는 그 자전거는 아무도 함부로 할 수 없다. 사랑받고 있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어도 '도대체 저게 뭔데 그래??'라는 의구심이 들지만 그래도 그 자전거가 사랑받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기 때문에 존중할 수밖에 없게 된다. 



우리는 종종 오래된 싸구려 물건을 아끼고, 이뻐하고, 닦고, 고치기 위해 쌩돈을 쓰고 시간을 낭비하는 이들은 종종 본다. 그리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 보상은커녕 비웃음을 살만한 일에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사람들도 있다. 


무엇을 사랑한다는 것은 멍청해지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가치나 현명함 따위는 안중에 없이 그 대상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그 좋다는 돈을 미련하게 써버리고 그 아까운 시간을 그를 위해 기꺼이 낭비해 버리는 것이다. 


사랑에 빠지고 싶은가? 


그렇다면 세상에 기준을 버려라.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이 죽고 못 사는 것들이 나에게 다 무슨 소용인가. 나에게만 의미 있는 일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멍청해져야 한다.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외모나 능력, 심지어 성격이 어떤지 보다 중요한 것은 그냥 '당신은 그에게 얼마나 미련한 사람인가'이다. 당신이 사랑하는 물건이, 당신이 사랑하는 일이 남들에게 얼마나 가치 있는지는 하나도 중요치 않다. 부족한 외모도 빛이 나게 하기 위해 약간 안 좋은 당신의 눈이 필요하고, 돈을 좀 못 벌어도 능력자로 보는 당신의 덜 떨어진 경제관념도 필요하다. 그의 모난 부분도 그의 아픔인 줄 알고 ‘으이그 저거 내가 채워줘야지…’하는 어리석음도 필요하다. 


마음이 가는 쪽으로 당신의 아까운 시간과 돈과 마음을 쏟아라. 지금도 아무 대가도 없고 미래에도 아무 대가가 없을 일에 말이다. 그리고 미련할 정도로... 




이미지 : https://www.facebook.com/doubleokelly/photos/a.734881969936990/2240526192705886/?typ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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