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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간계 연구소 Mar 10. 2021

나는 무조건 서울대 경영학과 갈 거야!

제 1 화


뚜렷이 기억하는 장면이 있다. 고2 쉬는 시간,  모여서 어느 대학 무슨 과에 가고 싶은지 얘기하고 있었고, 한 친구는 이미 출사표를 던지고 전장에 나온 장군마냥 장엄하게 말했다.


"나는 무조건 서울대 경영학과 갈 거야!" 


서울대는 한국에서 제일 좋은 간판이니까 그렇다 치고 왜 경영인데? 그 친구 대답은 간단했다. 집이 가난한 게 한(恨)이라 무조건 부자가 될 거란다. 그 순간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지만 듣자마자 들었던 느낌은 '이런 새끼들이 세상을 망치는 거구나...'였다. 단지 부자가 되고 싶고 성공하고 싶고 유명해지고 싶어서 안달이 난 사람. 그런데 공부도 잘하고 독기도 있어서 경우 높은 자리를 쟁취해 내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 부자가 되거나 정치를 하거나 하면서 이 세상에 이 꼴이 난 거구나...'라고 생각했다. 나는 예술이나 철학 또는 사회와 인간 따위의 생각에만 심취해 있었기 때문에 그따위 생각을 하는 게 당연했다. 


그 친구는 결국 서울대 경영학과에 들어갔다. 그 이후에 진짜 부자가 됐는지, 진짜 세상을 망치고 있는지 오히려 그 반대인지는 잘 모르겠다.



살면서 그 이후에도 고등학교 시절 그 장면이 떠오르는 순간이 종종 있는데, 그 시절과 다르게 외부적 동기 부여에 관해 생각하게 될 때다. 그 친구처럼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을 만나거나, 자기 분야에서 성공하고 인정받고 존경받고 싶은 강한 욕망을 품은 사람들을 볼 때 나는 늘 '이렇게 강력한 동기부여는 어디서 오는 걸까...'를 생각했다.  


그들을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은 '결핍'이다. 


가난한 게 싫어서 부자가 되고 싶은 것처럼, 어떤 결핍은 단순해 보이고 또 어떤 결핍은 어린 시절의 사건이라던가 개인적 성향이라던가 하는 여러 가지가 얽혀 복잡해 보이기도 한다. 또는 남들이 보기에는 전혀 부족하지 않은 부분에 그 스스로는 큰 결핍을 느끼기도 한다. 좋은 집에 좋은 차를 타고 명품을 휘감은 친구가 먹고살기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것처럼 말이다. 



솔직히 내가 결핍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된 시점은 나 스스로 결핍이나 콤플렉스라는 것을 별반 느끼지 못하는 것이 나의 결핍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인 것 같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다. 진짜 결핍을 느끼지 못할 만큼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것도 아니고, 잘 생기거나 키가 크거나, 머리가 좋거나, 스펙이 좋거나 딱히 내세울만한 것이 없지만(쓰다 보니 진짜 없다...ㅜㅜ), 콤플렉스를 느껴 본 적이 없다. 보통은 콤플렉스의 종류가 극복할 수 없는 것이면 다른 부분을 극대화해서 그 부분까지 커버하고 싶은 욕망들이 있는 것 같은데 나는 딱히 없다. 


그런 이유로 나는 내부적 동기부여만이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혼자 명상처럼 하는 연습 따위에 심취해 있는 것이 음악가로서의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되고 공부를 하면 나의 존재가 일면 성장하는 것만이 이유인 사람이다. 


그렇게 믿고 살았는데 이게 또 좀 복잡하다. 



2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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