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희망이로소이다. 네 번째 이야기
캐나다에 강제 이주한 지 몇 달이 지나고 있다.
제니는 페루에서 보아서 그런지 이제 그녀와 많이 친근해졌고 마스터팍이라는 사람에게도 조금씩 마음이 열리는 것 같다. 나에게 코를 물렸던 트라우마가 생겨서 인지는 몰라도 여전히 날 무서워하면서도 날 아껴주고 사랑스럽게 바라봐주는 그가... 이제 나에게는 고마울 따름이다.
페루와 다르게 캐나다는 무척 지루하였다. 해가 지면 동네는 정말 조용하였다. 조용하다 못해 가끔씩은 너무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어서 적적하고 때로는 음침하기도 하였다. 다들 집에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더 가치 있어하는 거 같다. 그렇다. 페루와 다르게 캐나다는 좀 더 가족적인 분위기의 나라였다.
평소와 같은 어느 날 저녁이었다. 일을 하고 온 마스터팍을 위해서 제니가 저녁을 준비하고 있다. 평생 페루에서는 한 번도 맡아보지 못한 난생처음 맡아본 냄새였다. 스팸냄새가 나면서 베이컨, 햄 그리고 페루성당에서도 가끔씩 맡아본 한국 라면 냄새가 나기도 하였다. 한쪽 소파에서 달팽이처럼 둥글게 말고 졸고 있었는데 처음 맡아본 냄새와 어떤 요리인지 궁금한 나는 기지개를 켜며 어느새 그들이 자리 잡은 식탁 한편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마스터팍은 정신없이 부대찌개라는 것을 먹고 있었다. 그는 정말 그 음식을 좋아하는 가 보다. 그는 세상에서 부대찌개가 제일 맛이 있다면서 행복해 한 표정을 짓고 있다. 단순한 마스터팍은 맛있는 것을 먹고 기분이 좋았는지 제니에게 이런저런 그의 이야기들을 털어놓는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맞벌이 일을 하시고 집에서 아무도 누군가 어린 그를 돌봐줄 시간이 없었던 마스터팍에게 태권도장은 그가 학교가 끝나면 갈 수 있는 유일한 장소였다. 그는 학교가 끝나자마자 태권도장으로 가서 점심 도시락을 태권도장 바닥에 늘 홀로 앉아 먹었단다. 왜냐면 마스터팍과 다르게 다른 친구 아이들은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점심을 먹고 비싼 영어학원이나 수학 학원들을 다녔기 때문이다. 마스터팍은 아무도 없는 조용한 태권도장에 홀로 앉아서 태권도 만화책을 보면서 해외 태권도 사범의 꿈을 꾸었다고 한다. 그 책의 내용이 태권도를 수련한 주인공이 세계 여러 나라들을 돌아다니며 곤경에 처한 여러 사람들을 도와주며 정의를 실천하는 내용이란다. 나에게는 참 유치한 내용으로 들렸지만 어렸을 때 마스터 팍에겐 꿈과 희망을 주는 내용인 거 같은 확신을 주는 책인 거 같다.
어렸을 때 마스터팍이 겪어왔던 경험과 환경 때문인지, 그는 어렸을 때부터 언젠간 꼭 외국에 나가서 태권도를 한 번쯤은 해보고 싶었단다. 특히 중학교 태권도부 선수시절 가끔 선배들이 외국으로 전지훈련을 갔다 온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들었을 때는 더욱 그의 꿈을 키워왔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우연히 어떠한 계기로 잡오퍼를 받게 되었고 그렇게 그는 캐나다 도장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캐나다 도장에서 수많은 일들을 겪으며 쉽지 않았던 그의 캐나다 생활을 버텨왔고, 그렇게 힘들었던 시간이 지나면서 이민도 하게 되었고 결국 그의 꿈인 자신만의 태권도장도 오픈했다고 한다. 그에게는 과연 그가 정말로 그토록 원했던 꿈이 이루어진 걸까??
현실은 어렸을 때 항상 꿈꿔왔던 꿈을 이루 것만으로는 정답은 아닌 거 같다. 원어민이 아닌 젊은 한국인이 캐나다에서 도장을 오픈하는 과정에서 느꼈던 언어 장벽, 각종 인. 허가 절차 등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과정들 그리고 단순히 같은 한인이라서 믿었던 인테리어 업자의 사기로 겪었던 여러 가지 문제들... 정말 꿈을 이루기 위해서 힘든 과정들의 연속이었던 거 같다. 그러면서 그는 아직도 그날이 잊히지 않는다고 말한다. 여러 가지 힘든 일을 겪고 비즈니스라이센스를 받고 난 후, 태권도장 정식 오픈 전날 밤을... 임대료로 매달 수천 불을 지불해야 하고 생활비도 벌어야 하는데 오픈과정에서 생각하지도 못했던 현실을 맞닥뜨리고 꿈에서 깨어난 오픈 전 날 밤 말이다.
관원생이 한 명도 없이 무모한 그의 꿈을 시작한 것이었다. 엄청난 비용을 이제 곧 지불해야 한다는 돈에 대한 걱정에 밤에 한숨도 못 잤던 오픈 당일 전날 밤을 그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다. 도장 오픈 하면서 캐나다에서 같은 한인이라서 그냥 믿었던 순진한 마스터팍이 사기로 돈을 전부 잃을 뻔한 사건도 있었다는 것과 그 과정에서 있었던 여러 가지 힘든 일들에 미쳐 생각지도 못한 현실을 그는 뒤늦게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단순한 우리 집사 마스터팍은 자기 도장을 오픈했다는 기분에 들떠 첫 성인부에 등록한 관원생들에게... 관원생이라고 해봤자 한 두 명인 사람들에게 태권도를 지도하기보단 본인이 더 신나서 자기가 운동을 수련생보다 더 하고 초보자들인 수련생들에게 처음부터 무리하게 운동을 시켜서 하루 이틀 만에 관원생들이 그만두고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뒤늦게 깨달은 마스터팍은 관원생에게 전화를 하며 무료로 한 달을 준다고 했지만 마스터팍에게 질린 그들은 영영 사라지고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잘 가르치고 싶은 것, 열심히 하고 싶은 것들은 알지만 적당히 해야지... 뭐든 적당이 하는 게 중요한 걸 이 사람은 모르는 가 보다. 어쩔 땐 너무 앞선 욕심과 열정이 앞 길을 헤친다는 것을...
앗! 갑자기 마스터팍과 제니가 본인들의 꿈꿔왔던 이야기를 하다 뜬금없이 내가 외로울 거 같다며 갑자기 나의 반려자인 남편감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고양이는 혼자 있고 싶어 하는 것을 제니와 마스터팍은 모르는 것일까? 혼자 있는 게 편하고 낮잠을 자는 게 낙인 내 인생에 결혼은 나의 고양이 인생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데..... 제니는 아무렇지 않게 내 짝을 찾는다는 것에 신이 났는지 이래저래 노트북으로 검색을 하다가 여러 남자 고양이들의 사진을 마스터팍에 보여주기 시작한다. 그들은 여러 냥이들의 사진을 검색하면서 가끔씩 나를 빤히 바라보며 가끔씩 환히 웃는다. 갑자기 마스터팍이 "이 녀석이다!"라고 선택을 한다. 제니와 마스터팍은 그 녀석의 이름을 꿈이라고 지었다. 나와 이름이 어울린다나?? 얼마 후 제니는 한국에 방문을 하였고 결국 꿈이라는 연하남을 한국에서 데리고 왔다.
꿈은 연하남이다. 나보다 몇 개월 어리다. 그래서인지 나름 성숙하게 보이고 싶었는지 검은색 나비넥타이를 목에 메고 나를 쫓아다니기 시작한다. 아직은 나보다 어려서 인지 아님 한국에서 온 그가 캐나다에 낯설어서인지 나만 졸졸 따라다닌다. 무척 귀찮다. 누군가가 날 따라다닌다는 게 항상 혼자였던 나에게 너무 어색하다. 어느새 나에게는 마스터팍, 제니 그리고 꿈이라는 가족이 생겼다.
꿈이란 연하남은 고집도 장난이 아니었다. 꼭 마스터팍이랑 하는 행동도 고집불통처럼 같았고 식성도 까다로워서 다른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비린내 나는 생선도 절대 안 먹는 특이한 녀석이다. 해산물과 생선을 먹지 않는 마스터팍이랑 어떻게 똑같은 녀석이 왔는지 제니가 항상 뭐라고 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인간과 고양이지만 마스터팍과 꿈이는 서로 모든 게 너무 닮았다. 그리고 나와는 너무 다른 녀석이다.
마스터팍과 제니, 꿈... 그리고 캐나다... 새로운 환경과 변화... 모든 게 너무나 한순간에 큰 변화들이 다가와서 정신이 없다. 나에게는 아직 적응해야 할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제 나름 그들과 함께 천천히 하나하나씩 발걸음을 나아가며 나 자신만의 속도에 맞춰 새로운 삶에 적응해 나가려 한다. 새 삶의 꿈을 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