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희망이로소이다. 다섯 번째 이야기
꿈이를 만난 지도 어느덧 수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아직도 나만 졸졸 따라다니는 게 귀찮다. 처음엔 꿈이에게 하악질을 자주 해댔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누군가가 내 곁에 항상 있다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였다. 심지어 꿈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자리도 마다하고 잠도 내 곁에서 잔다. 시간이 서서히 흘러가며 나도 모르게 새로운 만남에 서서히 익숙해지며 적응이 되어 가는 거 같다.
하긴 마스터팍도 처음엔 날 두려워했다. 그도 시간이 지나면서 나에게 코를 물리는 것도, 내가 무서운 것도 서서히 적응이 되어가는 거 같다. 상대적으로 나 또한 마스터팍에 서서히 적응이 되는 거 같다. 왜냐하면 이제 나도 왠지 모르게 그의 왼쪽 다리를 기대고 같이 자는 게 좋기 때문이다. 폭주하는 증기기관차를 소리를 내며 코를 무지하게 골며 자는 마스터팍은 내가 그의 다리를 기대고 자는지도 모르는 거 같았다. 아니면 그에게 기대며 자는 내가 그도 싫지만은 않은 것 같다. 이제는 그는 내가 침대에 올라올 때면 살포시 그의 다리 한쪽을 나에게 먼저 내어준다.
누구나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환경이나 인연에 서서히 다 적응하게 마련인 거 같다. 새로운 환경, 그리고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새로운 만남... 나이가 많든 적든... 사람이든 고양이든 누구나 새로운 것에 대한 시작, 도전, 만남에는 용기도 어느 정도 필요하고 그에 따른 두려움도 있게 마련이다. 새로움에 대해 따라오는 부정적인 요소들을 서서히 떨쳐 보내기에는 어느 정도의 적응 시간도 필요한 거 같다.
내가 마스터팍과 제니, 그리고 꿈이를 만났듯이 오늘 밤엔 마스터팍과 제니가 캐나다에서 만난 다양한 인종,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오늘도 난 여느 날과 다름없이 그들 곁에서 꾸벅꾸벅 졸며 여유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다. 아니 여느 날과 다름이 없진 않다. 왜냐면 이제 내 곁엔 꿈이가 항상 있기 때문이다. 나보다 연하지만 가끔 나름 든든해 보이기도 한다. 아니 나에게 자기가 든든해 보이려고 나름 노력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날 밤 계속 마스터팍과 제니가 캐나다에 와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 이야기를 한다. 좋은 사람도 많이 있지만 그만큼 다양한 사람이 사는 나라라서 그런지 문화적 차이일 수도 있지만 이상한 사람도 많이 만났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그러면 그들에게 마스터팍과 제니도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되지 않았을까?
마스터팍이 처음 도장 오픈 하였을 때 오픈 한지 며칠 안된 도장이라서 그런지 아님 캐나다의 이민 사회가 그런지 몇몇의 학부모들이 그들의 학생들을 등록할 때 정말 너무 할 정도로 꼬치꼬치 따지고, 요구하며, 이것저것 재며 등록을 하면서 관비를 깎아달라는 사람도 있고 별의별 다양한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몇몇 학생이 학부모는 정말 마스터팍의 도장이 좋아서 아직까지 연락을 주고받으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아직도 정말 자기가 볼 때 이상하다고 하면서 혼자 이상하다고 아직도 밥상머리에서 계속 중얼 거린다.
좋고 나쁜 것을 떠나서 그들이 잘해주건, 상처를 주건 어쨌든 그러한 다양성 또한 마스터팍이 그냥 그들 각각의 가치관을 그냥 존중해 주며 너그럽게 이해하는 게 속 편하지 않을까? 그러면 마스터팍의 인생이 좀 편하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굳이 하나하나 잘잘못을 그의 가치관에서 따지려 드는 게 정말 피곤한 삶이 아닐까 싶다.
캐나다가 이민 사회라서 그런지 가끔 몇몇 한인들을 만나게 되면 조금 이상하단말도 마스터팍은 계속 이야기한다. 한국 문화도 아니고 그렇다고 캐나다의 문화도 아닌 이것도 저것도 아닌... 이민자, 같은 인종으로써 서로 친하게 지내지만 가끔은 뒤에서 험담을 하기도 하고, 자기가 이민 몇 년 차 인지가 보이지 않는 계급장이듯이 행동을 하며 자기 잘난 체를 서로에게 은근슬쩍하고 견제하며 희열을 느낀다고 한다.
이민자들은 서로 가끔 경제적으로 사기도 친다고 한다. 타국에서 같은 한국사람들끼리... 왜 그럴까?? 아마 새로운 삶을 찾아 살아오면서 몇몇 사람들이 경제적인 이유나 자신의 이득을 얻기 위해서 본능적으로 살기 위해 몸부림을 쳐서 그런 거 아닌가 싶다. 인간들을 이해하고는 싶지만 본능에 충실한 우리 고양이들 사이에서 그들의 이기적이고 복잡한 이해관계들이 정말 이해가 안 될 따름이다.
굳이 좁디좁은 이민자들끼리의 한인 사회에서 먼 곳 자국땅을 떠나온 같은 사람들끼리 서로 힘이 되어 주지는 못할 망정 서로 헐뜯는 경우가 허다하고 이게 현실이라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물론 서로 형제처럼 잘 챙겨주는 경우도 있겠지만 좋은 소리보다는 안 좋은 소리가 더 빨리 퍼져나가듯 고양이인 나에게도 부정적인 소리만 자꾸 먼저 들릴뿐이다.
오늘 저녁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늦게 퇴근을 마친 마스터팍이 저녁밥을 한참 동안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제니와 나눈다. 캐나다에 온 지 얼마 안 돼서 제니는 아는 친구 소개로 일식가게에 서버로 일을 하게 되었는데. 그곳 주인과 요리사는 한국사람이었었다고 한다. 그곳에서 그들은 한국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캐네디언들에게 항상 한국말로 욕을 섞어가며 왜 이런 것을 주문하냐는 둥... 만들기 싫다는 둥... 어쩠다는 둥.. 폭언을 일삼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한국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캐네디언이 있으면 혹시나 어떡할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다못해 제니에게도 이렇게 일하면 자기에게 칼을 맞을 거라는 등의 폭언 및 욕설을 했고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자기들이 잘못을 했음에도 시비를 걸면서 무척 힘들게 했다고 한다. 캐나다에 먼저 와 있었던 사람으로서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타인에게 저지르고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일을 시키는 것이었다. 타국생활이 호락호락하지 않으니 한번 너도 나한테 이런 일을 겪어 보라는 듯이... 일하는 것이 힘든 게 아닌 정신적으로 힘들게... 제니가 하루는 그 일식가게에서 당했던 여러 가지 폭언, 불합리함과 서러움에 퇴근하자마자 밤새 울었다고 한다. 타국에서 왜 내가 아무런 이유 없이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정말 그때 서러웠나 보다...
마스터팍에겐 평소엔 그렇지 않지만 아주 가끔씩 똘아이 기질이 있다. 그러한 그를 일식 주방장과 주인이 결국 자극한 거였다. 그는 제니가 밤새 울며 지낸 다음날 퇴근을 하자마자 그 일식가게를 찾아갔고 취업비자로 캐나다에 있었는데도... 한국으로 추방되거나 여러 가지 법적인 책임은 생각도 안 하고, 이것저것 뒷일은 전혀 생각도 안 하고 그 주방장이란 놈을 두들겨 패고 왔다고 한다. 사실 마스터팍도 처음에 좋게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보자마자 욕이 입에 붙어 있었던 그들이 먼저 마스터팍에게 욕설을 날리고 마스터팍에게 주먹을 날리며 덤벼서 정당방위로써 그도 어쩔 수 없이 대화로 해결을 하지 못하고 폭력을 사용했다고 한다. 평소 순진하고 조용한 성격이어서 몽몽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는 마스터팍이지만 한순간에 눈이 뒤집어지면서 결국 몽몽이에서 미친개로 별명이 돌변한 순간이다.
며칠뒤 그동안 일했던 시급을 받기 위해서 제니는 일식가게를 다시 찾아갔고 멀쩡한 마스터팍과는 전혀 달리 얼굴에 상처 투성이인 그 주방장 얼굴을 보고 나서 마스터팍에게 미쳤다고 다음부턴 사람 때리고 다니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고 한다. 경찰에 신고를 했으면 어떻게 됐겠냐고 아마 추방뿐만이 아니고 철장신세를 졌을 수도 있었다. 인간 사회든 냥이들 사이에서든 그 이유가 무엇이더라도 절대로 폭력은 정당화될 수가 없다. 다행히 그 주방장과 일식가게 사장도 먼가 본인이 잘못했음을 깨달았는지 아님 그렇게 맞은 자신이 부끄러워서인지 신고를 하지 않았고 무사히 넘어가는 듯했었단다.
가끔씩 마스터팍과 제니는 캐나다 밴쿠버 한인성당에 구역모임을 참여했었는데 어느 날 그 구역모임의 반장이라는 사람의 집에 초대를 받아서 저녁 식사를 같이 한 후, 이야기를 나누다 그 구역모임의 반장의 아들이 곧 퇴근할 때가 됐다며 제니와 마스터팍 나이가 비슷해서 소개를 시켜준다고 했단다. 그러고 나서 벽에 걸린 자신의 가족사진을 보여주면서 자기의 아들이라고 사진을 보여주는 순간 제니와 마스퍼팍은 순간 얼어버렸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 아들이 마스터팍이 때린 일식가게에서 일하는 주방장이다는 것을 순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그 아들이 오기 전에 모임을 마쳤고, 그들의 집을 나서는 순간 정말 캐나다에서의 한인 사회가 좁다는 것 그리고 인연도 어떻게 그런 인연이 있을 수 있나 싶다고 말했었다.
흔히 캐나다 이민사회에서 하는 말들이 있다. 서로 한 다리 건너면 모든 걸 다 안다고. 우리 냥이들 사회에서는 인연에 대해 그렇게 연연하지 않는다. 아마 인간들은 만남, 인연이란 것에 종종 너무나 큰 의미를 두고 살아가는 동물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는 건가?
인간이란 동물은 참 복잡하다. 우리처럼 그냥 단순하게 마음 느긋하게 편하게 살면 안 되나? 졸리면 자고 놀고 싶으면 놀고 온전히 나만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