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와 이민자 삶의 공통점

나는 희망이로소이다. 세 번째 이야기

by Damian

모처럼 롱 위켄드(휴일이 포함된 긴 휴일)로 마스터팍이 집에서 쉬고 있다.


그는 하루종일 침대에 뒹굴뒹굴 대면서 뭐가 그렇게 좋은지 혼자 킥킥거리며 좋다고 웃는다. 뭐 하고 있나 침대로 뛰어 올라가 그의 곁으로 조용히 다가갔다. 잘 모르겠지만 마스터팍은 요즘 한국군대와 관련된 드라마에 빠져있는 거 같다. 내가 곁에 다가온 지 눈치 채지도 못하고 혼자 좋다고 웃으며 집중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너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공부를 그렇게 집중해서 열심히 했더라면... 군대 갔다 온 지가 수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군대이야기가 좋은가 보다. 아마도 본인이 겪어온 군대생활에 대한 향수가 그리워서일까? 아님 마스터팍은 진짜로 군대가 좋은 건가?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젊은 시절 그가 군대 동기들과 겪었던 말도 안 되는 불합리함, 각종 부조리, 상명하복, 각종 힘들었던 훈련들이 기억이 나며 이제는 그것들이 모두 하나의 추억으로 회상이 되는가 보다.


내가 생각하기엔 캐나다 이민자들의 삶이 군대와 비슷하게 공통점이 참 많은 거 같다. 일단 이민 온 지 오래된 사람은 마치 그들이 높은 계급장을 가진 것처럼 갓 이민온 사람들에게 이래라저래라 가끔씩 오지랖을 부리며 참견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여기선 이렇게 하는 거고 자기 말이 맞는 거고 마치 군대에서 신병을 가르치는 것처럼. 캐나다로 온 새로운 이민자는 마치 군대에서 갓 전입 온 신병처럼 대해진다. 그냥 처음 온 이민자들이 그들 스스로 새로운 것을 직접 부딪히며 잘 나아갈 수 있게 진솔한 응원만 해주면 안 되나?


캐나다에 새로운 이민자들은 그들의 말, 행동도 이등병처럼 모든 행동을 조심스럽게 하기도 하며 설렘반 두려운 반을 가지고 살아가는 거 같다. 말은 어쨌든 영어가 잘 안 되니 어쩔 수 없겠다고 생각이 든다. 아무리 한국에서 영어를 공부했다고 하지만 현실에서 원어민과 자연스럽게 의사소통을 하기는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군대에서 좋은 선임을 만나면 군 생활이 잘 풀리는 것처럼 좋은 선임 이민자를 만나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도 있는 거 같다. 하지만 그렇지 아닌 경우는 쓸데없이 이래라저래라 오지랖을 부리고 남에 일에 참견을 하기도 한다. 어느 날 자기들끼리 뭐가 삐졌는지 평소 가족처럼 친하게 지내던 사이가 하루아침에 뭐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모르는 사람처럼 서로 피하면서 다닌 다는 소리도 종종 들었다. 마치 군대에서 잘못된 인연을 만나고 군생활이 꼬이는 거처럼...


마스터팍은 때론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오래간만에 한국에 가는 기분이 꼭 군대에서 휴가 가는 기분이라고 항상 그는 한국 가기 전, 먹고 싶은 한국음식들을 나열해 가면서 꼭 먹어야지 하면서 스스로 약속까지 한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한국에 가면 시차 때문에 잘 먹지도 못하고 캐나다로 돌아왔다고. 휴가 나온 군 장병도 막상 생각처럼 먹고 싶은 걸 많이 먹지 못하고 다시 군대로 복귀하는 것처럼 말이다.


마스터 팍이 가끔씩 가는 한인 마트는 군대에 있는 PX를 가는 기분일까? 군대와 이민생활, 어쩌면 무척 다른 것 같지만 공통점이 많은 것 같다. 갓 캐나다에 온 이민자는 이등병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이병, 상병을 달고 이민 온 지 한 10년쯤 되면 말년 병장으로 진급이 되는 거 같다. 캐나다에서 보이는 그들의 행동에 조금 여유도 더 있는 거 같고 경제적으로도 자리가 조금 잡혀서 인지 그들의 대화를 엿들을 때 그들이 하는 언행에서도 삶의 여유가 어느 정도 더 느껴진다.


이민생활에서 피해야 할 사람들은 남의 삶에 참견하며 자기가 살아온 캐나다의 삶이 마치 정답인 것처럼 쓸데없이 묻지도 않은 일에 오지랖도 넓게 다른 사람의 인생을 휘둘르려 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은 군대로 치면 무서운 행보관인가? 아님 피해야 할 고문관? 우리 냥이들 사회에선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삶들을 인간들은 살고 있는 거 같다.


애국심도 그렇다. 군대에 있으면 자의 반 아니면 타의 반 일 수도 있지만 없었던 애국심도 저절로 생기게 된다. 군대에서 나라에 대해 충성을 다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듯 이민자들은 타국에 사니 자연스럽게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그들의 조국이 나름 자랑스럽게 여겨지며 저절로 애국심도 뿜뿜 솟는 거 같이 보인다. 이렇게 나의 집사 마스터팍도 한국에 대한 애국심이 남들과 다르지 않은 거 같아 보였다. 그래서인지 가끔 무식한 캐네디언들이 마스터팍과 제니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북한에서 왔냐? 남한에서 왔냐?라는 물음에 마스터팍은 그런 사람들이 정말 무식하다고 그들에게 한국말로 욕하기도 하고, 그런 사람들에 대한 마스터팍의 대답은 늘 "I'm from North Korea."이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에서 왔다고 하며 앞으로 조심하라고 그들에게 겁을 주기도 한다.


참 이해 할 수 없고 웃긴 나의 집사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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