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11시와 4시에, 나를 다시 우린다

차로 마음을 건져 올린 한 사람의 이야기

by 이소연 Teana Lee

프롤로그


나는 매일 11시와 4시에 차를 마신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습관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 이 시간은 마음을 다시 우려내는 의식이다.

혼잡한 하루의 중간에서, 나를 잃지 않기 위해.


이 글은 찻잎을 삶는 이야기이자,

한 사람의 감정과 방향, 이름 없는 흔들림 들을 어떻게 브랜드로 끌어올렸는가에 대한 기록이다.

그리고 어쩌면, 당신이 오늘 하루 단 한 잔으로도 괜찮다고 느끼게 되는 이야기이기를 바란다.


1. 나는 오래 참고, 오래 져주며 살아왔다


나는 늘 감정을 안으로 눌러 담는 사람이었다.

어릴 적부터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양보하고, 말없이 견디는 일에 익숙했다.

그렇게 살아오면 언젠가 나의 진심이 전달되리라 믿었고, 그게 내가 좋은 사람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오해와 침묵, 그리고 점점 내가 나를 잃어가는 느낌이었다.

말을 아끼다 내 존재가 지워지는 기분.

그때, 나는 찻잎을 손에 쥐었다.


2. 찻잎은 내 감정을 가르쳐줬다


어느 날, 물 위에서 조용히 풀리는 찻잎을 바라보다가

나는 처음으로 내 마음이 무엇을 원하는지 들여다보게 되었다.

찻잎은 무언의 스승처럼, 고요 속에서 자신의 본질을 드러냈다.


첫 번째 우린 물은 향긋하고 달콤했다.

두 번째 우린 물은 부드러우며 쌉싸름했다.

세 번째 우린 물은 더욱 쌉싸름했지만 달콤함으로 여운을 남겨주었다.


같은 찻잎이, 시간과 온도에 따라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듯

찻잎은 향과 맛으로 말을 걸어왔고,

그 향은 나의 기억과 감정에 닿았고,

나는 그 찻잎으로 사람을 이해하게 되었다.


내 안의 감각이 깨어나는 순간이었다.



3. 서른 가지 차로 마음을 읽는 법을 배웠다


처음엔 그저 내 마음을 다독이기 위해 차를 마셨다.

하지만 차를 우리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나는 다른 사람들도 내가 느낀 이 위로를 경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래서 나는 작은 티 블렌딩을 시작했다.

친구의 하루를 듣고, 그 마음에 맞는 향을 조합해 주는 일부터.


한 사람은 불안하다며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라벤더와 카모마일을 섞어 주었다.

또 다른 사람은 슬프지만 눈물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유자와 녹차, 로즈를 블렌딩해 주었다.


어느새 나는 서른 가지 향으로 서른 가지 마음을 읽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한 잔의 차로 누군가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다는 걸 확신하게 된 순간이었다.



4. 감각은 방향이 되었고, 방향은 브랜드가 되었다


이후 나는 차를 업으로 삼았고,

'티아포테카(Tea Apotheca)'라는 이름으로 브랜드를 세웠다.


차는 내게 제품이 아니라, 말하지 못했던 감정의 해석이었고,

그 감정을 리추얼과 언어로 구조화해 가는 과정이 브랜드가 되었다.


나는 티 블렌딩을 할 때,

사람을 보고 향을 고른다. 계절을 읽고 마음을 조합한다.

이건 내 방식의 심리학이자 창조의식이다.


어떤 이는 내게 '마음을 읽는 블렌더'라고 불러주셨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찾은 건 차에 숨어 있던 감정이 아니라,

이미 그 사람 안에 있던 마음에 이름을 붙여준 것뿐이라는 걸.



5. 글로도, 잎으로도, 나는 마음을 설명한다


내가 이 글을 쓰려는 이유는 단 하나다.

차처럼, 조용히 사람을 건드릴 수 있는 이야기를 남기고 싶다.

좋은 브랜딩은 타이포와 색감 이전에, 정서의 구조를 이해하는 일이다.


나는 전문가가 되기 위해 글을 쓰지 않는다.

다만 누군가에게 오늘 한 모금의 여유를 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에필로그


그래서 나는 오늘도 11시와 4시에 나를 다시 우리고,

당신이 이 글을 읽는 지금이 그중 하나이기를 바란다.


"차 한 잔은, 어떤 하루도 새로 시작하게 해 준다."


그리고 이 글이,

당신 마음의 작은 시작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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