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잎처럼 가볍고 단단하게 1화
스물네 살, 나는 하동으로 떠났다.
누군가는 여행을 떠나고, 누군가는 사랑을 시작할 나이에
나는 낯선 땅에서 차를 처음 배우기 시작했다.
차를 전혀 모르는 건 아니었다. 차업을 하시던 아버지 덕분에 어릴 적부터 수많은 허브와 찻잎의 향을 가까이서 맡으며 자랐다. 하지만 전통 방식으로 차를 만들고 약초를 다루는 법제의 세계는 나에게 너무나 낯선 일이었다.
하동의 아침은 이슬과 안개로 시작되었다. 찻잎이 촉촉하게 젖은 채 바람에 살랑이는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 참 이상하게도 마음이 울컥했다. 그건 생명이었다. 부드럽고 여린, 그러나 제자리를 지키며 피어나는 어떤 생명.
일은 쉽지 않았다. 손끝은 거칠어졌고, 하루가 끝나면 진이 빠져 말없이 누워 있곤 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그 낯선 땅에서 나를 안아준 건 사람들이 아니라 '풍경'이었다.
아름다운 지리산 자락, 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푸른 차밭, 그리고 매일 새롭게 피어나는 작고 하얀 차꽃들. 그 모든 것이 내게 말 없는 위로가 되어주었다.
나는 그렇게 차를 배웠다. 이론보다는 손으로,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그리고 깨달았다. 차는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살아보는 것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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