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잎처럼 가볍고 단단하게 7화
차를 업으로 삼은 지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나는 ‘차’라는 세계 안에서만 사고하고 있었다는 걸,
샌프란시스코 한복판에서 깨닫게 될 줄은 몰랐다.
그날 나는,
샌프란시스코의 미션 디스트릭트 한복판에 자리한 필즈커피(Philz Coffee)에 있었다.
동성애자 커뮤니티가 밀집한, 감도 높은 그 동네 골목엔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선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LA OC점
당시 나는 AK 외식사업부의
메뉴 컨설팅과 차 개발·납품 계약을 진행하고 있었다.
칼럼과 오픈 문제로 샌프란시스코 출장을 간다는 내게 그쪽 바이저들이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에 가시면 필즈커피에서 요즘 핫하다는 모히또 라테 꼭 드셔봐 주세요.”
그 말에 이끌려 찾게 된 곳이 바로 필즈였다.
처음엔 그냥 그런 카페 같았다.
소박한 인테리어, 투박한 바 테이블, 특별한 분위기도 아닌데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건네받은 한 잔—모히또 라테.
첫 모금에, 나는 잠시 멍해졌다.
‘이게… 커피라고?’
‘이렇게까지 해도 되는 거였어?’
커피와 차.
나는 늘 두 세계를 경쟁 구도처럼 여겨왔다.
한쪽이 살아야 다른 한쪽이 설 수 있는, 그런 선택의 세계.
하지만 그 한 잔은
전혀 다른 방향을 제시하고 있었다.
박하(mint)의 상큼함,
그리고 부드러운 우유 거품과 깊은 커피의 바디감.
이질적일 것 같았던 재료들이
경계 없이, 어쩌면 더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바닐라 라테의 바닐라,
시나몬 라테의 시나몬도 결국은 허브였다.
그리고 그 허브들은, 바로 내가 매일 다루는 것들이었다.
그동안 나는,
내 손 안의 가능성을
‘차’라는 프레임 안에서만 풀어내려 했던 것이다.
그 순간 나는 스스로에게 외쳤다.
“아… 나 참 답답하게 살았구나!”
경계가 열리는 느낌.
허브는 단지 차의 부재료가 아니라,
음료 전체를 연결하고 확장해 주는
감각의 언어였다.
그날 이후,
나는 더 이상 커피와 차를 구분 짓지 않기로 했다.
나만의 방식, 나만의 블렌딩으로
맛의 새로운 지도를 그려보자고 결심했다.
한 잔의 커피였지만,
내게는 작은 선언이었다.
허브와 차, 그리고 나의 감각이
더 이상 갇히지 않겠다는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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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필즈커피는 2003년 팔레스타인 이민자 출신 패이살 ‘필’ 제이버(Feysal “Phil” Jaber)가
샌프란시스코 미션 디스트릭트에 설립한 커피 브랜드이다.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가 사랑한 커피로도 유명하며,
멘로파크에 위치한 페이스북 본사 내 매장은
임대료 없이 입점시켰을 정도로 그의 애정이 컸다고 한다.
필즈커피 본점 주소:
748 Van Ness Ave, San Francisco, CA 94102, U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