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첫 번째 대화

차 한잔으로 하루를 그리고 맑히는 의식

by 이소연 Teana Lee


물 끓는 소리가 부엌 가득 번진다.

나는 조용히 찻장을 연다.

오늘의 나에게 필요한 차는 무엇일까.


이른 아침, 아직 아무도 깨어 있지 않은 시간.

맑은 물을 받아 포트에 올려두고, 그 사이 나는 나의 하루를 찬찬히 들여다본다.


중요한 미팅, 문서 작업, 그리고 이른 점심 약속.

그래, 아침 식사는 생략해야겠다.

공복감을 달래주고 집중력을 높여줄 수 있는 차.

몸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의식을 부드럽게 깨워주는 차.


차를 고르는 일은, 결국 나를 고르는 일이다.


찻잔을 꺼내며 나는 묻는다.

오늘 나는 어떤 감정으로 깨어나고 있는가.

불안한가, 기대되는가, 혹은 어제의 피로가 남아 있는가.

그 감정의 결을 따라, 찻잎을 고른다.


차를 우리는 시간 동안, 내면은 천천히 맑아진다.

김이 오르는 티팟을 바라보며, 나는 나와 대화를 나눈다.


차 한잔이 입안 가득 퍼지는 순간,

굳어 있던 몸의 근육과 세포들이 기지개를 켜듯 살아난다.


내가 오늘 무엇을 말해야 할지,

무엇을 경계해야 할지,

어느새 머릿속에서 명확한 윤곽이 그려진다.


모닝티는 나를 깨우는 의식이다.

단순히 ‘차를 마신다’는 행위를 넘어서,

하루를 여는 마음의 문을 조용히 열어젖히는 의식.


커피의 날카로운 각성도 좋지만,

내게는 차의 향이 더 어울린다.

서두르지 않고, 부드럽게, 그러나 분명하게.


향기로 뇌를 깨우고,

맑은 정신으로 나를 세우는 시간.


이것이 내가 아침에 차를 마시는 이유다.



오늘도, 차 한잔으로 나의 하루를 연다.

나에게 집중하며, 나를 믿으며.


그리고 찻잔을 내려놓을 때, 나는 알고 있다.

이 작은 의식이 하루 종일 나를 단단하게 지켜줄 것이라는 걸.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