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꺼진 숯불처럼
“아빠, 제가 이젠 불이 꺼진 숯불 같아진 것 같아요.”
얼마 전, 아버지 생신을 맞아 함께 식사를 하던 자리에서 요즘 어떠냐는 말씀에 나는 문득 그렇게 말이 나왔다.
예전의 나는 뜨겁게 타오르던 불꽃같았지만, 요즘의 나는 그 불꽃이 다한 숯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아버지는 잠시 숟가락을 내려놓고 내 얼굴을 조용히 바라보셨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네가 이제 좀 나이를 먹어가나 보다. 열정이 사라진 게 아닐 테니 걱정하지 마라.
이젠 뭉근하게, 천천히, 오래가는 거야.
늘 서두르고 조급해하던 마음이 사라진 거지.
속도가 느려진 게 아니라, 네가 순리를 받아들이게 된 거야.”
그 순간, 나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아버지와 함께 일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결국 나는 다른 길을 선택했고, 각자의 길을 걸어왔지만,
그때 아버지가 하셨던 말씀들, 걱정과 충고들이
시간이 지나 내 현실이 되었음을 깨닫는다.
이제는 안다.
아버지가 걸어오신 길 위에 얼마나 많은 무게가 있었는지를.
그 무게를 말없이 견디며 버텨오신 세월의 깊이를.
이제는, 아버지가 참으로 가엾고… 그리고 더욱 존경스럽다.
“네가 해보고 싶은 대로 해봐라.
그래야 왜 안 되는지도, 어떻게 해야 되는지도 알게 되니까.”
그 말이 한때는 매정하게 들렸지만,
이젠 알 것 같다.
그 말속에는, 내가 어떤 결과를 마주하든 결국 스스로 살아내고 성장하길 바라는
한 사람의 깊은 사랑과 기다림이 담겨 있었다는 걸.
조용히 남은 밥을 떠먹으며, 나는 속으로 되뇐다.
불이 꺼진 것처럼 보이는 이 시간조차도
어쩌면, 더 오래 타오르기 위한 준비일지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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