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먼저고, 삶은 그다음이어야 한다.

아프고 나서야 배운 가장 단순한 진실

by 이소연 Teana Lee


이유 없는 통증은 없었다


며칠 전, 배가 심하게 아팠다.

사실 해가 바뀌는 동안 비슷한 증상으로 응급실에 실려간 것만 벌써 네 번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물 한 잔 마시고 버텼겠지만, 그날은 달랐다.

통증은 명확했고, 가라앉지 않았다.

억지로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내 몸은 더는 참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병원에 가니 입원을 권유했다.

진통제를 맞고 굶으며 하루를 버티자 통증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이제 괜찮아졌다고 생각하던 찰나,

부모님이 가져오신 샌드위치 한 입이 다시,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되돌아왔다.


의사는 곧바로 MRI 촬영을 지시했고,

나는 그제야 담관염이라는 이름을 듣게 되었다.


“이게 하루 이틀 된 게 아니에요.”


그 말에 순간, 멍해졌다.

내 몸이, 나보다 더 오래 아팠다는 사실을

나는 이제야 받아들였다.



가장 어려운 일은 ‘쉬는 것’이었다


입원실에 누워 있자니 모든 게 낯설었다.

차를 내릴 수도 없었고, 음식을 먹을 수도 없었다.

할 수 있는 건 오직 ‘쉬는 일’뿐이었다.


그런데, 그게 가장 어려웠다.

나는 늘 바쁘게 움직였고,

무엇이든 책임졌고,

내 안의 허기를 일로 덮으며 살아왔다.


멈추는 법을 몰랐다.

쉬는 법도,

아픈 나를 받아들이는 법도.


아파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내가 가장 먼저 돌봐야 할 사람은

사람도, 일도 아닌 나 자신이었다.



며칠 만에 마신 물 한 모금의 달콤함


8일간의 금식이 끝났다.

의사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제 물부터 마셔보세요.”


작은 종이컵에 담긴 미지근한 물.

평생 마셔온 그 흔한 물이었는데,

첫 모금을 입에 머금는 순간, 눈물이 났다.


이렇게 달콤할 수가.

이렇게 소중할 수가.


목을 타고 내려가는 물의 온기가

오랫동안 메말랐던 내 안의 무언가를

천천히 적시는 것 같았다.


그제야 알았다.

가장 단순한 것들이

가장 소중했다는 걸.


물 한 모금,

고개를 들어 바라본 하늘,

발끝까지 전해지는 따스한 햇살.


내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모든 것들이

사실은 기적이었다.



몸이 먼저, 삶이 나중이어야 한다


조형술.

8일의 금식.

반복되는 회진과 처치.


몸은 서서히 회복되었지만,

그보다 더디게 회복된 건 마음이었다.


나는 생각보다 훨씬 오래,

나를 방치하며 살아왔다는 걸

병실에서야 알게 되었다.


퇴원을 앞둔, 오늘…

창문 너머 아침 햇살을 오래 바라봤다.

그 순간,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몸이 먼저고, 삶은 그다음이어야 하는 거 아닐까.”


지금 나는 조금 더 자주 쉬고,

조금 더 천천히 움직이며,

나를 먼저 돌보아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차 한 잔을 마시는 시간에도,

잠시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순간에도,

이젠 “괜찮다”라고 말해줄 수 있는

내가 되기로 했다.



아픔이 말해준 것들


담관염은 내게 고통만 준 것이 아니다.

그것은 조용한 언어로 말해주고 있었다.


“이제 그만, 버티는 삶에서 내려와도 돼.”

“그 삶을 다시 짓고 싶다면,

가장 먼저 돌봐야 할 건 바로 너 자신이야.”


나는 그 경고를 이제는 원망하지 않는다.

감사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물 한 모금의 달콤함을 기억하며,

오늘도 나는 천천히

나를 돌보는 법을 배워간다.


#라이프스타일 #자기다움 #감정기록 #생각노트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