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후에도 품을 수 있는 마음
조용한 하루,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다양한 브런치 작가들의 글을 읽게 되었다.
그 속에는 저마다의 시선으로 풀어낸 삶과 관계, 마음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끌었던 주제는 ‘사람을 읽는다’는 개념이었다.
지극히 일상적이면서도 복합적인 이 행위는 누구에게나 익숙하지만, 막상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물으면 쉽게 설명하기 어렵다.
‘사람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눈치가 빠르다는 뜻을 넘어서,
타인의 내면을 파악하는 인지적 통찰력과
정서적으로 연결되는 감정 이입이 함께 작동하는 복합적 심리 능력이다.
이는 반복되는 사회적 경험을 통해 습득되는 학습 결과이자,
더 넓게 보면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아를 지켜내기 위한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어떤 이들은 사람을 쉽게 믿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성향을 가진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긍정적 편향‘이라 부른다.
그러한 태도는 좋은 인연을 끌어들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불필요한 상처를 초래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을 먼저 신뢰하려는 기질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이는 흔히 애착 이론에서 설명하는
‘안정적 애착유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문제는, 사람의 이면을 읽어냈을 때 그것을 어떻게 다루느냐다.
누군가의 단점이 보일 때, 이를 곧바로 드러내기보다
스스로 조절하는 태도는 자기 조절 능력과 관련된다.
이는 상대에게 심리적 안전감을 제공하고자 하는 의식적인 노력이다.
상대방의 약점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순간, 그들은 자존감을 위협받았다고 느끼고
방어기제를 작동시키기 쉽다.
설령 그것이 진심 어린 충고라 해도,
타인의 자율성을 무시하는 방식은 결국 관계를 망가뜨릴 뿐이다.
심리학자 칼 로저스는 이를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이라 표현했다.
모든 사람은 수용받을 때 진정한 변화의 가능성이 생긴다는 믿음이다.
그래서 때로는 조용히 멀어지는 선택이 더 깊은 존중일 수 있다.
그것은 비겁한 도피가 아니라,
스스로와 상대를 동시에 보호하는 건강한 경계 설정이다.
사람을 읽는다는 건 단지 ‘간파하는 기술’이 아니다.
읽은 다음에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에 대한 윤리적 선택이다.
그 통찰을 바탕으로 자신이 어떤 행동을 선택하는지,
그것이 결국 그 사람의 정서 지능과 품격을 말해준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나도 누군가에게 읽히고 있다는 사실이다.
관계는 쌍방의 읽기와 읽힘으로 이뤄진다.
상대를 꿰뚫었다고 자만하는 순간,
정작 자신이 얼마나 투명하게 보이는지를 모르고 지나치는 사람들이 있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도, 최근 그런 고민에 빠졌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자신의 불안과 검은 생각을 감추기 위해 연기하고,
상대를 조종하려 들기도 한다.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그 모든 흐름을 알고도 아무 말 없이 지켜보며
“어디까지 내려갈 사람인가, 보자.”
조용히 그렇게 시간을 주고, 기회를 주고 있을 수도 있다.
그것은 모른 척이 아니라 알고도 품는 일이며,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일 수도 있다.
하지만 품는 데도 한계는 있다.
알면서도 배려하는 마음은,
좀 더 차가워진 뒤 미련 없이 버릴 준비라는 사실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진짜 중요한 건,
사람을 읽었을 때
그 마음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한 나 자신의 자세다.
품을 것인지, 떠날 것인지.
그 선택이 곧 나라는 사람을 말해준다.
그리고 아주 가끔은,
차라리 아무것도 보지 않고,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편이 더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래서 사람은
적당히 알고, 이해관계로 얽히지 않는 편이 나은 건지도 모른다.
오늘도 그냥 차나 한잔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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