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잎은 여전히 이곳에

차 저장소, 추억 저장소

by 이소연 Teana Lee

주말이면 나는 여전히 카페로 출근한다.

하동을 떠나 고향 청주로 돌아온 지 8년.

그때 나는 차를 만드는 사람에서

차를 직접 건네는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다.


티 전문 카페를 열겠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하나같이 비슷했다.

“청주에? 거기서? 미쳤다…”

유동인구도 없고, 간판도 눈에 잘 띄지 않는 외곽에

차만을 위한 제법 큰 공간이라니.

“차 좋아하는 사람이 거기 얼마나 있다고.”

“이걸로 잘 되겠어?”

“그 돈이면 그냥…”

별의별 걱정과 조언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나는 안 되면 되게 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살아왔고, 그게 익숙했다.

브랜드 명을 정하고

공사 업체를 고르고, 상표를 디자인하고,

공간 하나를 만들기까지 꼬박 2년이 걸렸다.


오픈 후 7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여전히 이곳으로 출근한다.

해외 출장이나 출강이 없을 때면,

늘 같은 시간에 문을 열고, 차를 준비한다.



엄청난 매출은 아니지만

그곳에서 나는 사람들의 온기를 느낀다.

말이 없어도, 눈빛으로 마음을 전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그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나는 묵묵히 차를 우리고, 그 시간을 건넨다.


차를 만들기 위해 시작했던 공간은

어느새 나를 지켜주는 장소가 되었고,

매일 반복되는 이 조용한 루틴이

나의 숨이 되었다.


이제 나는 이곳에서의 이야기들을

하나씩 꺼내 보려 한다.

찻잎이 덖어질 때처럼,

조금은 뜨겁고, 조금은 조용한 이야기들.



찻잎은 여전히 이곳에 있다.

오늘도,

나는 그 잎을 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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