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의 여정
나는 왜 이 힘든 찻일을 하며 살아가게 되었을까.
직업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라 했지만,
차는 사람을 직접 고른다고 한다.
그 말을 나는, 이제는 믿게 되었다.
처음 하동에서 국산차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마주했을 때,
나는 너무도 당황했고, 솔직히 말하면 무서웠다.
좋은 차를 만든다고 해서 팔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좋은 마음을 담았다고 전해지는 것도 아니었다.
그때 나는, 그저 살아남고 싶었다.
차를 알려야 했고, 팔아야 했고,
그래야 다시 만들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산으로 들로 다녔다.
아무도 관심 두지 않던 야생화와 열매들,
이름 모를 잎들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졌다.
매일 찻잎을 말리고, 덖고, 식히고, 유념했다.
실패하고 또 실패하면서도
그만둘 생각은 없었다.
그게 살아가는 방식이 되어버렸으니까.
나는 차를 선택한 게 아니다.
그저 눈앞의 시련을 마주했을 뿐이다.
도망치지 않고, 이걸 어떻게 넘을 수 있을까,
어떻게든 더 나은 길은 없을까
그 고민 하나로 긴긴 세월을 버텼다.
지나고 나니, 삶이 차로 만들어져 있었다.
어쩌면 지금,
예전의 나처럼 어디에도 답이 없어
조용히 주저앉아 있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그 사람에게 말해주고 싶다.
답은
멀리 있고 어려운 데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눈앞에 놓인 아주 작은 일을
하루하루 다르게 바라보고,
다르게 건드려보고,
다르게 이어가다 보면,
그 일이 어느새
당신을 만들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나는 그걸 차에게 배웠다.
내가 차를 만든 게 아니라
차가 나를 만들어온 시간이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