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 블렌딩이 가르쳐준, 삶과 사랑의 균형에 대하여
차를 블렌딩한다는 건
단순히 맛있는 차 한 잔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그건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것들의 조화,
때로는 어울리지 않는 것들을
시간과 온기, 인내로 엮어내는 일이다.
그 과정 속에서 나는 삶을 배우고,
사람을 배운다.
한때 나는
모든 걸 ‘완벽한 궁합’으로 맞추려 했다.
성격, 대화의 방식, 삶의 속도까지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알게 되었다.
모든 차재료가 다 함께할 수 없는 것처럼,
사람 사이에도
애써 어울리려 해도 결국 어긋나는 조합이 있다.
너무 향이 강한 허브는
다른 재료의 섬세한 결을 덮어버리듯,
누군가의 감정이나 기질도
상대를 지워버리는 방식으로는
조화를 만들 수 없다는 걸.
나는 이혼을 경험했다.
많이 노력했고, 오래 견뎠다.
하지만 결국 인정하게 되었다.
조화롭지 않은 관계를 억지로 붙잡는 건,
나 자신을 잃어버리는 일이라는 것을.
차 블렌딩도 그렇다.
도저히 어울릴 수 없는 재료는
과감히 제외해야 한다.
그래야 나머지 재료들이
제 빛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함께 있기 위해선
각자의 향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침범하지 않고,
그러면서도 함께 따뜻해질 수 있는 거리.
그런 조화를 찾아가는 길에는
물러섬도 필요하고,
때로는 놓아줌이라는 지혜도 필요하다.
나는 요즘 차를 블렌딩할 때,
한 사람을 떠올리곤 한다.
그 사람과 어울리는 향, 어울리는 온도,
어울리는 시간.
사람도 그렇게
시간을 들여 다려보고,
자연스럽게 우러나길 기다려야 하는 존재가 아닐까.
조화는 완벽이 아니다.
그건 이해하고,
때론 슬퍼도, 더 이상 어울릴 수 없다면 포기할 줄 아는 용기다.
내 향만 너무 강하지 않게,
상대의 향이 사라지지 않게.
차 한 잔을 다 마신 뒤에 남는 잔향처럼
좋은 관계도 그런 여운으로 오래 남는다.
지금, 나의 삶에도
차분히 조화의 온도를 맞추어가는 중이다.
그 속에는 블렌딩의 지혜가,
그리고 삶의 향기가
조용히 피어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