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마술사의 유튜브 입문기
2022년 코로나로 인해 예정된 강의가 모두 보류가 되었다.
25만원씩 나오는 지원금을 제외하고는 수입이 제로가 되어버렸다.
함께 1년간 쉰 뒤 아내는 재취업이 되었고,
나는 그대로 백수가 되었다.
매일 아침 아내를 출근 시킨 뒤 나는 카페로 향했다.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딜 자신이 없었다.
처음에는 스타벅스 같은 곳에 가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냈다.
아내가 퇴근할 때 맞춰서 태우러 갔다.
카페에서는 맥북을 펴놓고,
이제 뭘하고 살아야 하나 생각에 잠겼다.
나는 프로로 마술공연을 하면서 살아오지 않았다.
몇 번이나 시도해봤지만, 무대공포증이 의외로 잘 없어지지 않았다.
지금도 간혹 의뢰를 받으면 공연을 피하지는 않고 진행하긴 하지만,
무대라는 곳은 내가 즐기면서 설 수 있는 느낌은 아니다.
공연도 못하고, 영업을 해서 나를 판매하는 일에도 서툴렀다.
뭐든 하면 된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겟지만, 내겐 쉽지 않은 일이다.
10년 이상 마술강의만 해왔던 내게 그외의 일은 모두 낯설고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그 즈음부터 내가 하던 일을 정리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부터 뭐든 정리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에버노트도 초창기부터 프리미엄 유저로 한참 사용했다.
그 밖에 기록이라는 것에 꽤 집착하리만치 하는 성격이다.
이번엔 내 강의를 기록해보기로 한다.
카페에 스마트폰과 스마트폰용 삼각대를 챙겨서 갔다.
카드 패드를 펴놓고, 카드패드와 손이 나오도록 구도를 잡은 뒤, 내가 해온 마술들을 촬영했다.
처음에는 교육용 마술도구라고 일컫어지는 걸 챙겨다녔다.
그러다가 한참 잊고 지냈던 카드마술을 촬영해보기 시작했다.
우선은 아이들을 가르칠 때 쓰는 쉬운 카드마술을 먼저 촬영했다.
하루 이틀 촬영을 하고 나니, 더 이상 찍을 거리가 없어졌다.
마술을 시작하면서 모아왔던 마술자료를 뒤적이기 시작한다.
처음은 데럴과 마이클 아머 라는 마술사의 자료를 보고, 하나씩 마술을 따라해보면서 그대로 촬영을 했다.
이렇게 촬영한 마술들은 간단히 배경음악만 더해서 유튜브 계정에 업로드를 했다.
그랬다. 이때만 해도 유튜브를 해서 수익을 내겠다던가 하는 생각은 없었다.
단지 그거라도 하지 않으면 한참이나 바닥으로 떨어져버린 나의 자존감이 더 지하로 파고들 것만 같았다.
그래서 촬영을 하고, 간단히 편집을 하고, 유튜브에 업로드를 했다.
당시 촬영 환경이다.
카메라는 아이폰 XS를 사용했다.
조금 오래된 기종이긴 했지만 4K 촬영이 가능하다고 해서 중고로 당근마켓에서 33만원에 구입을 했다.
그전부터 맥북은 사용하고 있었기에 호환성이나 편의성 면에서 좋을 것 같아서 아이폰을 촬영용 카메라로 사용했다.
조명이 따로 없어서, 책상 위에 놓는 탁상 조명과 장스탠드 조명 등을 이용했다.
이때만 해도 색온도니 뭐니 하는 건 전혀 몰랐다.
촬영을 계속 하다보니, 영상이 약간 누리끼리한 것 같아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촬영용 조명을 구입할 돈은 없었던 터라,
쿠팡에서 천장 LED 조명 100W 짜리를 1만원에 구입해서 그걸로 조명을 대신했다.
이걸로 밝기는 어느 정도 해소가 되었고, 영상이 그래도 쨍하게 촬영이 되긴 했다.
이렇게 한동안은 촬영과 편집 업로드에 신경을 집중했다.
처음엔 배경음악만 넣었던 화면에 자막을 넣기 시작했고, 자막 대신에 직접 내 음성을 넣어서 마술을 설명했다. 아이폰의 마이크가 나쁘진 않지만, 따로 외장 마이크 없이 영상 촬영하면서 녹음을 하기엔 수음이 제대로 되질 않았다. 후시녹음을 하기로 결정하고, 촬영된 영상을 보면서 마치 다큐멘터리 화면처럼 내가 해설 음성을 덧붙였다.
이 때부터 유튜브 채널 구독자가 한 명 두 명 늘어나기 시작했다.
좋아요가 눌러지고, 구독자들이 댓글을 달아줬다.
매일매일 댓글을 보면서 웃음짓고 있는 나를 본다.
어라? 나 유튜버가 된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