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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병에 대해

살거는 결국 사게 된다.

by 마술하다 야초

이전에 쓰던 스마트폰으로 영상하기 라는 주제에서 좀 더 연결해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장비병이라는 게 왜 생길까요?

아 여기서 말하는 장비라는 건 영상 관련 장비를 뜻합니다.

카메라부터, 렌즈, 마이크, 조명, 편집을 위한 컴퓨터 등이죠.


내가 사고 싶은 장비가 생겼다면 자세히 살펴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1.필요해서 사고 싶은 건지,

2.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사니까 따라 사고 싶은 건지,


위 2가지 경우중에 대부분은 후자에 해당합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분명 사람은 뭔가 사고 싶어지면,

그걸 사기 위한 이유 등을 만들어내고 자기 합리화를 합니다.

대개 그래요.


그래서 잘 살펴봐야 합니다. 정말 이게 내가 필요해서 사고 싶은건지,

아니면 테크 유튜버 등이 홍보하는 영상을 보고 지름신이 온건지를요.



1번의 경우를 살펴봐야겠죠.

정말 필요해서 사고 싶은 경우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1년간을 아이폰XS 하나로만 영상을 촬영했습니다.

1년이 지난 후에는 아이폰13프로를 구입했습니다.

다시 1년 정도 아이폰13프로로 영상을 촬영했습니다.

2년 정도 스마트폰으로 촬영된 영상을 보다보니, 그걸 편집하다보니 조금 화면이 지겹다고 해야 할까요?

영상 화질에 대한 갈증이 깊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때부터 몇 달간을 카메라를 구입하고 싶어서 공부를 시작합니다.

말이 공부지, 카메라를 알아보는 과정은 홍수처럼 쏟아지는 제품 광고 영상과 글 사이에서 정말 내게 필요한 카메라가 뭔지를 겨우겨우 힘들게 알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누구는 이 카메라가 좋다.

누구는 이 카메라가 더 좋다.

또 다른 누군가는 기왕 시작할거라면 비싼 카메라와 렌즈로 시작해야 한다.


스스로 내린 결론은 모든 걸 만족하는 카메라는 없다 라는 거였습니다.

특히 가성비 라는 말은 카메라에서는 잘 맞지 않습니다.


비싼 카메라와 비싼 렌즈를 쓰면 영상은 한 번에 좋아집니다.

이건 어쩌면 당연한 거 아닐까요?

100만원짜리 카메라와 400만원짜리 카메라의 화질이 똑같거나 비슷하다면 누가 100만원짜리 카메라를 구입하게 될까요?


400만원 짜리 장비로 영상을 찍으면 대충 찍어도 잘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100만원 짜리 장비로는 대충 찍으면 스마트폰보다도 못한 영상이 나오게 됩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는 이유는 제가 그랬거든요.

ZV-E10을 구입하고 처음 영상을 집에서 촬영했는데, 생각보다 화질이 너무 엉망이었습니다.

심지어 아이폰 13프로보다 화질이 떨어지는 느낌이었어요.

카메라를 구입한 걸 후회할 정도였습니다. 한두달 정도는 아예 쓰지 않고 쳐박아둘 정도로 꽤 충격이 컸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다가 장비에 대한 최소한의 공부를 하면서 카메라 설정을 만져가면서 영상을 찍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조금씩 화질이 올라가기 시작했고, 왜 미러리스 카메라를 써야 화질이 좋아지는지 체감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카메라 자체만으로 좋아지는 건 아니었고, 적절한 조명과 촬영장소, 구도 설정이 필요했던 거였죠.

그걸 바꿔가니 영상이 조금씩 좋아졌습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약간 옆으로 샌 것 같은데요.

장비병이라는 건 꼭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생각하는 추구하는 만들고 싶은 영상의 화질이 욕심난다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판단이 들면, 필요한 장비는 구입해야 합니다.


최근에 만들어지는 스마트폰의 카메라 화질이 이전보다 훨씬 좋아진 건 사실이지만,

큰 렌즈와 바디로 촬영하는 영상에 비해서 쨍한 느낌이 덜한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센서가 작고, 배경날림을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로 구현하는 스마트폰의 영상은 어쩔 수 없이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남아있습니다.


애플에서 광고를 할 때, 이건 아이폰으로 촬영했다고 하는 광고가 있는데요.

얼마나 아이폰의 카메라가 좋은지를 보여주기 위함이라고는 하지만,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와닿기가 힘듭니다.

왜냐하면 일반 소비자는 그렇게 찍을 수가 없습니다.

촬영 현장을 담은 영상을 봤는데요.


아이폰을 잡기 편하기 위해서 전용 그립을 따로 달고, 아이폰 카메라에는 ND필터 등의 장비를 추가하고,

촬영 현장의 조명까지도 전문 스튜디오처럼 만듭니다.

그리고 용량 문제 때문에 잘 쓰지 않는 Prores 방식으로 촬영을 해서 편집한 영상과, 일반인이 그냥 집이나 야외에서 일반 모드로 촬영한 영상의 화질이 어떻게 똑같겠습니까?


아이폰의 카메라 광고를 보면 카메라 화질이 너무 좋아진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다른 장비와 촬영 환경 등을 신경썼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점을 아셨으면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촬영 환경과 추가 장비를 갖추는 돈이라면 따로 카메라를 사는 게 비용면에서는 싸게 먹힐지도 모르겠네요.



정리를 해볼까요?

경제적인 여유가 많다면, 바로 비싼 장비를 구입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경제적인 여유가 없다면, 들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먼저 촬영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저도 2년간 그렇게 썼으니까요. 화질이 분명 나쁘지 않습니다.


저처럼 조금 애매한 상황이라면, 먼저 이런저런 장비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해보시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미러리스 카메라가 뭔지, 하이엔드 카메라가 뭔지,

렌즈는 어떤 게 있고, 어떤 용도에는 어떤 렌즈가 맞는지,

조명장비에 대해서도 추천하는 장비들의 리뷰와 가격을 분석해보고,

마이크도 공부를 합니다.


바로 후기 등을 보고 구입하지 말고, 충분히 심사숙고를 한 뒤에 장비를 구입하면 후회하지 않습니다.

ZV-E10 이라는 제 카메라는 여러 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4K 촬영을 하게 되면 크롭이 되고, 4K 60프레임 촬영이 안됩니다(슬로모션 적용할 때 좋은 프레임입니다)

그 아래 화질인 FHD로 촬영을 하게 되면 화질이 무척 떨어집니다. 이 카메라로 촬영을 한다면 무조건 4K로 찍어야 합니다.


하지만 여기에 적당한 렌즈를 몇 개 추가 구입하고 난 뒤에는 영상이 꽤 볼만해졌습니다.

아직도 영상에 대해서는 배울 게 더 많습니다. 그래도 계속 촬영하고 편집하고를 반복하다보면, 또 필요한 장비가 생길거라고 생각합니다. 쫓기듯이 장비를 구입하지 말고, 충분히 고민해보신 뒤에 구입하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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